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60년 책방고집 '소문난서적' 이무웅씨
[인터뷰] 60년 책방고집 '소문난서적' 이무웅씨
  • 백지영기자
  • 승인 2019.04.22 2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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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책 읽어야 아이가 따라 한다"
책 안 읽는 우리 사회 안타까워

 

“진주에서 서점만 60년 넘게 운영하는 이무웅이라고 합니다.”

진주고속버스터미널 2층에 165㎡(50평) 규모의 고서점이 있다. 책방주인은 누구보다 책을 사랑하는 이무웅(76)씨다.

자신은 아날로그 시대 사람이라는 그는 그 흔한 컴퓨터와 스마트폰 사용을 일절 하지 않는 고집 있는 사람이다.

그의 서점은 흔한 책방이 아니다. 보통 서점은 학생 참고서 위주지만 그의 서점은 오래됐지만 귀한 서적들을 취급한다. 교실 두세배 크기의 서점에는 셀 수 없이 많은 도서가 서가마다 진열돼 있다.

그는 “2년 전쯤 헤아려 봤는데 60여 만권”이었다고 귀띔했다. 전국에서 개인이 운영하는 서점 가운데는 가장 많은 장서를 보유하고 있을 거라는 그의 목소리에는 은근한 자부심이 묻어났다.

사실 그가 지금의 자리로 책방을 옮긴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일단 책이 쌓이니 보다 큰 장소가 필요했고 무엇보다 진주를 찾는 분들에게 책방으로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고 싶은 욕심도 작용했다.

그래서 손님 대부분이 외지인들이다. 서울과 순천, 대구 등 타지에서 진주를 찾았다가 우연히 책을 사거나 이전에 눈으로 찜해둔 책을 진주에 다시 왔을 때 찾는 이들도 있다.

주 고객층은 주로 60대에서 80대 노년층. 이들이 찾는 책은 옛 향수를 자극하는 중국 고전이나 한국 고전 등 고서적이 대부분이다.

왜 사람들은 갈수록 책을 보지 않을까. 23일 세계 책의 날을 맞아 그에게 이같은 물음을 던졌다. 이씨는 “어른들이 책을 보지 않기 때문”이라고 잘라 말했다.

책을 보는 이유는 지식을 키우고 정서적으로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인데 언제부터인가 어른들부터 책을 보지 않는 문화에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이씨는 “어른이 책을 보고 유익하고 즐겁다는 것을 자녀에게 알리고 권해야 하는데, 책을 사러온 어른이 아이를 동반하면 아이들은 십중팔구는 서점에서 방황을 하고 있다”고 했다.

“어느 책이 재미있고 필요한지 모르는 거지요. 어른들이 권해야 알텐데 부모부터가 그 책을 모르니 아이들 대부분 만화책만 뒤적이다 그냥 가버립니다. 독서문화 발전을 위해선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더 책을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어려운 여건이지만 그는 “언젠가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다시 찾을 것이라는 자긍심을 가지고 버티고 있다”고 웃음을 지었다.

희귀한 자료를 보유하다 보니 전국 각지에서 전화로 주문이 올 때도 많다. 틈날 때마다 책들을 수소문하는 것도 일이다.

그의 책방에는 대학 전공 서적 외엔 헌책이 없다. 일부 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서울의 출판사 창고에 가서 오래된 재고 도서를 구해 온다. 어느 출판사 창고에 원하는 책들이 재고로 남아 있다는 소문을 들으면 만사를 제쳐놓고서 사들여온다.

상당수 책은 귀한 몸값을 자랑하고 있다. 이씨는 “IT시대라고 하지만 일부 책들은 소장가치가 있어 구하지 못해서 못 파는 책들도 있어요. 돈 주고도 못 구하는 책들이 우리 주변에 많이 있다”고 했다.

한국문인협회에 몸담은 이 씨는 수필도 쓰고 시집도 내는 작가이기도 하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힘이 닿는 한 책방을 운영하고 싶다고 했다. “서점이 더 많이 알려져 교육도시 진주의 명성에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과 책이 필요한 이들에게 나눔의 봉사를 하고 싶은 꿈을 키워가고 있다”고 했다.

백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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