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문화 수도에서 띄우는 아침차담(4)
차 문화 수도에서 띄우는 아침차담(4)
  • 경남일보
  • 승인 2019.04.14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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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철수(한국차문화수도진주추진위원회 이사)
◇한국 차 문화의 중심 공간, ‘진주’

차(茶)에 관한 최초의 경전으로 불리우는 차경(茶經)은, 중국 당대 말기 육우(陸羽)가 쓴 것으로 되어있다.

그는 중국 차인(茶人) 가운데 이찬황, 노동과 더불어 차인으로서도 유명하였으나, 역시 이 차경을 써서 후세에 전한 저자로서의 이름이 더욱 크게 두드러지는 사람이다. 그만큼 이 책은 차에 관한 많은 내용을 체계적으로 담고 있으며, 후세에 쏟아지게 되는 차 책의 귀감이 되었다. 특히 두드러지는 점은 차에 관한 일반적 내용뿐 아니라 철학적 해석을 곁들였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삼국사기에 “신라 흥덕왕 때 입당회사 대렴이 차 나무 종자를 가져오자 왕은 그 차씨를 지리산 남녘에 심게 하였다”는 최초 차 기록이 있다. 그 지리산 남녘의 차라는 것은 정다산 선생이 이미 밝힌 바와 같이, 오늘날 하동 화개동의 야생차를 말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하동의 야생차밭이 한국 최초의 차밭인 셈이며, 공교롭게 초의와 추사 이후 끊어졌던 차 문화의 명맥을 이은 중흥조라 말할 수 있는 효당스님이 기거했던 다솔사와 지리적 인연이 닿아 있는 셈이다. 지금이야 사천시, 하동군으로 행정구역이 나뉘어 있지만, 지리체계적 관점에서 보면 모두가 지리산 남쪽에 펼쳐진 하나의 지리체계적 국면(局面)에 속하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과거 우리 선조들이 의식한 공간구조는 현대인과 같은 균질하고 무한하며 고정적인 기하학적(幾何學的) 공간체계가 아니었다. 온 우주가 나를 중심으로 겹겹이 위계적으로 둘러싼 극좌표(極座標)적 공간체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인지하고 있었으며, 그것은 그대로 공간 철학이 되었다. 동서남북은 지도상의 절대적 방위만이 아니었다. 그것은 나를 둘러싼 전후좌우의 질서 잡힌 공간, 내가 있는 위치에 따라 언제든 적응하는 가변적 공간을 말함이었다. 풍수지리의 공간체계가 그러하였고, 궁궐의 중심에서 남면(南面)하며 백관의 조회를 받는 왕의 위치와 공간이 그러한 질서체계의 반영이었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지리산을 기점으로 하여 그 남쪽에 한국 최초의 차 시배지인 화개동, 그리고 그 문화를 후세에 중흥시킨 다솔사의 공간적 전개는 큰 의미를 가지는 것이라 아니할 수 없다.

상징적 중심점으로서의 지리산과 그 남쪽으로 펼쳐진 차 문화의 확산은 그 공간 자체만으로도 한국 차 문화의 생성과 확산, 그리고 재생의 역사가 새겨진 것이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종국적으로 진주가 가지는 지리적 위치는, 한국 차 문화 전개의 장소적 국면(局面)을 한눈에, 한 손에, 그리고 한 아름에 아우를 수 있는 수구(水口) 혹은 관문(關門)적 장소 의미를 지니는 것이다. 그렇다면, 진주가 점하고 있는 위치는 한국 차 문화 수도의 장소적 운명을 안고 생성된 것인지도 모른다.



문철수(한국차문화수도진주추진위원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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