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칼럼] 흙의 공익적 가치
[경일칼럼] 흙의 공익적 가치
  • 경남일보
  • 승인 2019.04.22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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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양수 전 경상남도농업기술원장
강양수
강양수

 

“인간은 흙에서 태어나 흙으로 돌아간다”라는 말은 인간의 몸을 구성하는 대부분의 원소는 흙과 비슷하며 흙이 건강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사람과 동물에게 흙을 약으로 사용한 사례를 연구한 미국 코넬대학의 연구진들이 흙을 먹는 풍습 480편을 발표한 적이 있다. 이는 인류가 오래전부터 흙을 먹는 풍습이 있었음을 제시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동의보감에 약으로 쓰는 흙 18가지를 소개하고 있다. 특히, 세종대왕은 황토로 만들어진 찜질방에 한의사를 배치하여 중증의 고혈압, 당뇨병, 난치병 환자 등을 치료했다고 한다. 흙을 이용한 체험이 지역의 축제, 농촌관광 프로그램으로 개발되면서 농업인의 소득 향상과 함께, 참여하는 사람들에게는 건강과 즐거움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지금까지 알려진 생리 활성 물질의 70% 가량이 흙 속에 사는 미생물인 방선균에서 만들어진다고 한다. 대표적인 것이 스트렙토마이신, 네오마이신 등과 결핵, 화상 등 감염된 피부병 치료에 주로 이용되고 있다. 그리고 흙은 다양하게 가공되어 예술적 가치를 지닌 토기, 토우, 도자기, 기와 등으로 활용되었고, 건축 재료로서의 가치가 매우 높아 황토 찜질방, 온돌방, 흙 침대 등은 현대 사회에서도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고, 앞으로도 친환경 농산물과 함께 흙이 건축자재로서 더 많은 관심과 연구가 진행될 것으로 본다. 그 외에도 흙은 생태계 먹이 사슬의 출발점이며, 수질의 정화, 수자원의 저장, 홍수조절, 기후순화, 오염물질의 흡착 및 정화, 탄소 저장을 통한 온난화 방지 등을 수행하여 우리나라 농경지 흙의 공익적 가치는 약 281조 원에 이른다고 한다.

그럼에도 최근 세계적인 추세는 인구 증가와 함께 무분별한 개발로 농경지는 줄고, 유기물 대신에 손쉬운 화학비료와 농약 사용으로 토양이 황폐화 되고 있다. 공장 난립, 사막화로 인한 황사, 미세먼지, 방사능, 쓰레기, 산업폐수 등의 각종 폐기물과 오염된 공기에 의한 산성비 등으로 흙의 오염은 심화되고 있다. 일본의 후쿠시마, 러시아의 체르노빌 원전 사고 등은 엄청난 토양 오염을 가져왔고 후유증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이다.

흙 1cm가 생성되는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200년으로 물, 바람, 온도에 따른 풍화 작용으로 바위가 부서져 생성된다. 지난달 11일 제4회 흙의 날 기념식이 농림축산식품부 주관으로 ‘건강한 흙, 건강한 농촌 가꾸기’ 주제로 개최되었다. 흙은 생명의 근원으로 생물과 같이 생겨나고 성숙하며 병들고 죽게 되는 생명이 있는 자원이다. 따라서 건강한 흙을 만들기 위해서 토양의 물리성, 화학성을 잘 유지하고 꾸준히 관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퇴비, 두엄, 등의 유기질을 넣어 땅 심을 높이고, 녹비작물을 심어 토양 유실을 방지하는 한편, 흙장난이 사람의 침울한 기분을 끌어올려주고 면역 체계를 강화 시켜 준다는 연구결과와 같이 흙 놀이를 통해 아이들의 정서 함양을 높이기 위해 도심 속 유치원에서도 흙 놀이 체험장을 만들고 가까운 농촌으로 체험 활동을 하는 프로그램이 많았으면 한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필자는 시골에서 자라 유·청소년기를 두꺼비 집 짓기, 땅따먹기, 지신밟기 등 늘 흙과 함께하는 놀이를 즐기면서 자랐다.

그 시절 먹을거리는 부족했지만 요즘 아이들에게 발생하는 아토피, 천식, 알레르기와 같은 질병은 없었다. 이제 흙은 단순히 작물 생산의 가치를 떠나 의식주, 화장품과 의약품의 원료, 축제 등에 활용되어 경제적 가치가 새롭게 조명되고, 인류 생존의 바탕이 되기 때문에 가치 제고를 위한 더 많은 정책이 개발되어 소중한 자산으로 대물림 되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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