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빛바다에 감성을 묻다[2]
쪽빛바다에 감성을 묻다[2]
  • 박도준·김지원기자
  • 승인 2019.05.06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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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불어 놓은 길, 거제 와현~바람의 언덕 잇는 감성 바닷길
코스:거제 와현모래숲해변~신선대(17.3㎞)
오션뷰 전망대:신선대전망대·구조라전망대
명소:구조라전망대, 학동흑진주몽돌해변, 바람의 언덕, 신선대, 해금강
문의: 거제관광안내소 055-639-4178

 

스쳐지나가는 것들이 어디 사람과 계절, 그리고 바람뿐인가. 차장 너머로 보이는 풍경들도 매 순간 바뀌며 스쳐 지나간다. 차를 잠시 멈추고 내려 풍경을 감상하면 색다른 감성으로 다가와 잊지 못할 추억이 된다.

예부터 270여개의 섬들을 거느린 거제도의 해안선은 칠백리로 제주 다음으로 길다. 블루시티를 표명한 거제에는 40여개의 해수욕장이 자리 잡고 있다. 이중 남해안 해안경관도로 15선 첫 코스인 거제 와현~학동 신선대에 이르는 길은 17.3㎞로 차로 달리면 10분 걸리는 거리지만 차에서 내려서 보면 시간을 내려놓을 정도로 볼거리가 무궁무진하다.

첫 출발지인 와현모래숲해변은 백사장 길이 510m, 폭은 30m로 완만한 경사에 모래가 곱고 바닷물이 맑으며 물살이 안으로 들어와 가족 피서지로 적격이다. 모래를 품고 달려오는 파도 너머로, 수평선을 사이에 두고 거제의 땅끝인 해금강과 외도가 보인다.

여기서 차로 2~3분 해안선을 달리면 구조라해수욕장이다. 이곳도 모래가 곱고 수심이 완만하다. 산과 섬들이 해변을 감싸고 있다. 그래서인지 거제 포로수용소 시절 미군들이 휴양소로 이용했다고 한다.

학동 망치몽돌해수욕장을 찾아가는 2㎞ 여의 길엔 앙증맞은 펜션들이 얼굴을 내밀고 있다. 거제지역의 최고 해수욕장인 이곳은 진주빛 몽돌로 유명하고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으로 꼽히고 있다. 해안가의 몽돌 위를 넘나드는 파도소리가 아름답다하여 우리나라 자연의 소리 100선에 선정된 곳이기도 하다.

몽돌 위에 앉으며 맑고 깨끗한 파도가 몽돌을 굴리며 내는 ‘자글~자글~’ 아름다운 소리가 들린다. 해안을 따라 발 지압을 하며 걸으면 수평선 뒤로는 노자산, 가라산의 능선이 미끄러지듯 다가온다. 파도가 희롱하는 몽돌을 보고 있으면 돌은 물속에서 있어야 예쁘다는 사실을 깨달게 된다. 몽돌이 너무 예쁜 나머지 미국에 있는 소녀가 몽돌을 가져갔다 되돌려 보낸 사연도 안내판에 적혀 있다.

한참을 몽돌밭에 앉아 수천, 수만년의 세월이 바람과 파도로 깎고 다듬어 만든 몽돌의 문양을 시간을 내려놓은 채 들여다봤다.

학동에서 신선대로 찾아 가는 길은 야생 동백림 군락지이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전국의 동백림 6곳 중 이곳이 가장 아름다운 것은 몽돌 해안선과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팔색조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몽돌해수욕장의 전경을 찍기 위해 버스회차장 언덕빼기에서 내렸다. 동백림 군락지지만 동백꽃들을 보지 못해 못내 아쉬웠다. 어디선가 아름다운 새 소리가 들려왔다. 귀를 쫑긋 세워 듣노라니 새 소리는 바람결에 묻혀 사라졌다. 학동동백림이 팔색조 서식지라는 생각에 언뜻 났다. 팔색조가 내는 울음소리를 들었다고 생각하니 왠지 기분이 좋아졌다.

언덕 위 수백 년 노송 사이로 내려다보는 해안선은 큰 활처럼 크게 휘어져 운치를 더했다. 깎아지른 절벽 위에 수백 년 된 연리지가 뿌리를 들어낸 채 서로 뒤엉켜 있었다. 몽돌해수욕장을 눈에 담으며 신선대로 향했다.

바람의 언덕 향한 차량들 꼬리를 물고 있었다. 겨우 차를 주차시키고 입구로 가자 공터에 유랑가수가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데크 계단을 따라 올라가니 왼쪽 아래에 바다 위로 산책로를 만들어 놨다. 산 위쪽에 서구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풍차가 탐방객들을 내려다보고 있다. 풍차를 향해 가는 길을 조금 가팔랐으나 왼쪽으로 바람에 흔들리는 마른 억새풀 사이에서 인증샷을 날리는 연인들이 동백여인처럼 웃고 있었다. 남쪽에서 언덕을 타고 넘어 불어오는 4월의 바람이 시원했다. 동백림 앞에 있는 풍차에서 사진을 찍고 되돌아서서 북쪽 바다를 향해 자라목처럼 툭 튀어나온 바다의 언덕으로 내려왔다. 언덕에서 바라본 바다는 고즈넉했다. 이곳의 원래 지명은 띠밭늘이었으나 2001년부터 바람의 언덕으로 불리웠다. 이곳은 TV드라마 ‘이브의 화원’, ‘회전목마’, 영화 ‘종려나무숲’ 등의 촬영지였고, 2009년 5월에는 KBS 2TV 인기 예능프로그램 ‘1박 2일’이 촬영하기도 했다.

도장포마을의 언덕을 넘어오자 신선대 전망대가 눈앞에 불쑥 나타났다. 신선대는 옛날 신선이 내려와서 풍류를 즐겼다고 할 만큼 빼어난 경관을 보여주고 있었다. 해안 경관과 기암괴석이 먼저 눈길을 사로잡고, 이곳에 부딪혀 부서지는 하얀 파도와 해풍을 맞으며 쏟아지는 별들을 생각하니 절로 신선이 된 기분이었다. 수평선엔 돌고래 무리가 수면위로 올라온 듯한 올망졸망한 섬, 형제섬과 소다포도가 등짝을 내놓고 있었다. 흰 구름이 섬처럼 둥둥 떠있는 수평선에서 시선을 거두어 해안선으로 눈길을 주면 선비가 쓴 갓을 해안가에 벗어놓은 듯한 모양을 한 신선대 바위가 있었다.

이곳에서 바다바람을 맞으며 신선대를 바라보고 있노라니 이곳 바람이 언덕을 넘어 바람의 언덕으로 불어간다는 생각이 미치자 ‘바람 불어 놓은 길’이라고 명명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돌아오는 길에 생각하니 일정에 쫓겨 신선대 옆으로 숨어 있는 함목해수욕장과 해금강을 놓쳐 버렸다. 바람 불어 좋은 날 다시 찾아오리라는 기약을 남긴 채 석양을 받으며 되돌아 왔다.

글·사진=박도준·김지원기자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와현해수욕장
 
구조라해수욕장
 
학동 버스회차장에서 본 학동몽돌흑진주해수욕장
학동몽돌흑진주해수욕장 전망대

 
학동몽돌해수욕장을 찾은 가족 단위 관광객들이 자갈 구르는 소리 가득한 해변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바닷물은 아직 차지만, 몽돌 소리에 발 한번 담궈보고 싶은 충동은 어쩔 수 없다.
 
바람의 언덕에 있는 풍차를 찾아가는 길
풍차에서 바라본 바람의 언덕
    
바람쉼터 노을

 

 
바람의 언덕 아래 있는 도장포마을의 먹거리 부스
 
신선대와 형제섬,소다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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