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한국어교육 정책의 문제점
해외 한국어교육 정책의 문제점
  • 경남일보
  • 승인 2019.04.15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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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형 (서울대 재외동포교육 자문위원장)
1987년부터 해외한국학교를 담당하였고 특히, 주일한국대사관 수석교육관 5년, 동경한국종합교육원장 5년, 오사카건국학교 학교장 3년을 민족교육의 산실인 일본 현장에서 민족교육과 한국어교육 실태를 체험 했으며, 2017년 전 세계 72개국 25만명이 응시한 TOPIK(한국어능력시험)을 1993년 동경한국종합교육원장으로 재직 시에 한국어를 보급하며 한국의 문화영토를 확장하자는 차원에서 기획하고 완성한 사람으로서 현재의 해외 한국어교육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해외 한국어교육은 1945년 광복 이후에도 일본에서 한국으로 돌아오지 못한 재일동포들로부터 시작되었다. 언젠가는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재일동포들이 모여서 모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을 실시해오다 1963년 한국교육원을 설치하면서 체계적인 교육이 시작되었다. 그 후, 재외한국학교, 한국교육원, 한글학교가 점차 늘어나면서 해외한국어교육이 확대되어오다 2000년대부터는 한국 기업의 해외 진출 확대와 한국드라마, K-POP 등의 영향으로 한국어를 배우려는 외국인이 생기면서 세종학당 재단이 외국인에게 언어로서의 한국어를 보급하기 시작하였다.

2017년 7월 정부는 한국교육원과 세종학당의 재외동포와 외국인 간 교육 칸막이를 해소하여 현장 수요에 효율적으로 대응한다는 명분으로 해외 한국어 교육을 ‘세종학당’브랜드로 통합 하였다.

그러나, 이는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해야 하는 재외동포에게 모국어로서의 한국어를 가르치기 위해서는 공동체 안에서 한민족만의 교육을 실시하여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일제시대에 강제 이주한 230만 재일동포 중 1945년 광복 후 귀국선을 타지 못해 일본에 남겨진 56만여명의 자녀, 손자 등 재일동포 4~5세대들이 아직까지 일본에서 한국국적을 유지하며 한국인임을 잊지 않고 살아가고 있는데 오히려 한국정부는 이들을 “일본인과 똑같다”고 본 것이다. 재외동포에게 우리말과 글은 단순한 언어가 아니라 가치이고 뿌리인 것이다. 한국교육원에서 한국어를 배우는것 뿐만 아니라 내가 한국인이기 때문에 또는 한국계이기 때문에 한국교육원에 한국어를 배우러 가는 행위부터 정체성 교육인 것이다. 그러나 외국인 한국어 교육의 효율성을 이유로 재외동포한국어 교육을 “세종학당” 브랜드로 통합 한 것은 재외동포 민족교육자의 한 사람으로 개탄을 금치 못할 일이다.

또한, 재외동포에게 한국어교재는 단순한 언어교재가 아닌 민족 정체성과 이주역사와 현지의 사회적 환경이 반영된 소중한 교육 자료이다. 통합으로 인한 효율화를 얻고 720만 재외동포의 정체성 교육을 잃어버리게 된다면 올바른 길이 아닌 것이다. 지난번 대선 과정에서 재외동포 관련 공약에 빠지지 않고 나오는 것이 재외동포 정체성 교육이었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 공약에도 재외동포 정체성 교육 강화가 포함되어 있다. 지난 정권에서 잘못된 일은 새로운 정권에서 고치면 된다.

우리말과 글을 ‘언어’로만 생각하지 않고 한 나라의 국민, 민족의 정신을 전수하고 교육하는 기제로서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정부가 갖고 있었다면, 재외동포 한국어 교육을 외국인 대상 ‘세종학당’ 브랜드로 통합했을까 궁금하다.

교육의 기본은 ‘말과 글’이다. 처음 읽고 쓰기를 배우는 의무교육(초·중등)단계부터 고등교육, 평생교육까지 전체 교육체제를 통하여 우리말과 글을 바르게 배우며 민족적 자긍심도 함께 체화되어야 할 것 같다.
 
이광형(서울대 재외동포교육 자문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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