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이안 여행과 머무는 도시
호이안 여행과 머무는 도시
  • 경남일보
  • 승인 2019.04.30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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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석(대아고등학교 교감)
정규석
정규석

지난 2월 말에 아들과 함께 옛 거리가 잘 보존되어 있는 베트남 중부의 작은 도시 호이안을 여행했다. 이곳은 대단한 역사적 유적지가 있다거나 매우 유명한 인물들이 배출된 곳은 아니다. 따라서 잘 보존된 옛 거리뿐만 아니라 수많은 관광객들을 끌어들일 만한 또 다른 특별한 볼거리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안고 여행을 시작했다.

호이안은 옛 거리만을 놓고 보면 수백 년 된 낡은 건물들이 즐비한 모습이다. 그런데 해가 지면서 길을 따라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붉은 등들이 예쁘게 불을 밝혔고, 늘어선 집집마다에도 수십 개씩의 등들이 불을 밝혔다. 투본 강에도 수많은 배들이 아름다운 등으로 수를 놓았고, 낮에는 흙탕물만 보이던 그 강에는 예쁜 유등들이 떠다니며 달빛과 함께 물을 비추고 있었다. 밤이 되니 밋밋함에서 화려함으로 변신한 것이다.

주변에는 야시장이 형성되어 베트남의 온갖 음식들을 한자리에서 맛볼 수 있었다. 옛 거리를 이루고 있는 건물 중 규모가 큰 집들은 나름대로 스토리를 엮어서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가이드들이 유래를 설명하기 바빴다. 이런 집에 살았던 수백 년 전 옛 주인들은 그렇게 유명한 인물들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도 그 지역의 스토리를 엮어서 흥미 있게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었다. 필자가 살고 있는 진주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진주는 호이안보다 훨씬 큰 역사적 스토리를 지니고 있는 도시이다. 임진왜란 때 3대 대첩의 하나인 진주대첩이 있었던 곳이고, 진주성, 촉석루, 국립박물관을 비롯하여 주변에 아름다운 진양호까지 끼고 있다. 매년 가을이면 개천예술제와 함께 유등축제도 열린다. 그 때가 되면 호이안 못지않은 야시장도 형성된다. 진주에서 제법 큰 호텔업을 하면서 외국 관광객 유치를 위해 상당히 노력하고 있는 친구가 한명 있는데, 그가 평소 생각하는 점들을 SNS에 글로 올려놓은 것을 본 적이 있다. 외국단체관광객들이 저녁에 자기 호텔에 와서 잠은 잤지만 관광은 다른 도시로 간다면서 이 점을 매우 안타까워했었다. 진주도 관광객들이 한번 오면 그냥 스쳐만 가는 도시가 아니라 머무는 도시, 볼거리가 있는 도시, 먹거리가 넘치는 도시로 만들기 위해 오래 전부터 관계자들이 나름대로 많이 노력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 호이안과 같은 일 년 내내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도시로 만들기 위해서는 진주가 지닌 역사유적지의 활용뿐만 아니라 인근의 볼거리들에 스토리를 불어넣고, 먹거리까지 엮어서 오랫동안 머물 수 있는 마음이 생기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정규석(대아고등학교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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