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적인 당신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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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일보
  • 승인 2019.05.08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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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주(초등교육코칭연구소장)

 

“선생님은 전혀 그늘이 없어 보여요. 전 엄마가 일찍 돌아가셔서 그게 제 그늘이었습니다.”, “그랬었구나. 난 그런 엄마라도 있으면 좋겠다며 살았단다.” 필자는 엄마의 따뜻한 품이 무엇인지 모르고 자란 입양아였다. 아이를 낳지 못해 나를 데려와서 시골에서 할머니랑 양반집 손녀로 살게 한 그 엄마는, 도시에 살면서 가끔 다녀가셨다. 그때마다 나를 따뜻하게 안아주기는커녕 혼을 내거나 핀잔을 주며 이유 없이 자존감을 짓밟곤 했다. 그래서 엄마라는 존재는 늘 두렵고 무섭기만 했고 내게는 강적이었다.

엄마는 돈이 없고 가난한 나를 거들떠보지 않았다. 많이 미워하고 짜증내며 야단을 쳤다. 결혼식 때도 나타나지 않았고 큰아이 첫 돌 때도 온다고 해놓고는 안 와서 시댁 보기가 참으로 민망하기만 했다. 엄마는 돈이 있는 사촌에게는 대우를 잘 해주고 가난한 우리 부부는 무시했다. 그래서 나는 보란 듯이 잘 살고 싶었다. 좋은 선생이 되기 위해 공부를 많이 했고, 남편의 사업을 도와 돈을 벌기 시작했다. 좀 잘 살게 되니 전화 받는 목소리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딸이라고 다정하게 불러주는 그 목소리에 소름이 돋았다. 통화를 하고 나면 기분이 나빠져서 마음의 안정을 찾기가 어려웠다. 내게 있어서 엄마라는 존재는 영원한 강적이었고 나를 짓누르는 그늘이었다.

지금은 자식들도 다 잘 자랐고 지난 해 교직에서 명퇴를 하고 에스페란토어를 구사하며 여러 나라 여행도 마음대로 다닐 수 있게 되었다. 배움의 갈증을 한껏 채우며 교육학박사학위를 마쳤고 상담 및 코칭의 전문가가 됐다. 그래서인지 남들은 필자를 보고 그늘 없는 행복한 사람으로 보인다고 한다. “선생님, 잘 사시는 비결이 무엇인가요?”,“비결? 내 마음을 잘 챙기며 열심히 살았어...”, ‘난 어쩌다 그렇게 열심히 살게 되었지?’ 스스로 반문을 해본다.돌아보니 엄마 때문이었다. 나를 가장 많이 괴롭혔던 사람, 그 강적이 갑자기 고마워진다. 보란 듯이 잘 살고 싶어 마음공부를 하면서 열심히 살았던 것이다. 강적인 엄마가 아니었으면 지금의 나는 없었으리라. 여든 노인이 된 엄마에게 강적이 되어 주셔서 고맙다고 전화를 해야 할까? 살아오면서 나를 시기하고 음해했던 사람들, 미워하고 원망했던 사람들, 애를 먹인 아이들, 힘들게 한 강적들 덕분에 상담이나 코칭 공부를 더 열심히 했던 것 같다. 그늘 가득한 마음을 잘 챙기는 마음공부를 하게 된 것이다. 강적들이 참 고맙게 여겨지는 지금이다. 강적의 은혜를 새기게 된 오월! 강적인 당신들께 감사드립니다.
 

조문주(초등교육코칭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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