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慶南文壇, 그 뒤안길(462)
강희근 교수의 慶南文壇, 그 뒤안길(462)
  • 경남일보
  • 승인 2019.05.02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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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지역의 ‘계림시회’ 동인회(1)

경남 사는 닭띠해生 글동무 모임
10명의 동인 중 김혜연이 비었다
추진력 넘치던 김 시인 빈자리
남은 동무들의 아쉬움은 컸다
경남지역권 시동인회는 1977년 ‘흙과 바람’이 시초라 할 수 있다. 이 동인회는 마산의 이광석, 창원의 황선하, 진주의 강희근 김석규, 정순영,거창의 표성흠 등이 결속한 단체이다. 이들은 당시 30대 중반에서 40대 중반쯤의 나이대였는데 4집까지 나왔다가 긴 잠을 잤다. 그러다가 30년이 지난 뒤 2007년 5월 복간호를 내고 이어 복간 2집을 내었는지는 필자의 기억으로는 감감하다.

복간호 머리말을 필자가 썼는데 후반부를 옮겨볼까 한다.

“새봄의 바람은 부산으로부터 불어왔다. 정순영, 김석규 두 동인이 복간의 결의를 마산, 진주, 거창 쪽으로 불어보냈다. 뜸이 냄비의 뜸처럼 빨리 돌았다. 이것이 걱정이긴 하지만 그게 대순가. 그리움이 막혔던 30년의 물꼬를 틔우는데, 지금 봄이다. 그간 유명을 달리하신 황선하 시인에게도 물꼬의 물이 가 닿기를 빈다. /‘흙과 바람’ 복간은 그러므로 돌아온 고향이리라. 집 나갔던 아들이 제각금 자리를 찾아내고 조금씩 성취를 해보고, 이름도 여기 저기 걸어놓아 보기도 하다가 돌아온 것이다. 송아지를 잡고 풍악도 울려볼 것이다. / 다시 출발선에 선 ‘흙과 바람’, 언제나 출발은 축복이다. 시인에게 동인지는 그 축복에 신겨진 신발일 것이다. 보라! 흙 위에 내딛는 우리들의 걸음, 우리들의 도보를…. 2007년 봄 강희근”

‘계림시회(鷄林詩會)’ 이름이 고전적이다. 계림이 신라 경주 계림으로 언뜻 읽히지만 그게 아니다. 닭계, 수풀림이니 닭띠 동갑내기(1957) 모임인 듯하다. 2015년 창간시화집을 낼 때 창간사 일부를 보자. “계림이라니. 신라 창건 설화 같은 거룩한 뜻이 있는 건 아니다. 그저 닭띠해에 태어났고 경남에 살며 함께 글동무가 된 이들의 작은 모임이다. 정이며 추억을 쟁이는 창고로는 책만한 게 없다. 시인이라면 지역에 진 빚은 지역을 노래하며 갚는 게 좋으리란 생각이다. 우리가 이 책을 기획한 의도이다.” 그 2년 후에 2집 사화집이 나왔고 3집은 2018년에 나왔다.

이 시회의 동인으로는 김경식(2013, 열린시학), 김일태(1998, 시와 시학), 박우담(2004, 시사사), 우원곤(2003, 한국문인), 이달균(1987, 시집 남해행, 지평), 이상옥(1989, 시문학), 이월춘(1986, 지평), 정이경(1994, 심상), 최영욱(2001, 제3문학), 그리고 고 김혜연(1993, 시와 시학)이다. 김혜연은 작년 7월에 작고하여 현재 동인은 10명에서 9명이 되었다. 작년 가을 사화집 3집의 머리말을 이월춘이 썼다.

“김혜연 시인. 그가 없었으면 계림시회도 태어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동안 온갖 짜증과 낭패에도 친구들을 다독여 원고를 모으고 출판사를 섭외하고 책을 발간하고 우편작업에 뒤풀이까지 해내는 추진력에 친구들은 그저 고마울 뿐이었지만, 가고 난 후에 빈 자리를 느끼는 마음은 절대 가볍지 않다.”

3집은 김혜연 유고 특집인데 유고 12편을 실었다. 시편들이 중량감이 있다. 그중 <하루 하루>가 눈에 띈다. “어제와 다른 세상의 색깔은 뭔가/ 지워져 형체도 없는 꿈과는 재회할 수 있을까/ 몇 번의 내일은 셀 수 있을까/ 쓰지도 못한 능력 외 기록할 것은 얼마나 남았나/ 예정되지 못한 헤어짐과 쉽게 작별할 수 있나/ 오래도록 오지 않을 달콤한 공기의 입술과/ 소모되고 남은 삶의 풍성함마저/ 반항하듯 거침없이 달려가는 시곗바늘 앞에 서서 /자유로운 건배사로 축배할 수 있을지....” 몇 번의 내일은 기약할 수있을까, 능력 외 기록할 것은 얼마나 남았나로 이어지는 시는 하루 하루의 일들이 결코 예측할 수 없고 오래 갈 수 없는 한계지점에 있다는 것을 예감하고 있다. 김혜연은 이렇게 유작을 남겨주었는데 그 초읽기로 다가오는 인생의 끝무대를 형상화하고 있어 독자로서는 가슴이 짠해 온다.

외부 시인으로서 추모시를 3집에 쓴 시인 김륭의 <너무 멀리 와서는 너무 짧게 머물다 가시는 당신은 당신에게 영원하소서>라는 시 제목이 길다. “어떤 말들은 더 이상 울음을 가지지 못합니다/ 어떤 울음은 더 이상 얼굴을 가질 수 없습니다.” 앞 2행이다. 시가 참 절구로서 우리들의 짠한 마음을 대변하고 있는 듯하다. 어떤 말로도 슬픔을 더 이상 말할 수 없고, 어떤 울음으로도 슬픈 얼굴을 드러낼 수 없다는 것이다. 김륭은 시 내용에서 “딱 한 번만 부르겠습니다.혜연이 누나!”하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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