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도탕탕 왕도평평(王道蕩蕩 王道平平)
왕도탕탕 왕도평평(王道蕩蕩 王道平平)
  • 경남일보
  • 승인 2019.05.08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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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옥윤(객원논설위원·수필가)
연산군의 폭정으로 무오사화가 일어났고 중종의 반정으로 조광조라는 불세출의 개혁가가 등장했다. 그는 30대 초반에 사림의 영수가 되어 조정에 출사, 개혁을 시작했다. 그러나 그를 중심으로 한 젊은 사림파의 급진적인 개혁은 훈구파의 저항을 받아 기묘사화를 끝으로 사멸되고 말았다. 위훈삭제에 나서 75명의 훈구세력의 삭탈을 도모한 것이 화근이었다. 주초위왕(走肖爲王)이라는 음모의 희생양이 된 것이다. 오늘날의 적폐청산과 다른 점은 실패한 개혁과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이다. 문재인정권이 들어선 후 지금까지 백명이 넘는 전직 고위관리와 정치인들이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됐다. 최근 대통령은 국가원로들의 적폐청산 중단권고에 대해 살아있는 수사권을 멈추게 할 수도 없고 멈춰서도 안된다는 말로 그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영조임금은 무수리의 자식으로 태어나 왕위에 올랐으나 탕평책으로 왕권의 안정을 도모했다. 서경에 나오는 ‘왕도탕탕 왕도평평(王道蕩蕩 王道平平)을 정치철학으로 삼았던 것이다. 정조도 이러한 정치철학을 이어받아 아버지 사도세자의 죽음과 관련이 있는 노론들을 등용하는 탕평으로 정치와 경제, 문화의 르네상스를 이뤘다. 녹두묵과 미나리. 김, 볶은 고기 등 오방색의 탕평채를 신하들에게 하사하며 사색당파의 폐해를 없애고자 했던 것이다. 정조이후 고질적인 당파싸움은 되살아나 결국은 왕조의 패망을 불러온 역사적 사실을 우리는 역사에서 배워 알고 잇다.

위의 두 사례는 무리한 과거청산과 개혁을 명분으로 내세운 반대파 척결의 비참한 결과와 탕평으로 안정된 왕권을 극명하게 대비시키고 있다. 영·정조는 조선시대의 가장 안정된 시기였으나 중종의 전후는 사화와 반정의 연속과 국난과 국치의 치욕적인 시기였다. 민심이 흉흉하고 민생이 위협받은 것은 불문가지이다.

내일이면 문재인대통령 취임 두 돌을 맞는다. 그러나 국민들은 우울하다. 협치는 실종되고 국론은 분열되고 있다. 야당은 거리로 나섰고 국회는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취임사에서 밝힌 기회는 균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겠다는 공약이 공허하게만 들린다. 올 1.4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수십조원을 투입해도 청년실업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자영업자 3명중 1명은 폐업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고 제2금융권의 대출금 연체가 늘어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인구절벽으로 미래에 대한 불안이 점증되고 이런 가운데 대통령의 지지율도 반토막이 났다. 한창 탄력을 받아 가시적 성과가 나올 시점인데도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집권 3년차부터 나타나는 내부분열과 내부자고발, 복지안동, 편가르기가 나타나기 시작해 취임 2주년을 자축할 분위기가 아니다. 그렇다고 정부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남북문제도 교착상태에 빠져 기대할만 한 성과를 못내고 있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국론분열이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지지하지 않는 국민들도 안고 가겠다고 했으나 동서간, 보수와 진보간, 세대간 갈등과 분열은 과거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 인정하지 않겠지만 총체적 난국이라 할 만하다.

적폐청산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아이러니한 것은 적폐청산의 칼날이 시퍼런데도 적폐는 지금도 생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쯤 지난 2년을 뒤돌아 보고 무엇이 문제인지 냉정히 살펴봐야 한다. 다수의 국민들이 반대하고 있는 탈원전정책과 소득주도성을 계속 견지해야 할 것인지, 야당을 끌어들이기 위한 소통의 장을 마련하는 장치와 성의 있는 노력, 인사문제의 개선방향, 현안이 되고 있는 패스트트랙을 조정할 방안 등 현안은 수두록 하다. 집권의 변곡점이 필요한 때가 된 것이다. 조광조의 개혁과 영정조의 탕평책이 조화를 이루는 정치적 결단이 문재인정부가 취해야 할 덕목이자 정치적 아젠다가 되어야 한다. 국가원로들의 충고를 흘려들어서는 안된다. 지난 2년을 거울삼아 남은 3년을 슬기롭고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한 결단이 필요한 것이다. 영·정조의 무편무당(無偏無黨) 탕탕평평은 지금도 유효하다. 대통령의 성공은 국민의 성공이고 대통령의 실패는 곧 국민의 안위와 직결된다.
 
변옥윤(객원논설위원·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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