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에도 강하고 녹색댐 기능도 강한 숲을 만들어야
산불에도 강하고 녹색댐 기능도 강한 숲을 만들어야
  • 경남일보
  • 승인 2019.05.0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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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현 (국립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시인)
해마다 봄이면 산불로 온 국토가 몸살을 앓는다. 이번 고성산불도 그렇지만 불 난리는 차마 보지 못할 아비규환 그 자체다. 그 날도 강원도에 강풍이 몰아칠 거란 방송이 나왔다. 필자는 오래전 강원도 고성의 산들을 뒤덮은 대규모 산불을 기억하고 실제 그것을 봤던 터라 혹시나 또 산불이 나지 않을까 노심초사했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날도 봄기운을 시샘하듯 초속 30m가 넘는 강풍이 몰아닥쳤다. 이 바람은 국민들의 눈을 강원도 산불 재난방송에 쏠리게 했고, 눈 깜짝할 사이 주택 516여 채, 520여 ha의 산림, 그리고 여럿의 사상자와 수많은 이재민을 낳았다.

그렇다면 이런 대형 산불은 꼭 강풍만이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논밭두렁 태우기, 숲에서 담배 피우기, 전기사고 등 다른 많은 원인들이 있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다른 곳에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소나무와 같은 침엽수는 테르펜이라는 물질이 알코올 성분을 띠고 있어 불에 잘 탄다. 마르지도 않은 솔잎에 불을 붙여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불은 금방 나무에 붙어 삽시간에 엄청난 속도로 옆 나무들에 옮겨붙는다. 그렇다면 옆 나무들이 얼마나 가까이 있는가에 따라 불이 옮겨붙는 속도는 빨라질 것이다. 그만큼 우리의 숲은 빽빽하다. 밀도가 너무 높다는 것이다. 많은 생태학자는 우리 숲이 불에 잘 타는 밀도로 되어 있다는 것을 지적한다. 그래서 강도 높은 숲가꾸기가 필요하다고 한다. 고속도로나 도로를 주행하면서 주변의 숲을 둘러보라. 나무와 나무 사이의 간격도 없이 빽빽하게 숲이 들어찬 것을 볼 수 있으리라. 이렇게 빽빽하게 숲이 우거져 있으면 혹자는 숲이 아름답게 울창해졌다고 여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생태적으로나 환경적으로나 숲의 가치로 볼 때 숲은 좋아진 것이 아니다. 숲속에는 빛이 들어가지 못해 숲속 생태계는 망가져 초본류 같은 하층식생이 자라지 못한다. 그랬을 때 비가 오면 산림의 표층침식이 증가한다. 이것이 산사태를 유발할 수도 있게 된다. 그뿐인가. 숲이 빽빽해서 나무들이 경쟁하다 보면 잘 자라지 못한다. 최종적으로는 목재 가치가 떨어진다. 잘 자라지 못하기 때문이다. 영양분을 충분히 섭취해야 하는데, 서로 섭취하려고 경쟁하다 보니 자라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한 예로 같은 해에 심은 나무를 대상으로 국립산림과학원에서 실험한 결과, 숲가꾸기를 잘 한 숲에서 자란 나무와 그렇지 못한 숲에서 자란 나무는 부피 생장이 5배나 차이가 나며, 숲 가꾸기를 잘 하지 못한 곳에서 자란 나무들은 옹이가 빠지는 등 목재 가치도 숲가꾸기를 잘 한 숲보다 훨씬 나빠진다고 발표하였다. 숲이 지닌 녹색댐의 기능도 숲가꾸기를 잘 한 곳이 당연히 좋은 결과를 낳았다. 산불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다닥다닥 붙어 있는 숲에서 산불이 나면 당연히 쉽게 불이 옆 나무로 옮겨붙어 산불확산속도는 크게 될 것이고, 여기에 바람이 작용하면 산불피해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숲의 밀도를 조절하는 숲가꾸기를 강도 높게 실행하게 되면 숲의 생태계가 좋아진다. 숲이 가진 녹색댐의 기능도 향상되어 계곡의 물의 양이 증가하면 인공댐이나 하류에서 필요한 물의 양이 증가하게 된다. 나무는 더 경제적인 나무로 자라 목재 가치가 증가한다. 산불피해 규모도 줄어든다. 더구나 IMF 외환위기 때 숲가꾸기 공공근로 사업처럼 더 많은 사람에게 일자리를 늘려줄 수 있다. 이처럼 여러 면에서 좋은 일을 마다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적어도 숲가꾸기는 눈에 보이는 곳만이 아니라 숲속 깊숙이까지도 실행해야 한다. 그래야 그 효과는 높아질 것이다. 아울러 숲가꾸기는 강도 높게 해야 한다. 그래야 효과가 배가된다.

이제 곧 아까시나무 꽃이 필 것이다. 산불업무를 보는 많은 사람은 그 꽃이 피는 날을 기다린다. 왜냐면 그 꽃이 피면 산불이 안 난다는 속설이 있기 때문이다. 즉, 새잎이 나고 잎이 수분을 먹어 잘 타지 않기 때문이란다. 그래도 불에 잘 타는 침엽수들이 빽빽하게 겹쳐있다면 산불에 이길 장사나무는 없다.
 
박재현 (국립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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