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길의 경제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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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일보
  • 승인 2019.04.28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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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치즈의 대부였던 지정환 신부

 
명예박사학위 받은 지정환 신부(연합뉴스)


치즈는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제조 식품 가운데 하나로, 그 기원은 선사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신석기 시대인 기원전 7000년경에 목축과 함께 시작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 이유는 치즈가 만들어지려면 동물의 젖이 필요하기 때문에 가축을 사육했을 시기에서 치즈의 시작을 추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최초로 가축을 사육하던 민족인 중앙아시아의 유목민에 의해 치즈가 발견되어 중앙아시아에서 유럽 대륙으로 넘어왔다고 보기도 한다. 아무튼 치즈 제조의 원산지가 유럽인지, 중앙아시아인지 아니면 중동인지를 확실하게 규정할 설득력 있는 증거는 찾을 수가 없다고 한다. 하지만 우유 생산은 이집트와 수메르에서 기원전 3100백년 경부터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치즈를 나누는 방법에는 수많은 분류법이 있지만 일반적으로 신선한 치즈와 숙성된 치즈 두 가지로 구분한다. 유청과 응유(curdled milk)가 분리된 유즙으로 만든 치즈를 신선한 치즈(Fresh cheese)라고 하며 많은 수분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부드럽고 폭신한 식감(食感)을 지니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숙성된 치즈가 되기 위해서는 응유를 가열하거나 박테리아를 접종하는 등의 과정을 통해 응유를 보존 처리해야 한다. 이후 온도와 습도가 제어되는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숙성을 하면 자연스러운 치즈가 완성된다. 그리고 치즈의 조직 상태에 따라서는 연질 치즈(soft cheese)와 반경질 치즈(semi hard cheese)로 나뉜다. 그리고 유지방의 함량에 따라서는 좀 더 복잡하게 분류된다. 경질 치즈와 탈지 치즈, 저지방 치즈와 중지방 치즈, 고지방 치즈와 초고지방 치즈로 나뉜다.

우리나라에서 유제품 산업이 시작되었던 때는 1900년 초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주도적으로 치즈를 만들 수 있게 된 것은 60여 년이 지나 타국인에 의해서였다. 그 타국인이란 지난 4월 13일에 작고한 지정환 신부이다. 지정환 신부는 벨기에의 로마 가톨릭 선교사로 본명은 디디에 엇세르스테반스(Didier t’Serstevens)이다. 그는 1931년 12월 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한 귀족 집안의 막내로 태어났다. 1958년 가톨릭 사제가 된 그는 당시 한국전쟁의 여파로 아프리카보다도 가난하다는 한국에 갈 결심을 하고, 그 이듬해 부산항에 발을 디뎠다. 천주교 전주교구에 배속된 그는 전주시 전동성당의 보좌신부로 있다가 1961년 7월, 부안성당 주임신부가 되어 부안군으로 떠나게 되었다. 거기서 그는 가난 때문에 어렵게 사는 농민들을 구제하고자 30만평에 이르는 땅을 간척하게 하고 간척에 참여한 농민들에게 그 땅을 나누어 주기도 하였다.

1964년에 척박한 산골 동네인 임실군에 부임한 그는 다시 가난으로 불쌍한 삶을 사는 농민들을 보면서 풀밭이 많은 임실에서 자라기 쉬운 산양을 길러 산양유 생산을 시도하였다. 그러나 당시 한국에서 낯설었던 산양유가 잘 팔리지 않고 남은 것이 버려지게 되자, 그 젖으로 치즈를 만들 생각을 하게 되었다. 벨기에의 부모님으로부터 2000달러를 받아 허름한 치즈 공장을 세웠다. 하지만 치즈를 만드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아 3년이 지나도 성과가 나오지 않자, 프랑스와 이탈리아 견학까지 가서 기술을 배워왔다. 그 결과 1969년에 비로소 치즈 생산에 성공할 수 있었다. 치즈 산업체에서는 산업 기밀이라며 기술을 알려주는 걸 꺼렸는데,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어떤 치즈 기술자가 노트에 기술을 적어서 신부에게 주었다고 한다. 그 덕에 임실 치즈는 서울의 특급 호텔에 납품될 정도로 유통망을 넓혀갔다. 후에 지 신부는 이 치즈 공장의 운영권, 소유권을 모두 주민협동조합에 넘겼다.

한국의 민주화에도 관심을 기울였던 그는 1970년대 박정희 정부의 유신 체제에도 항거하여, 다른 외국인 선교사들과 함께 저항운동을 하였다. 이로 인해 국외 추방의 위기까지 갔으나, 당시 정권도 치즈 산업으로 농촌 경제 육성에 이바지한 그의 공적을 인정했기에 추방 명령은 집행되지 않았다. 지정환 신부는 2016년 2월 4일 법무부에서 대한민국에 특별한 공로가 있는 자에게 수여하는 국적 증서를 받아 법적인 한국인이 되었다. /경상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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