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성과 부드러움으로 KTL 이끈다
전문성과 부드러움으로 KTL 이끈다
  • 김영훈
  • 승인 2019.04.14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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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첫 여성보직자 3명 탄생
가족친화 직장문화가 한 몫
“업무능력 앞에 남녀차별 없다”
‘전문성+부드러움’ 조직 새바람
한국산업기술시험원(이하 KTL)이 지난 13일 창립 53주년을 맞았다.

KTL은 유네스코(UNESCO) 원조로 지난 1966년 설립됐다. 국내 유일 공공 종합시험인증기관으로 우리나라 산업화와 경제성장 과정을 함께 해왔다.

2015년에는 경남진주혁신도시로 이전해 제2의 도약을 맞이하고 있다.

KTL은 지난 3월 사업전략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조직개편에서 여성 센터장 3명을 임명했다. KTL 50여년 역사에서 최다 여성 보직자 탄생이다.

여타 시험인증 관련기관의 경우 업무 특성상 유리천장이 두터운 것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파격인사다.

이번 인사는 단순히 보여주기식 여성 보직자 발탁이 아니다. KTL은 2016년 일·가정 양립을 위한 노력으로 여성가족부로부터 ‘가족친화 우수기관’으로 지정받는 등 여직원의 근무여건 차별을 없애고 있다. 그 결과 여직원의 활약과 함께 간부 여성 발탁도 늘어가고 있다.

본보는 지난 10일 주목받고 있는 KTL 여성 보직자 3인방인 이보영(56) 고객지원총괄센터장, 김경희(48) 우주부품기술센터장, 김수진(38) 환경기기센터장을 만났다.


 
이보영 KTL고객지원총괄센터장

◇이보영 고객지원총괄센터장

30년 넘게 KTL에 근무하고 있는 이보영 센터장은 KTL의 산증인이다. 그는 지난 30년간 다양한 분야에 근무하며 역량을 키워왔다. 현재 이끌고 있는 고객지원총괄센터는 지난해 CS혁신팀으로 한시적으로 운영되다 올해 정규 편성됐다. CS혁신팀에 있던 그가 센터장을 맡게 됐다.

이 센터장은 “고객지원은 고객 입장에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해 CS혁신팀 운영 당시, 고객이 의뢰하면 그에 가장 알맞는 전문가를 연결하는 체계를 만들었다”며 “단순한 친절을 넘어 정확한 정보를 알려주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자신을 비롯해 모두 3명의 여성이 센터장에 이름을 올렸다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여성 보직자가 고객지원 분야에서는 나온 적이 있지만 기술분야에서는 사실 어려웠다”며 “이번에 기술분야에 2명의 여성 센터장이 선임되는 것을 보고 개인적으로 기쁘고, 남녀를 떠나 능력이 있으면 누구나 가능하다는 것을 열어줬다”고 강조했다.

이 센터장은 지난 30년을 돌이켜 보면서 ‘여성이라서’ 힘든 점은 크게 없었지만 과거 양성에 대한 시각차는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타 직장의 경우 과거 남녀차별이 있는 경우도 있었지만 우리 회사는 그정도로 경직되지는 않았다”며 “다만 태생이 다르다 보니 남녀 관점 차이는 존재했다”고 말했다.

이어 “시대 흐름상 최근 너무 ‘여성여성’하다 보니 반대로 남성들이 ‘남성남성’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보다는 스스로에 대한 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센터장에 부임한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한 달쯤 지켜보니 직원들과 소통이 중요한 것 같다”며 “직원은 물론 고객과 소통하는 센터장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경희 KTL우주부품기술센터장

◇김경희 우주부품기술센터장

김경희 우주부품기술센터장은 20여년간 국내 우주 분야 연구에 몸담아 온 전문가다. 그는 카이스트(KAIST)에서 근무하다 3년 전 KTL이 진주에 우주부품시험센터 건립을 추진하면서 자리를 옮겼다. 올해 센터 준공을 앞두고 초대 센터장을 맡게 됐다.

김 센터장은 “카이스트에서 위성 등 우주 관련 분야에 대한 연구를 꾸준히 해 왔다”며 “이번에 준공되는 우주부품시험센터는 우리나라 우주 관련 역사에서 ‘우주산업화’라는 한 획을 긋는 중요한 사업이다. 이런 사업에 참여하게 돼 기쁘면서도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우주 연구에 20년이 넘는 시간을 몰두해 온 그에게도 위기는 있었다. 바로 육아문제였다.

그는 “지금은 애들이 모두 성장해 자신들의 앞가림을 하지만 어릴때는 많이 힘들었다”며 “친정 어머니께서 도와주시지 않으셨다면 이 자리에 있기 힘들었을 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연구를 많이 했기 때문에 자신의 일만하면 여자남자가 중요하지 않았지만 과거 타 분야에서는 성차별도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하지만 회사(KTL) 분위기를 보면 세대가 변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성차별은 전혀 없다”며 “젊은 친구들은 워라벨을 중요시 하기 때문에 스스로의 발전에 더 집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김 센터장은 회사 분위기에 물들기 위해 분투 중이라고 전했다. 연구소와 사뭇 다른 분위기에 적응해 나가고 있다.

그는 “연구분야는 본인만 잘하면 되고 팀원들과 의사전달도 직설적으로 하면 된다”며 “하지만 여기(KTL)는 고객서비스 마인드도 있어야 하고 상대를 배려하는 노력도 있어야 한다. 너무 직설적으로 말하면 오해를 살 수 있어 입사 초기에는 적응하느라 힘든 점도 있었다(웃음)”고 말했다.

이어 “우주부품시험센터 준공을 앞두고 있는데 직원들과 잘 소통해 ‘우주산업화’에 최선을 다 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수진 KTL환경기기센터장

◇김수진 환경기기센터장

올해로 입사 14년 차인 김수진 센터장은 미세먼지 등 대기질 정책연구 및 측정기술을 개발하는 환경기기센터의 수장이다.

환경기기센터는 대기를 비롯해 소음진동, 수질 등을 검사하는 업무도 맡고 있다.

업무 특성상 출장이 많다. 최근에는 미세먼지 문제로 신규사업을 시작하면서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김 센터장은 “우리 센터 직원들은 출장이 많은데 미세먼지 사업으로 더 바쁘다”며 “현재 각 학교에 간이 측정기를 설치하고 있는데 이 측정기에 대한 시험평가를 KTL에서 하고 있다”고 전했다.

자신의 첫 직장으로 입사 이후 지난 14년 간 묵묵히 환경기기 분야에서 일해 온 김 센터장. 하지만 잦은 출장으로 가족과의 시간이 부족할 때가 많았다. 그는 “아이들이 5살, 7살로 아직 엄마의 손길이 많이 필요할 때다”며 “아이들의 수면시간은 정해져 있는데 일이 많고 출장을 가게되면 함께 할 수 없어 안타깝고 미안하다”고 말했다.

이어 “출장이 잦다보니 직원들간 조율을 통해 배려해주기도 하지만 퇴근이 늦어지면 곤혹스럽다”며 “아이들은 나를 찾지만 퇴근을 당장 못하는 상황이라 어려울 때가 있다”고 덧붙였다.

30대의 젊은 나이에 센터장에 부임한 김 센터장의 어깨는 무겁다. 특히 ‘여성’을 대표한다는 생각에 부담감은 더욱 크다.

그는 “어리다는 시각도 있겠지만 전문성이 있기 때문에 문제될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환경분야는 분석쪽에는 여성이 많지만 관리자는 여성이 적은게 사실이다. 그렇다보니 잘 해야 한다는 부담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성 보직자가 처음이기 때문에 내가 못하면 ‘여성은 안된다’라는 편견이 나올 지 우려도 된다”며 “끊임없는 노력으로 여성도 잘한다는 믿음과 후배들도 이 자리에 설 수 있게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영훈기자 hoon@gnnews.co.kr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종합 시험인증기관인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이 최근 인사에서 역대 처음으로 여성 보직자 3명이 임명됐다. 이들은 전문성과 함께 부드러움으로 KTL의 새로운 활력소가 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김경희 우주부품기술센터장, 이보영 고객지원총괄센터장, 김수진 환경기기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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