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야기]공룡 알 이야기
[농업이야기]공룡 알 이야기
  • 경남일보
  • 승인 2019.05.02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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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광(경남도농업기술원 작물연구과 연구협력담당 농학박사)
지난주 근처 공원에 봄맞이 가족소풍을 나섰다. 차를 타고 가는 길에 들판에 있는 공룡 알처럼 생긴 것들이 도대체 뭔지 작은애가 물어본다.

농촌을 모르는 도시민들에게는 신기하게만 보이는 물건일 게다.

언젠 부터인가 가을걷이가 끝난 들판에 가보면 하얀 공룡 알 같은 것들이 뒹굴고 있는 모습을 자주 보곤 한다.

이제 모내기철이 목전인데도 일부 논에는 여전히 떡하니 남아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하얀 공룡 알 안에는 뭐가 들었을까?

다름 아닌 가을걷이가 끝난 논에 남아있던 볏짚이 들어있다.

축산을 하는 농가가 소 먹이용으로 준비해둔 것이다.

몇 해 전부터 건초가격이 오르면서 축산농가가 부족한 조사료로 볏짚을 이용하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

볏짚을 논에 다시 돌려주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그런데, 볏짚을 논에 돌려주지 않고 걷어가 버리면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

볏짚까지 싹쓸이해서 걷어가는 농업은 땅을 너무 무시하는 착취농법이다.

볏짚을 통해 사라지는 양분들은 그만큼 다시 논에 어떤 방법으로든 돌려주어야 한다. 그래야 벼가 생산성을 유지한다.

그렇지 못한 논은 비료성분을 잘 저장하지 못하는 추락 논이 되어 벼가 튼튼히 자라지 못하고 병해충에도 약해서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다.

특히 땅의 비료성분이 부족할 때 발생하는 깨씨무늬병이 쉽게 발생하여 벼 수확량이 급격히 떨어진다. 말 그대로 수확량이 추락한다.

보통 논 10a(300평)에서 생산되는 볏짚량이 600㎏정도라면 그 안에는 유기물이 174㎏, 요소 9㎏, 용과린 28㎏, 염화가리 34㎏ 및 규산이 252㎏ 정도 들어있다.

이를 비료가격으로 환산한다면 최소한 8만 원 정도의 물질적 가치를 가진다.

그런데 농가에서는 우선 먹는 곶감이 달다고, 내 논에서 난 볏짚을 그 가치보다도 못한 돈을 받고 팔아버린다. 정말 어리석은 짓이다.

빠져나간 양분만큼 다시 돈을 주고 사서 메워야 한다는 것을 안다면 이런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으리라.

유기물은 일반 흙보다 25배 정도의 비료 저장효과가 있어 영양분을 효율적으로 식물체가 이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

볏짚의 토양환원을 통해 공급되는 이런 유기물이 줄어들면 비싼 돈을 주고사서 뿌린 비료성분들이 식물이 충분히 흡수도 하기 전에 쉽게 빠져나간다.

벼농사의 시작은 땅 만들기가 우선이다. 올가을에는 되도록 볏짚을 논에 돌려주자. 혹시 축산농가에 볏짚을 주셨다면, 소똥이라도 다시 논에 돌려주던지, 아니면 겨울철 녹비작물이라도 심어서 논의 유기물을 높여주자.

그래야 자연계가 자연스럽게 순환하고, 생산력도 높은 땅을 간직할 수 있지 않겠는가. 작은 욕심으로 황금알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김영광(경남도농업기술원 작물연구과 연구협력담당 농학박사)



 
김영광 경남도농업기술원 작물연구과 연구협력담당 농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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