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참변, 놓쳐버린 징후…잃어버린 목숨
진주 참변, 놓쳐버린 징후…잃어버린 목숨
  • 임명진
  • 승인 2019.04.18 2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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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아파트 방화 흉기난동 재발 막으려면
‘인권 VS 안전’, 균형찾는 사회적 고민 필요
지난 17일 진주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방화, 흉기 난동사건으로 검거된 피의자가 정신병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경찰의 대시민 안전 확보를 위한 관련 정보 접근 등 제도적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피의자의 정신병력이 사전에 파악돼 제대로 관리가 됐더라면 이같은 참사를 피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 제기된데 따른 것이다.

40대 남성 안모(42)씨는 자신의 집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지르고 화염에 놀라 대피하는 주민들을 상대로 흉기를 마구 휘둘렀다.

이 과정에서 10대 2명을 비롯해 5명이 숨지고 15명이 부상을 당하는 초유의 참사가 일어났다.

이 사건을 두고 유족들과 일부 주민들은 관계기관이 방치해서 발생한 인재라는 입장이다.

이번 사건으로 가족을 잃은 A씨는 지난 17일 오후 합동분향소에서 유가족 입장을 발표하면서 “관계 기관이 피의자를 방치해서 발생한 인재라고 밖에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아파트 주민들이 오래전부터 피의자의 위협적인 행동에 경찰에 수차례 신고를 했지만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 행정기관과 임대주택관리소에도 계속 민원을 제기했지만 번번히 묵살당했다”고 분개했다. 이어 더 이상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국가에서 국민의 생명을 지켜달라고 부탁했다.

주민들도 안씨가 여러차례 주민들과 끊임없이 갈등을 벌여 왔다고 증언하고 있다.

한 주민은 거듭되는 안씨의 위협에 아예 사제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기까지 했다.

지난 달에도 오물 투척건으로 주민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현재 안씨가 각종 신고와 민원 등에 연루된 것은 확인된 것만 8건이다.

대다수는 물증이 없거나 사안이 경미해 별다른 후속조치가 없었다.

이번 참사의 징후가 포착됐는데도 단순한 사건처럼 대처했다는 유족들의 반발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경찰은 사건이 벌어지고서야 피의자의 정신병원 진료기록을 확인했다. 안씨는 지난 2010년 폭력행위로 1달간 정밀 진단을 받았다. 당시 판결문에는 편집형 정신분열증(현재는 명칭이 조현병으로 바뀜)이란 병명으로 보호관찰을 받았다.

2015년부터 이듬해 7월까지는 진주의 모 정신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전력도 있다. 병명은 상세불명의 정신분열증이라고 기재돼 있고 입원은 하지 않았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최근에는 치료를 받지 않고 병원을 다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안씨의 가족도 병력을 인지하고 강제입원하려고 시도했지만 본인이 거부해 무산됐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이에대해 경찰은 안씨의 정신병력처럼 자체적으로 피의자의 정신병력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권한 있는 시스템이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병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타인을 해할 위협이거나 중대한 범죄를 저지르는 등의 특정 상황에서만 압수수색 영장을 통해 확인하는 방법 외에는 없다”고 말했다.

경찰의 대민 최일선인 지구대와 파출소에서 이번 사건과 유사한 의심되는 신고를 접해도 사실상 확인이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관계자는 “동일 범죄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현재의 시스템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공감했다.

개인의 정보가 인권의 측면에서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는 점도 이번 사건의 재발을 막는데 어려움이 되고 있다.

또한 정신병력을 가지고 있는 본인이 입원을 거부할 경우 이를 강제하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도 한몫하고있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이날 진주에서 발생한 아파트 방화·흉기 난동 사건과 관련해 경찰의 대응을 공개석상에서 지적했다.

이 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경찰은 그런 참사를 미리 막을 수는 없었는가 등 돌이켜 봐야 할 많은 과제를 안게 됐다”며 “하나하나 되짚어보고 그 결과에 합당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전문가들은 “안씨와 유사한 사례를 예방하는 사회적 안전 확보라는 점에서 대책마련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면서 “근본적 문제해결을 위한 사회적 논의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명진·백지영기자 sunpower@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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