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칼럼]지도에서 사라질 위기의 호수들
[과학칼럼]지도에서 사라질 위기의 호수들
  • 경남일보
  • 승인 2019.04.28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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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홍(전 김해교육장)
초등학교 시절 키가 작은 나는 제일 앞쪽에 앉아 있었고, 우리 교실의 앞에는 세계 지도가 걸려 있었다. 마침 국어 시간에 리빙스턴의 아프리카 탐험을 배울 때 고개만 들면 나의 눈앞에는 아프리카 지도가 보였다. 아프리카 중부의 빅토리아 폭포와 정글, 무더위, 모기떼, 킬로만자로의 만년설 등 여러 가지를 배웠지만, 지금 나의 머리에 남아 있는 것은 나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아프리카 북쪽의 커다란 챠드 호수였다.

지구온난화의 비극과 인간의 욕심으로 사라지고 있는 세계의 호수들 중에는 중앙아시아의 아랄 해, 이란의 우르미아 호와 함께 챠드 호수가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히고 있지만,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네 나라인 차드, 니제르, 나이지리아, 카메룬까지 모두가 내전으로 접근이 힘든 국가인지라 호수 소멸의 위험과 호수 주변 사람들의 생존 위협에 대하여 제대로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약 250만 년 전에 생성될 때는 지구에서 가장 큰 호수였던 챠드호수는 1년의 대부분은 건기이고, 6∼8월의 짧은 우기에도 200㎜ 안팎의 적은량의 비가 내리는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남쪽 가장자리의 건조지역인 사헬 지대에 있으면서도 워낙 호수의 규모가 커서 3000만 명에 이르는 주민들의 식수원으로 사용할 만큼 일대에서 필수적인 식수원이었다. 이런 챠드호가 산업혁명 이후 지구의 기후가 급격히 변하는 지구 온난화로 사헬 지대의 급격한 사막화, 그리고 1900년대 이후 아프리카의 인구 폭등 등의 문제로 인해 현재는 유량의 95%가 줄어들어 세계 지도에서도 호수 자체를 찾기가 어려울 정도로 위협을 받는 재앙적인 상황에 이르렀다. 1960년대 이후로 사막화가 가속화되어 호수 자체가 소멸하고 있어서 과거 늪지대와 갈대밭이었던 곳은 사막으로 변한 지 오래이다. 여기에다 호수 면적이 줄어들면서 차드는 물론 다른 나라에 살고 있던 종족들까지 물을 구하기 위해 호수 가까이로 삶의 터전을 옮기고 있기 때문에 호수 인근지역 인구는 더 늘어나 호수 일대에서 삶을 유지해 왔던 주민들도 생존 위기에 내몰려 있다.

챠드호 뿐만 아니라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북서쪽으로 600㎞쯤 떨어져 있는 세계에서 3번째로 큰 염수호수인 우르미아호 역시 10여년간 계속된 가뭄에다 무분별한 댐 건설로 이미 60%가 말랐으며 여기에다 호수에 유입되는 물을 농업용수로 너무 많이 소비하면서 앞으로 3~5년 내에 완전히 물이 없어질 위험에 처해 있다. 염수호수가 마르면서 생성된 소금 분진은 인근 지역의 농업도 치명적인 피해를 주어 인근 지역에 거주하는 수백만명의 생계가 위협을 받고 있다.

인간이 인위적으로 물길을 막으면서 벌어진 이 같은 사태는 우르미아호 뿐만 아니라 중앙아시아의 아랄해도 해당된다. 세계에서 4번째로 큰 호수였던 아랄해는 어족들이 풍부해 주변에 사는 어민들은 풍족한 생활을 유지할 수 있었다. 대륙 한복판에 위치해 시르다리야강과 아무다리야강 두 곳의 강 이외에는 물이 들어올 곳이 없었던 아랄해. 소련이 아랄해에 유입되는 두 곳의 강에 댐을 세우면서 아랄 해의 재앙이 진행되기 시작했다. 댐이 완공되고 난 후 호수는 점점 말라가면서 염도도 증가하기 시작했다. 해마다 호수의 면적이 줄어 바닥이 드러나면서 아랄해는 북 아랄해와 남 아랄해의 자그마한 두 개의 호수로 나누어져 버렸고, 현재는 50년 전의 10분의 1에 불과한 넓이의 호수만 남아있는 실정이다.

소련이 몰락 후 아랄해 근방의 국가들은 아랄해의 소멸을 막고, 아랄해를 1960년대 초의 상태로 회복시키기 위한 엄청난 비용을 투입한 범국가적 프로젝트를 시작하였다. 북 아랄해 지역에 인접한 키르기스스탄은 상류에 있던 댐의 문을 개방해 자국의 시르다리야 강에서 물을 개방하여 강물을 공급했고, 이 물이 남 아랄해로 가다가 증발하지 않도록 쾨카랄 댐을 세워 북 아랄해는 어느 정도 수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 또한 수위가 회복되고 염도가 낮아진 이후, 어족을 방생하자 수확량이 1년 만에 100배로 증가하는 등, 회복이 어느 정도 이루어졌다.

인간에 의해 파괴된 호수를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들여 인간이 다시 복원하는 ‘파괴와 복원’의 그 끝없는 비극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만약 지금 상황을 호전시키기 위하여 섣부른 조작을 가한다면 자연은 새로운 파괴를 가져올 수도 있다. 한번 바뀐 자연을 원상으로 회복하는 일도 과학적으로 세밀한 검토를 거쳐 시행해야 한다.
 
성기홍(전 김해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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