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문화는 어머니다!
지역의 문화는 어머니다!
  • 문병기
  • 승인 2019.05.0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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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영제(전 농림수산식품부 제2차관, 행정학박사)
문화에 대한 우리의 관심을 직접적으로 불러일으킨 사람은 아마도 미국의 학자 ‘새뮤얼 헌팅턴(Samuel Huntington)‘일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그는 서구 기독교 문명과 이슬람 및 아시아 유교 문화권의 충돌을 예견하면서, “이념은 가고 문명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라고 역설한바 있다. 그리고 그는 문화가 경제발전과 민주적 정치제도를 결정하는 핵심요인이라는 주장을 펼치면서 문화논쟁을 가속화시켰다.

헌팅턴의 이러한 문화 논쟁을 접하면서 우리의 관심은 민선자치 시대에 지역문화와 지역발전은 어떤 관계에 있는가를 살펴보는 것이라고 하겠다.

여기에서 먼저 지역의 문화를 일반적으로 정의한다면 물론 여러 가지 견해가 있겠지만, ‘지역 주민들이 사회생활의 과정을 통하여 상호간에 공유하는 생활양식과 가치관의 총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역의 선조들이 남겨놓은 유·무형 자산 뿐만 아니라, 현 세대 지역 주민들이 살아가면서 서로 배워가는 과정도 지역문화에 포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지역의 문화를 이러한 관점에서 파악한다면 지역사회 주민들이 공유하는 가치관, 지식 그리고 이념 등 정신적 요소들 뿐만 아니라, 주민조직과 제도와 거주환경 등과 같은 비 정신적 요소까지도 넓게 보아 지역문화의 범주에 포함된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지역문화의 창달은 특히 민선자치 시대에 그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고 본다. 지역 주민들이 주인정신으로 무장하고 지역의 일체감을 조성하여, 다른 자치단체와 차별적인 발전전략을 수립하는 토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우리의 가정에서 어머니가 식구들을 함께 보듬어가는 역할과 다름이 없지 않는가?

이러한 지역문화에는 고급 또는 저급 문화의 차별이 있을 수 없다고 하겠다. 모두가 동일한 문화적 공동체에서 지역 주민들이 어울려 살아오면서 상호 배움의 과정을 통하여 이룩해 놓은 소중한 지역의 자산이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우리들의 어머니가 잘 난 어머니 못 난 어머니 없이 자식들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존재라는 논리와 같은 것이다.

필자는 여기에서 지방자치 시대에 지역문화가 지역발전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할 때, 우리가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요소가 있다고 주장한다. 다시 말하면 특정 지역의 문화 자체를 고급 또는 저급 문화로 차별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자기들의 지역문화를 조금이라도 격조가 높게 가꾸어 나가려는 지역 주민들의 노력은 결코 중단되어서는 안 되겠다는 것이다. 공자(孔子)는 일찍이 어떤 나라의 민심을 알아보려면 그 나라의 음악을 먼저 들어보라고 하였다. 한 나라의 음악은 오락(娛樂)의 기능 뿐만 아니라, 그 나라 국민들 내면의 정신세계를 표출한다고 공자는 꿰뚫어 보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백성들이 평소 즐겨 듣는 음악이 정돈되어 있으면 백성들의 마음도 정돈되어 있고, 음악이 혼란스러우면 백성들의 마음도 혼란스럽다고 파악했을 것으로 이해된다.

문화는 어머니와 같아서 집안 식구들이 평소에는 소중함을 잘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일단 어머니를 잃었을 때 특히 자식들에게 닥쳐오는 정신적 방황을 생각해 보라! 어머니가 떠난 후 한 집안의 상황이 이전과 전혀 다르게 흘러가는 경우가 비일비재(非一非再)하지 않는가? 우리가 일제 강점기간 동안 우리 고유의 문화를 빼앗기고 살았던 당시의 암울한 시절을 상기해 보자. 지역의 문화는 지역의 어머니다! 소중하게 가꾸어 나가자!

 
하영제(전 농림수산식품부 제2차관, 행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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