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만사(人事萬事)
인사만사(人事萬事)
  • 경남일보
  • 승인 2019.04.23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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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홍(경상대학교 인문대학장)
임규홍 교수
임규홍 교수

우리는 매일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면 좋든 싫든 현실과 마주한다. 눈 뜨면 어제의 슬픔과 고통이 다시 살아나 괴로울 수도 있고, 아니면 어제의 기쁨이 다시 살아나 행복할 수도 있다. 슬픔은 사라지길 바라고, 기쁨은 사라지지 않길 바란다. 이 모두 내 마음에 있는 것이 아닐까. 어쨌든 가뻐하거나 슬퍼하거나 이 모든 것은 내가 살아 있음을 의미한다. 아침에 처음 만나는 상대가 사랑하는 가족일 수도 있고, 가족이 없다면 애교를 피우고 달려드는 고양이도, 강아지도 될 수 있다. 처음 만나는 것이 그 무엇이든 모두 살아 있음에 감사하면서 “잘잤니, 잘 주무셨습니까”라고 인사를 한다. 하루 처음 만나는 사람이 나에게 반가이 인사를 해 올 때면 나는 언제나 기분이 좋다.

언어학자 레이코프가 말한 것처럼 인사 속에 ‘그들이 나를 미워하지 않는구나. 그들과 나와 좋은 관계에 있고 앞으로도 좋은 관계로 살아가자고 하는구나’ 하는 뜻이 담겨있기 때문일 것이다. 인사는 사람 간 관계를 좋게 만드는 표시이고, 또 그렇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 흔히 ‘인사(人事) 가 만사(萬事) ’라는 말을 하곤 한다. 어떤 일을 할 때 어떤 사람을 쓰는가에 따라 일의 승패가 달려 일할 사람을 쓰는 일(人事)이 모든 일(萬事) 에서 가장 중요하는 뜻이다. 그렇다. 어떤 일의 승패는 그 일을 하는 사람에 달려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 필자가 말하는 ‘인사가 만사’라는 말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상대에게 나누는 예의로서 인사(人事)하기도 사람이 살아가는 모든 일(萬事)에서 매우 중요하다는 뜻으로 쓴 말이다. 그래서 ‘인사’라는 한자어도 사람(人)의 일(事) 로 되어 있지 않은가. 나는 종종 학생들에게 우리가 살아가는데 능력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남들과 잘 어울려 인간관계를 잘 해나간다면 성공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한다. 또 인사를 잘하는 사람은 인생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말한다. 인사는 사람 사이의 관계를 얽어주는 끈이요 서로의 관계를 더 부드럽게 해주는 윤활유다. 인사는 서로가 서로를 멀리 떠나지 않게 하는 손잡음이고, 상대를 기분 좋게 해 주는 귀한 선물이다.

인사를 잘하는 사람은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고,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다. 싱그러운 아침 햇살처럼 밝은 미소를 지으면서 서로에게 보내주는 인사보다 더 아름다운 모습이 있을까. 우리는 인사하는 데 조금도 주저하고 망설이지 않았으면 한다. 나는 인사를 잘 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임규홍(경상대학교 인문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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