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데 피어
부럽다고?
여기까지 오는데
20년이 걸렸어.
꽃그늘 아래로 모여든 사람들의 시선과 함성이 느껴지는 디카시다. 그들을 향하여 벚나무의 길게 뻗은 가지 위로 만개한 꽃들이 던지는 말이다. 이는 디카시의 대언적 기능이며 시적 모방론뿐만 아니라 존재론과 표현론의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즉 시인이 사물의 에이전트 역할을 하는 것이다.
고사성어인 대기만성(大器晩成)은 큰 그릇은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뜻이며 또한 큰 사람이 되려면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쓰이는 사자성어다. 이는 서양속담 중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말의 뜻과 같다. 20년이 걸려 저토록 높은 곳까지 이르렀다는 고백에 이어 서정춘의 백 년이 걸려 피는 꽃도 있으니 독자와 함께 저 벚나무 아래서 ‘죽편’이라는 시를 만나본다. ‘여기서부터, ㅡ멀다/칸칸마다 밤이 깊은/푸른 기차를 타고/대꽃이 피는 마을까지/백 년이 걸린다’ /시와경계 편집장
저작권자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