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황치산 넘었다
이순신, 황치산 넘었다
  • 경남일보
  • 승인 2019.05.07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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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명영(수필가·전 명신고 교장)
이순신은 백의종군 처분을 받고 수원 공주 남원 구례 순천 하동을 거쳐 초계로 이동한다. 이순신의 조모 및 어머니는 변씨, 누이는 변씨 가문으로 시집갔다. 외가 초계로 향하는 발걸음은 얼마나 무거웠을까!

칠천량 참패를 보고 받고 권율 장군에게 전장을 둘러보고 전략을 세우겠다며 해안지방으로 내려왔다. 옥종 문암 송정에서 작전회의를 하며 지나다 건너 손경례 집에서 삼도수군통제사 교서를 받고 임지로 출발한다. 여정을 추정하건대, 덕천강 따라 가다 칠송정 지나 청수역, 방화마을, 초경에 행보역(여의마을)에서 말을 쉬게 하였다가 삼경에 나서 동트는 무렵 두치에 도착, 쌍계동(화개장터)을 지난다.

북천 방화마을에서 여의마을 사이에 황토재가 가로막고 있다. 세월 따라 길은 달라진다. 걸어 다니던 시절에는 고개를 넘었고, 자동차가 등장하자 산굽이 돌고 도는 방화마을-잿마루-감당마을-여의마을로 이어지는 신작로, 이제는 터널이 생겨 지하로 통과한다.

진주에서 2호선 차도를 따라 길을 나섰다. 초량터널, 북천터널을 지나고 직전터널 앞에 차를 세웠다. 좌로 네 개의 봉우리가 원근 구조를 이룬다. 왼쪽에 계명산이고 우로는 마안산, 계명산 자락에 가린 봉명산, 마안산 뒤에 이명산이다.

갈림길, 직진하면 확장된 국도 2호선이며 우로는 구불구불 신작로이다.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아 돌고 돌아 이순신백의종군비가 나타난다. 안내도에 북천면 방화리 황룡사에서 여의마을 구간이다. 황룡사와 황토재는 산길 구간 2.7㎞로 새긴 것으로 보아 황룡사 뒤 계곡을 나타낸 것이다.

감당 삼거리를 지나자 높고 긴 다리가 놓였는데 사각형 교각은 하늘을 찌르고 상판은 산과 산을 이어주고 있다. 교각 사이를 지나자 여의마을이다. 회관에 주차하고 울타리 따라 길을 올라 돌아보니 다리와 철길은 상하로 나란하게 펼쳐지고, 다리와 이어진 터널 속으로 차량이 들어가고 나온다. 도로변에 건물이 있어 터널관리사무소이다.

“황토재 터널인가?” “2018년 12월 개통한 황치산 터널이다.”

황토재의 황토(黃土)를 黃으로 줄이고 재는 치(峙)로 차용하여 黃峙, 山을 첨가하고 관통하기에 ‘황치산 터널’이라 했겠다.

고치봉을 우로하고 소나무가 하늘을 가린 임도를 따라 걷는다. 하늘이 나오고 남향 집이 보인다. 사람을 만나 반가운지 한준석씨는 의자를 내주고 차와 삶은 고구마를 권한다. 이곳에서 땅을 일구던 부모님이 돌아가자 양지바른 자리에 모시고 동생 부부와 한 지붕아래 산다고 한다. 집 앞 토지를 정리하는데 우물터와 다져진 노면을 찾았는데 횡천 장으로 소떼를 몰고 넘다가 물을 먹이고, 주인은 흔적만 남은 주막에서 휴식을 취했을 것이며 최근까지 장꾼 및 횡천중학교 통학길이였단다.

주막 터를 찾아 발걸음을 옮기자 돌무덤이 있다. 비단장수가 도둑을 만나 횡액을 당했거나 길 떠난 나그네 숨이 다하고 지나던 사람들이 돌을 던져 무덤이 되었겠지! 그 옆에 네 개의 기둥에 지붕이 걸쳤고 향을 피우던 집기들이 널려 있다. 길 떠난 나그네 안녕을 빌고 빌었던 성황당이다.

고개를 넘자 노송 사이로 마안산이 펼쳐지고 주막 터 주춧돌이 나열되어 있다. 개 목줄을 쥐고 지켜보고 있던 노인이 차 한 잔 하자면서 집으로 안내한다. 건강이 좋지 않아 18년 전 3개월에 걸쳐 황토 집을 짓고 사는데 서쪽을 등져 해가 일찍 뜨니 맘껏 기운을 마시고, 어둠이 일찍 깔려 황토 방에 지내는 시간이 길어 기관지가 좋아졌다고 한다. 부쩍 대학생들이 이 길을 단체로 찾는다고 한다.

422년 전, 이순신은 주막 터와 성황당이 있는 황치산 터널 위 고개 길을 넘어 행보역에 도착한 것이다. 잿마루에 ‘이순신 임지 가는 길’이라는 이정표라도 있으면 좋겠다.

 
안명영(수필가·전 명신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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