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봉산 자연인' 정말로 붙잡혔나요"
"'비봉산 자연인' 정말로 붙잡혔나요"
  • 임명진
  • 승인 2019.04.16 19: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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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비봉산 일대서 10년간 상습절도
50대 검거 소식에 주민들 반응 제각각
속보=“하도 사람들 눈에 안띄게 다녀서 귀신같다고 생각했어요”, “막상 붙잡혔다는 소식을 들으니 마음이 짠하네요”

진주시 비봉산 일대에서 10여년 간 상습절도 행각을 벌이던 A(57·주거부정)씨가 검거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일대 주민들은 “다행스럽다”, “정말로 잡혔느냐?”, “참 안타깝다”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본보 16일자 4면 보도)

16일 오전 11시께 진주시 초장동 새미골에서 만난 마을주민 진창래(77)씨는 “이 동네에서는 오래 전부터 유명인사였다. 요즘말로 치면 잡범인데 몇년째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도대체 누구냐고 궁금해하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이 마을을 둘러싼 산에는 산딸기와 오디 재배농가들이 사용하는 농막들이 곳곳에 설치돼 있다. 주민들은 “(A씨에게)안 털린 농막이 없을 정도로 참 신출귀몰했다”고 입을 모았다.

주민 서 모(72)씨는 “농가들이 낮에 일을 하고 밤에는 농막에 사람이 없다. 농기계 등 들고 갈수 있는 값비싼 장비도 있는데 일체 건드리지 않고 먹을 것만 챙겨서 갔다. 그래서 다들 이상하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근처의 농가는 몇년 전 CCTV를 설치했는데 딱 그 지점만 피해 농막에 들어가 훔쳐갔다는 말도 들렸다. 나름 머리가 똑똑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면서 “정말로 검거가 됐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남다른 사연에 안타까움을 내비친 이도 있었다. 기동마을 김지한(63)이장은 “작년부터 이장단 회의에 경찰이 와서 협조를 당부했는데 다들 어떻게 10년 동안 산에서 생활을 할 수 있었는지 의아하게 생각했다. 막상 붙잡혔다고 하니 다행스럽기도 하고, 사연을 보니 안됐다고 생각하는 주민들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비봉산 산행 길에 오른 주민들도 뉴스를 보고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도심에 위치한 비봉산에서 어떻게 10여 년간 움막을 짓고 살아가면서도 발견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등산을 하던 한 주민은 “사람들을 해치지 않았고, 산에서 하루에 한끼만 먹고 살았다고 기사를 보고서 안타까웠다. 다시 사회로 나오면 자립할 수 있도록 도움의 손길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A씨를 검거한 경찰은 “비봉산이 일대서 유명한 산행로이긴 하지만 대부분 정해진 등산로를 다니다 보니 한적한 곳이나 외진 곳은 사람의 발길이 거의 미치지 못한다”면서 “대인기피증이 있어 낮에는 움막에서 지내고 심야에 활동하면서 사람들의 눈을 피했다”고 말했다.

경찰 역시 A씨를 검거하기 위해 비봉산 일대에서 한달여 간 잠복근무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검거소식과 함께 주민등록이 오래전 말소되고 움막에서 문화혜택조차 받지 못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복지사각지대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경찰에 검거되기까지 그 존재가 행정기관 등에서는 제대로 파악되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대해 진주시는 “평소 읍·면·동을 통해 파악하고 공무원 이외에도 명예사회복지공무원과 사회복지협의회 회원들이 복지사각지대에 있는 노숙인을 발견해 제보하면 지원에 나서고 있다”면서 “이번 사안은 대인기피증을 가진 A씨가 의도적으로 산속 깊숙이 숨어서 밤에만 이동했다보니 찾기 힘들었던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A씨가 현재로서는 구속이 돼 직접적 지원은 힘들지만 유사한 사례가 발견된다면 적극 지원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이영삼 진주경찰서 형사 4팀장은 “9일간의 유치 기간동안 속옷과 양말은 구매해주고 저희 팀원이 집에서 가져온 옷 20여 벌을 챙겨서 오늘 검찰로 송치했다. 기부를 묻는 전화도 오고 있다”면서 “이날까지 170여 건의 피해사례가 밝혀졌는데, 피해를 입은 농가의 추가제보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임명진·백지영기자

 
진주시 초장동 새미골 입구에 놓여 있는 컨테이너 1동. 마을 주민들이 농번기때 모여 음식을 장만해 먹는 장소로 이 곳도 A씨의 표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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