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의 박물관 편지[29]큐켄호프
김수현의 박물관 편지[29]큐켄호프
  • 경남일보
  • 승인 2019.05.02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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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에는 일 년 중 약 두 달 동안만 방문 할 수 있는 튤립 박물관이 있다.

바로 올해 70회째를 맞는 튤립 축제 ‘큐켄호프’다. 큐켄호프는 3월 말에 개장하여 5월 중순까지 열리는데, 그 기간 동안 튤립의 화려한 모습을 감상하기 위해 각 국에서 관광객이 몰려든다. 특히 지난 4월 말, 부활절 연휴를 맞아 약 100만명의 관광객이 튤립을 보기위해 인산인해를 이루어 암스테르담을 비롯한 큐켄호프가 열리는 리세 지역은 몸살을 앓기도 했다.

15세기 무렵, 현재 큐켄호프 지역 일대는 과일과 채소 등이 심어져 있는 밭이었다가 1641년 건설된 큐켄호프 성 덕분에 성곽 일대의 면적이 크게 확장되었다. 이후 조경 건축가 얀 데이비드 조처(Jan David Zocher)가 1857년에 성 일대를 공원으로 조성했다. 1949년 네덜란드 화훼산업의 중심을 담당하던 튤립 구근 재배자들과 수출업자들이 자신들의 제품을 이 공원 일대에 심어 전시하자는 아이디어를 생각해 냈는데, 이것이 큐켄호프의 시작이 되었다. 대중들을 맞이한 첫 회부터 큰 성공을 거둔 큐켄호프는 이후 계속 해서 성장하며 네덜란드 튤립이 세계적인 명성을 가질 수 있게 된 밑거름이 되었다. 매년 큐켄호프에서 피어날 튤립을 위해 네덜란드 내 100여 군데의 튤립 구근 업체들이 가을부터 구근을 공급하여 축제를 준비한다. 조경 전문가들은 매년 특별한 컨셉을 바탕으로 전시 및 디자인을 구상하고 튤립의 색깔, 꽃의 높이, 개화 시기 등을 고려해 공원을 조성한다.

 
매년 이맘때 즈음이면 튤립이 재배 되고 있는 네덜란드 리세지역은 화려한 색상으로 물든다. 그러나 농장 주인의 허락 없이 튤립 밭에 들어가 사진을 찍고 튤립을 망가뜨려 놓는 관광객들이 늘어나면서 재배업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네덜란드 화훼산업의 중요 네트워크

약 800여 종류로 이루어진 700만개의 튤립 구근이 다양한 모습으로 피어나면 관광객들 뿐 만아니라 전 세계 화훼 관련 종사자들도 큐켄호프를 방문한다. 구근의 종류나 품질을 실제 피어난 꽃으로 확인할 수 있으니 큐켄호프 행사장 전체가 하나의 살아 숨쉬는 카탈로그가 되는 셈이다. 튤립 외에도 네덜란드에서 다양한 꽃을 재배하는 농장주는 축제 기간 동안 열리는 전시회나 플라워쇼를 통해 다양한 꽃과 화분들을 선보인다. 큐켄호프는 화려한 꽃 축제 일 뿐만 아니라 재배업자와 소비자와의 소통 장소로써의 역할도 담당하고 있어서 다양한 화훼산업 관련 기관들과 유대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큰 튤립 수출국 중 하나로 손꼽히는 네덜란드는 국가 면적의 60% 이상이 농업과 원예 분야에 이용되고 있으며, 특히 튤립구근의 수출량은 매년 20억개를 넘나드는 수준이다.



 
네덜란드 리세 지역에 만개한 튤립이 형형색색의 매력을 뽐내고 있다.
울창한 나무와 수변지역이 어우러진 튤립 꽃밭은 네덜란드 뿐만 아니라 세계 전역에서 관광객이 찾는 명소다.


튤립에 대한 진실

튤립은 중앙아시아 평원에서부터 비롯되어 16세기 무렵 네덜란드에 들어왔다. 식물학자 카롤루스(Carolus Clusius)는 오스만 제국에서 과학자로 일하던 친구를 통해 튤립 구근을 얻었다. 그 당시 오스만 제국을 통치하고 있었던 술레이만은 식물애호가로 다양한 꽃과 식물을 가까이 했다고 전해진다. 튤리파 혹은 튤립이라고 불린 꽃의 명칭은 터번을 의미하는 페르시아어 터번 ‘Turban’에서 파생 되었다. 튤립은 바다로부터 가까운 곳에 위치한 해안지역에서 잘 자란다. 모래와 점토가 섞인 네덜란드 토양상태는 튤립이 자라기 최적의 조건이다. 해양성 기후를 가지고 있는 네덜란드는 연평균기온의 차이가 심하지 않으며, 겨울에도 평균 2~4 도를 유지한다. 다양한 색상의 튤립이 있지만 튤립은 오직 한 종류다. 튤립은 모양이나 개화시기 등에 따라 15가지의 그룹으로 구분된다.



 
 
터번을 두르고 있는 술레이만


튤립의 역사

전 세계 최초로 기록된 거품경제현상인 튤립버블은 네덜란드에서 튤립 구근에 대한 투기 열풍 때문에 일어났다.

1634년부터 1637년까지 발생한 튤립 광기 현상은 오늘날 네덜란드가 튤립으로 유명해지도록 한 몫 했다. 이국적인 자태로 여러 가지 색깔과 모양을 가지고 있었던 튤립은 투기에 좋은 대상이 되었고, 실제 구근은 없지만 서류상으로 거래되기 시작하며 튤립의 값은 날이 갈수록 치솟았다. 제법 괜찮은 집 한 채 값까지 올랐던 튤립의 가격은 시간이 지나면서 가격의 거품이 빠졌고, 구근에 투자했던 수많은 사람들을 파산으로 몰아넣었다. 제 2차 세계 대전이 막바지였던 1944년 겨울, 독일군은 퇴각하며 네덜란드를 봉쇄해버렸고 시민들은 큰 굶주림에 시달리게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가장 혹독한 추위까지 맞은 암스테르담은 굶어 죽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무역로의 차단으로 튤립구근을 더 이상 수출 할 수 없게 되자 튤립 재배 업자들은 전분 함유율이 높은 구근을 식량으로 팔기 시작했다. 구근의 껍질을 벗겨내고 반으로 잘라 감자처럼 30분 정도 익혀 먹었다고 전해지는 튤립구근의 맛은 실제 감자의 맛과 비슷하다고 한다.



 
네덜란드 튤립 투기열풍이 일어났을 당시 가장 비싼 값에 거래 되었던 튤립 ‘Semper Augustus’


개장시기 : 3월 21일 ~ 5월 19일 (2019년)
개장시간 : 오전 8시~오후 7시 30분
주소: Stationsweg 166A 2161AM Lisse
입장료: 성인 17유로, 4-17세 8유로
홈페이지: https://keukenhof.nl/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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