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 전문적 치유가 필요한 아이들이 늘고 있다
[교단에서] 전문적 치유가 필요한 아이들이 늘고 있다
  • 경남일보
  • 승인 2019.05.06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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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숙향(초등학교 교감·시인)
아이는 오늘도 오전동안 두 차례나 학교 담장을 뛰쳐나갔다. 오늘의 이유는 재능기부 강사들과 재미있게 수업을 하곤 게임에서 자기 모둠이 졌다는 것 때문에 한 차례, 바꾼 짝지가 마음에 안 들어서 또 한 차례였다. 학교는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20여명의 아이들을 맡고 있는 담임교사는 몸이 몇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 되어 상담교사와 배움터지킴이, 교감, 교장까지도 툭 하면 학교 밖으로 뛰쳐나가는 아이를 쫓아다니느라 일시에 학교업무 마비가 되기도 한다. 갈수록 독특한 성향을 나타내는 아이들로 이 시대의 학교현장은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고 뚜렷한 대책도 없이 반복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무방비의 극치를 보이는 아이들은 교직 30년이 넘은 필자도 다루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영악하고 공격적이며 함부로 진단할 수 없는 독특한 성향들이 나타나 정신과에 가서 전문적 상담을 받아보라고 권하고 싶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학부모의 태도를 보면 전문상담교사조차도 학부모에게 직언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필자는 지난 해 정신적으로 아주 심각하게 병들어 있던 아이를 맡아서 어렵고 힘든 한해를 보내며 최선의 노력으로 아이의 상태를 변화시킨 경험이 있다. 정신과 의사마저도 고개를 흔들던 그 아이의 고착화된 상태가 대폭적으로 호전된 건 담임교사와 컨설팅 전문상담교사, 학교장 그리고 아이 엄마,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아이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한 결과였다.

아이의 상태를 어느 정도는 알면서도 ‘우리 아이는 예민하지만 틀리지가 않으니 담임선생님이 아이 마음을 잘 살펴주고 컨트롤을 잘하면 된다’ 라는 식으로 학교에만 떠넘기는 학부모는 아이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어 보인다는 것을 좀체 인정 하지 않는다. 심지어 정신과를 들먹이기만 해도 명예훼손이라며 조언을 받아들이지 않는 학부모도 부지기수다. 문제 아이 뒤에 문제 학부모가 있다면 아이의 치유를 기대하긴 힘들다. 열린 자세로 겸허하게 귀를 기울이며 주변의 조언을 받아들이는 것이 내 아픈 아이를 치유해가는 첫걸음이 되는 것이다.

층간소음으로 흉기를 휘둘렀다는 기사가 또 일간지 1면을 장식한다. 조현병, 싸이코패스 등이 이슈로 떠올라 있는 지금이다. 이런 뉴스들을 접하면 갈수록 조그만 것도 참아내지 못하고 폭발과 일탈을 삼는 학교현장의 치유가 필요한 아이들이 떠오른다.

‘어른이 되어서 힘이 생기면 칼로 엄마부터 찔러죽일 거예요.’

이런 아이를 맡아있을 때 필자의 자녀들은 그 아이의 살생부(?)에 엄마가 오를라 매일 걱정이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짚어나가야 될까! 다함께 살펴보고 대책을 강구해야 될 사회적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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