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강홍의 경일시단] 결(주강홍)
[주강홍의 경일시단] 결(주강홍)
  • 경남일보
  • 승인 2019.04.21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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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도 물결이 있었구나

썰리고 밀려온 심장의 박동을 삼키고 있었구나

저 해안선의 모래들처럼 함부로 온몸을 맡기고

밤새 달빛에 출렁인 적도 있었구나

나직이 부르는 너의 이름에 수줍은 귀를 움츠리며

천상의 밧줄을 당겼겠구나

아 여기쯤

밤새 격랑의 저 검은 불안들이 벽으로 몰아쳐

빗장을 걸고 지키던 상처의 흔적이구나

대패질에 몸을 맡긴 나무야

묘비명 같은 옹이 자국으로 동그랗게 쳐다보는 나무야

나도 너와 다르지 않아서

지금도 물결로 일렁이고 있단다

방파제를 넘은 해일처럼 난파선으로 쓸리기도 하고

등대 같은 희미한 불빛으로

노동의 힘든 노를 젓기도 한단다

옹이투성이의 가슴이 너를 닮았구나

우리가 등을 맞대고 멀어지고 가까워지는 동안

결 하나씩을 인쇄하고 있었구나

세상의 결들이 속으로 새겨지고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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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노트 : 살아서는 다 헤아리지 못한 대패질에 몸을 맡긴 나무의 속을 본다,

어디서 푸른 순을 내 뿜었고 어디서 꽃을 피웠을까, 처절한 생존과 상처의 흔적인 옹이와 결들 속에서 그의 한 생을 나와 겹쳐 본다, 격량의 바람과 갈증을 견디던 그의 노동과 일상이 시대의 모습으로 애잔하다, 안으로만 새겼던 저 무한의 말씀들의 통증을 읽어본다. (진주예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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