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교단에 호랑이가 사라졌다
[교육칼럼]교단에 호랑이가 사라졌다
  • 경남일보
  • 승인 2019.04.16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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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택(前 창원교육장)
우리 강산에 호랑이가 전설이 된 지 오래이다. 무섭지만 때로는 사람냄새가 물씬 묻어나는 동화 속의 따뜻한 호랑이가 그리워지기까지 한다. 그리고 호랑이가 없는 우리 강산에 멧돼지가 왕 노릇하는 것에 속상하고 배알이 틀린다.

호랑이가 사라진 것이 어디 강산뿐인가? 우리의 가정에 호랑이 아빠가 사라졌고, 우리의 학교에 호랑이 선생님이 사라지고 있다. 엄부자모의 가정교육이 흔들리고 엄격하고 원칙이 준수되는 학교교육이 실현되지 못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다.

호랑이 선생님이 존경받는 시절이 있었다. ‘호랑이 선생님’이라는 드라마가 인기리에 방영되기도 하였다. 필자 역시 호랑이 선생님이 되고 싶었고, 아이들이 그렇게 부르는 것이 싫지 않았다. 호랑이 선생님은 매사가 엄격하고 까닭 없이 무섭게 가르쳐서 얻어지는 별칭이 아니다. 호랑이 선생님은 교수 방침 또는 교사 나름의 교육방침에 충실한 교사이다. 규칙을 잘 지키고 최선을 다하여 학습과제를 해결하며 어려운 친구를 잘 도와주는 아이들에게는 그저 따뜻한 교사일 뿐이다. 그렇지만 학습태도가 나쁘거나 과제 해결에 게으른 아이, 거짓말을 일삼는 아이, 장난이 지나치고 친구 사귐이 나쁜 아이, 책임을 다하지 않고 요령만 피우는 등 문제행동을 일삼는 아이들에게는 산처럼 버티고 서있는 선생님이다. 아이들은 선생님이 정한 원칙이라는 산을 넘을 수 없다고 알아차리면 아이가 먼저 변한다. 우리 아이들은 생각보다 영리하다.

호랑이 선생님이 되기 위해서는 아이들이 수용할 수 있도록 교육방침을 이해시켜야 한다. 모든 아이들에게 능력이 발현될 수 있도록 평등한 교육기회를 제공하는 개별화 수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부족한 아이에게는 따뜻한 손을 내밀고 어려움이 있는 아이는 넓은 품으로 감싸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다음에 때로는 벌도 필요할 것이다.

교육에 있어서 벌은 칭찬과 함께 중요한 수단이다. 그러나 체벌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더더욱 오늘날은 교육열정에 의한 선의의 체벌마저도 자칫하면 큰 문제가 된다. 체벌이라는 수단에 의존하여 학력을 향상시키고 생활지도를 하여 호랑이 선생님으로 불리었던 지난날의 선생님이 오늘의 교단에 선다면 낭패를 당할 것이 분명하다. 필자 역시 돌이켜보면 부끄러운 일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짓궂은 아이가 체벌 장면을 휴대폰으로 촬영하여 유포하기라도 하면 교사 생명은 끝날 수도 있는 것이 오늘의 교단이다. 어떤 아이가 ‘선생님이 아이들을 심하게 혼낸다’고 하니, 아이의 어머니가 ‘휴대폰으로 촬영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러니 누가 호랑이 선생님이 되려고 하겠는가? 호랑이 선생님은 학부모의 절대적인 이해와 지지가 선행되어야만 교단에 설 수 있다.

호랑이가 없는 산은 평화로울까? 아닌 것 같다. 멧돼지가 온 산을 난장질하고 그것도 부족하여 마을로 내려와서 해꼬지 한다. 학교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호랑이 선생님이 제대로 평가받는 학교를 경영하는 교장은 갈수록 설자리를 잃어간다는 푸념이 들려오고, 전문성과 열정으로 엄격한 가르침을 주는 교사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우리 교육 현장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멧돼지 같은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고 말하면 지나친 기우일까? 학교에 호랑이 같은 선생님 한두 분이 버티고 있고, 그 선생님이 존경받는 교육세상을 그려본다. 경남교육청이 만든 교권보호위원회가 교육의 기본에 충실하고 열정을 다하는 호랑이 같은 선생님의 입지를 공고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기를 소망한다.
 
임성택(前 창원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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