이신남(시인, 논술강사)
내게는 왼쪽 손등에 희미하게 남은 흉터가 하나 있다. 어릴 적 집 앞 시냇가에서 친구들과 함께 멱 감기 위한 물웅덩이를 만들기 위해 둥글게 돌멩이로 담을 쌓다가 돌이 손등을 찍어 생긴 것이다. 선명했던 핏자국에 겁이 났지만 누군가를 위하다 생긴 상처는 자랑스럽다는 생각이 어린마음에도 들었나보다.
세월이 흘러 지금은 자세히 보지 않으면 표가 나지 않지만 내게는 아린 손이라 남 앞에 손을 쉽게 보이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상처 난 왼쪽 손등이 표적이 되어 은근히 자랑이 되고 나를 아는 많은 이들이 손등이 이렇게 된 이유를 물어 볼 때마다 당당하게 이야기를 해주며 보냈던 시간들이다.
무슨 이유일까? 혹시나 하고 비둘기가 향하는 눈빛 쪽으로 나의 시선도 따라갔는데 아뿔사 에어컨 환풍기 뒤 틈 사이에 비둘기 한 마리가 불안하게 눈동자를 구르며 갓 태어난 새끼를 품고 있지 않는가? 들켜버린 둥지를 털려버리면 어쩔까하는 조바심이 가득한 채 더 야무지게 새끼를 품고 있는 모습에서 나는 순간 감동을 받았다. 난간에서 도망치지 않은 비둘기가 다리를 다친 이유를 알겠다. 어미가 새끼를 품고 있는 둥지를 지키려고 끝까지 자리에서 떠나지 않아서다. 비둘기가 똥도 싸고 구구대는 소리가 시끄러우니 쫓기다가 이웃에게 입은 상처일 수도 있겠다싶다.
동물이나 사람이나 자식을 품는 그 마음은 하나다. 순간 아무것도 모르고 창문을 두들기며 고함을 질렀던 나로 인해 새끼를 품고 더 놀랬을 어미 비둘기를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이다.
그날 아침 나는 비둘기로 인해 강한 가족애를 느꼈다. 함께 한다는 것, 아낀다는 것, 지킨다는 것이 너무도 애틋하게 슬픔으로 와 닿는다. 알을 낳고 품어서 부화되기까지 단란한 비둘기 가족으로 둥지를 튼 우리 집 베란다 바깥 한 쪽. 아빠 비둘기가 지켜 낸 가족의 소중함, 그 안에서 평화를 지켜보며 나는 아름다운 상처를 가진 비둘기 다리에 약이라도 바르고 싶은 마음 간절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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