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 언론의 자유를 누리는 극우
[경일포럼] 언론의 자유를 누리는 극우
  • 경남일보
  • 승인 2019.04.2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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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점석(경남작가회의 회원)
지난 3월 30일, 강구안에서 열리는 굴축제에 참석하기 위해 통영에 다녀 왔다.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화창한 봄날씨가 축제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때맞추어 활짝 핀 벚꽃이 온 동네를 들뜨게 하였다. 행사장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발 디딜 틈도 없이 모여 있었다. 굴전, 굴튀김, 굴구이, 굴젓, 굴떡국 등을 푸짐하게 공짜로 먹을 수 있었다. 먹을 거리가 있는 홍보부스마다 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즐거움이 가득하였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메뉴가 굴젤라또였다는 데 늦게 가서 먹지는 못하고 소문만 들었다.

길거리에는 곳곳에 4·3 국회의원 보선에 출마한 이 지역 후보들의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그 가운데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대한애국당 후보의 현수막이었다. ‘무능한 문재인 좌파정권을 심판하자, 비겁한 자유한국당을 심판하자’는 내용이었다. 여야를 싸잡아 비난하면서 자신들의 선명성을 부각시키기에 충분한 표현이었다. 선거차량에서도 노래와 구호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창원에서도 똑같았다. 그러나 실제 선거결과는 심판을 하기에 턱없이 부족하였다. 창원에서는 애국당 후보가 838표, 0.89%였고 통영·고성에서는 3599표를 얻어 득표율은 4.53%였다. 결과론적으로 보면 불과 창원의 0.89%, 통영의 4.53%만이 그들의 주장에 동의한다는 사실이 확인된 선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무죄석방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는 현수막은 선거가 끝난 시점에 길거리에 새로 걸려 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무효와 무죄석방을 주장하는 대한애국당의 활발한 활동을 보면서 유신시절에 언론과 집회, 결사의 자유를 부르짖다가 정보기관에 붙잡혀가서 온갖 고문을 당하고 징역을 살았던 수많은 민주인사들이 떠올랐다. 그들이 원했던 사회가 바로 이런 사회라는 생각을 했다. 아무 말이나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것도 맑고, 푸른 하늘 만큼이나 중요하다. 유신 시절을 온몸으로 거부했던 시인 김지하가 2012년 11월 26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시국강연회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를 공개 지지했다는 이야기를 듣고서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이제 여자가 대통령 될 때가 됐다는 황당한 이유에 또 한번 놀랐다. 그러나 누구든 자기 목소리로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를 포함하여 많은 사람들이 할 말을 하고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꾸며 싸웠다. 당연히 큰 소리 칠 자격이 있다.

대통령이 무능한 지, 유능한 지는 사람마다 정책에 대한 평가가 다를 수 있겠다. 그러나 탄핵은 무효이고 따라서 무죄로 석방해야 한다는 주장은 전혀 엉뚱하다. 당시에 국회의 토론과정과 헌재의 오랜 재판과정을 지켜본 사람이라면 어느 누구도 무죄라고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검찰의 수사과정에서 밝혀진 이야기만 해도 엄청난 것이었다. 있을 수 없는 나쁜 일이라는데 동의하면서도 그건 잘못을 저지른 장관과 청와대의 비서진, 문고리 3인방이 책임질 일이지 아무런 잘못이 없는 대통령이 구속된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만약 그렇다면 대통령은 단지 로보트에 불과했다는 이야기를 그들이 하고 있는 셈이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듯이 사람마다 제각기 다를 수 있다. 이제 민주사회라면 당연히 무슨 소리든 자유롭게 할 수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획일이 아니라 다양성이 제일 중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가짜뉴스인지를 확인하는 최소한의 예의는 있어야 한다. 만약 거짓말을 뻥튀기했다면 그로인한 부작용에 대해서도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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