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참사 희생자 합동 발인
진주 참사 희생자 합동 발인
  • 임명진·백지영기자
  • 승인 2019.04.23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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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복 입은 어머니 마지막 배웅 나서
운구차, 숨진 학생들 교정 들러 작별인사
진주 아파트 방화·살인 희생자 4명의 합동영결식이 사건 발생 7일 만인 23일 오전 10시께 진주 한일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희생자 5명 중 1명은 가족 사정상 이틀 전 먼저 발인했다.

이날 합동영결식에는 고인의 유족과 지인, 시민 등 150여 명이 참석했다. 박성호 경남도 행정부지사, 조규일 진주시장, 박대출 국회의원, 김창룡 경남지방경찰청장, 이희석 진주경찰서장 등 관계기관 직원도 참석해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진주시가 주관한 영결식은 A(64·여)씨, B(58·여)씨, C(18)양, D(12)양 모두가 불교 신자인 까닭에 불교식으로 거행됐다.

두 학생의 영정 앞에는 이들이 생전에 즐겨 먹던 초코우유와 과자가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영결식이 시작되기 전부터 통곡 소리가 울려퍼지던 장례식장에는 슬픔이 짙게 깔려 무거운 분위기였다.

D양을 구하기 위해 계단으로 다시 올라갔다 안인득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던 D양의 어머니이자, A씨의 며느리인 E씨도 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하기 위해 참석했다.

환자복 위에 검은 롱패딩을 걸쳐 입고 남편의 부축을 받으며 영결식장으로 들어선 E씨는 아무런 말도 못 한 채 연신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다.

다른 유족의 부상 가족은 중상으로 거동이 힘들어 참석하지 못했다. 왼쪽 팔다리가 마비된 B씨의 딸은 전날에야 겨우 자가 호흡에 들어갔고, C양과 단둘이 살며 ‘가슴으로 낳은 딸’이라며 살뜰히 키워온 큰어머니는 현재 4번의 수술을 한 상태다.

추도사를 맡은 조 시장은 “비통한 심정으로 오늘 영령들을 떠나보내려 한다. 유가족이 슬픔을 딛고 일어서길 바란다”며 위로의 말을 전했다.

이어 “우리는 영령들의 희생이 주는 의미를 가슴 깊이 새겨야 할 것”이라며 “다시는 이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책무이고 이번 사건의 교훈을 가슴에 새겨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헌화와 재배가 시작되자 유족들은 이제 정말 고인을 떠나보내야 한다는 것이 실감나는듯 오열하기 시작했다.

안치실에서 관이 나오자 차마 고인을 떠나보낼 수 없는 유가족들은 “○○아”, “○○언니” 부르짖으며 관을 어루만졌다.

12살 동생의 영정을 든 언니는 푹 숙인 고개를 들지 못했다.

운구차에 실린 관에 매달려 한참을 통곡하던 유가족과 지인은 “이제는 보내드려야 한다”는 장례식장 직원의 안내에도 손을 흔들며 거부하다가 겨우 버스로 발걸음을 옮겼다.

C(18)양, D(12)양을 싣은 운구차는 이들이 다니던 초등학교와 고등학교에 들러 정들었던 친구와 교직원에게 마지막 배웅을 받았다.

희생자들의 유해는 진주 안락공원으로 이동해 화장을 마치고 각각 진주 내동공원묘원과 국립대전현충원으로 옮겨졌다.

A씨는 국가유공자로 2001년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된 남편 곁에 안장돼 영면에 들었다.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발인식이 진행된 이날 가물었던 하늘에도 비가 내렸다.

임명진·백지영기자

 
23일 진주 아파트 참사 희생자 합동영결식이 거행된 후 희생자 유해를 담은 관이 운구차에 오르자 유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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