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공항 활주로 확장, 정부가 나서라
사천공항 활주로 확장, 정부가 나서라
  • 문병기
  • 승인 2019.05.07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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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기(서부취재본부장)
문병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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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부터 사천공항을 국제공항으로 승격시켜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영남과 전남권의 항공수요를 충족시키고 서부경남의 발전을 앞당길 촉매가 될 것이란 기대에서였다. 하지만 많은 이들은 색안경을 끼고 봤다. 실현가능성이라고는 전혀 없는, 꿈같은 얘기로 사람들을 기망한다며 손가락질했다. 당시만 해도 군사시설인 사천공항을 국제공항으로 승격시키자는 이 같은 주장은 오해를 사기에 충분한 이유가 될 수 있었다.

그런데 최근 사천공항 활주로를 확장해야 한다는 여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국제공항 승격이란 다소 허황된(?) 주장과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이지만 나름 현실적 이유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사천은 항공우주산업의 메카로 자리매김했다. KAI를 중심으로 수백 개의 관련 기업들이 뿌리 내렸고, 항공국가산단 등 대규모 공단들도 착착 진행 중에 있다. 여기에 항공MRO(유지, 보수, 운영)사업이 본격 시작되면서 사천은 우리나라 항공우주산업의 심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처럼 사천이 항공산업의 중심으로 성장한 데는 사천공항이 있기에 가능했다. 사천공항의 활주로가 없었다면 KAI도, 항공산업도 사천에 뿌리를 내리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항공산업과 활주로는 불가분의 관계이며 사천의 변화를 이끈 토대라 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수년 내에 제 기능을 못할 수 있다는 주장과 함께, 활주로를 확장해 그 토대를 튼튼히 다져야 한다는 여론은 충분히 일리가 있다.

현재 사천의 항공산업은 급속히 발전하고 있다. 그 중심에 있는 KAI는 명실상부 세계 5위권 항공업체로의 비상을 위해 미래 핵심 사업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2017년 선정된 항공MRO사업이다. 이 사업은 미래 먹거리사업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국내 여객기와 군수 중정비의 많은 부분이 해외에 의존하면서 한해 1조3000억 원이란 막대한 돈이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KAI의 자회사인 한국항공서비스(KAEMS)는 올 초 제주항공 여객기 정비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사업에 뛰어들었다. KAEMS는 향후 해외 중·대형민항기 정비도 계획하는 등 점차 그 영역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산업연구원은 2020년 항공정비 산업의 국내 시장규모는 최대 4조2500억 원 수준으로 성장하고 민수 및 군수시장의 지속적인 확대가 가능하다고 전망하는 등 미래는 밝다.

그러나 항공MRO사업이 탄탄대로를 걷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결해야할 과제가 있다. 바로 활주로 문제이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중·대형 항공기의 정비를 위해서는 이·착륙이 가능한 활주로가 있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중·대형 항공기가 안전한 이·착륙을 하기 위해서는 국제 기준(3.8㎞)에 근접하는 활주로 확보가 우선돼야 한다. 그런데 사천공항 활주로는 2.7㎞에 불과하다. 군사시설로 만들어진 만큼 훈련기나 소형 항공기의 이·착륙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하지만 중·대형 항공기가 이·착륙을 하기에는 턱없이 짧아 사실상 무용지물이나 다름이 없다.

사천공항 활주로 확장 여론이 형성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항공산업의 발전과 반쪽짜리 항공MRO사업이 되지 않으려면 반드시 해결해야한다는 뜻일 것이다.

사천공항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넘어야할 산도, 풀어야할 난제도 많지만, 활주로 확장이 가져올 엄청난 파급효과를 간과할 수만은 없지 않은가. ‘궁하면 통(通)한다’는 말이 있다. 궁한 쪽은 사천이지만 이를 통하게 할 수 있는 힘은 사실상 없다. 항공MRO사업을 추진한 것도 국토교통부요, 항공산업 발전을 책임져야할 주체도 정부이다. 해법은 이미 정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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