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칼럼]범죄 예방제도, 실효성은 있는가?
[법률칼럼]범죄 예방제도, 실효성은 있는가?
  • 경남일보
  • 승인 2019.05.12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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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준(변호사·바른숲 법률사무소)
지난 4월 17일 오전, 진주시민, 아니 우리나라 국민들 전체를 충격에 빠트린 사건이 발생하였다. 진주의 한 아파트에서 같은 주민들을 상대로 방화와 살인이라는 범행을 저지른 안모씨와 관련된 사건이 바로 그것이다. 보통 사람이라면 방화, 살인이라는 죄명만 들어도 두려움이 생길법한데,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고, 안정을 갖추어야 할 주거지에서 이러한 사건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그런데 범인 체포 이후 수사와 언론을 통해 밝혀진 사실은 범인이 예전에도 반사회적인 성향을 장기간 반복해서 드러냈었고, 관련 전과도 상당수 있었으며, 주변의 주민들 역시 오랜 시간동안 불안에 떨면서 국가기관에 해결책을 제시해줄 것을 요청해왔다는 점이다. 즉, 이번 참사의 전조가 분명히 있었고, 이에 대한 예상이 가능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번 참사를 현행법상 범죄예방제도로 이를 예방할 수 있었을까.

현행법상으로 범죄예방을 목적으로 하는 여러 제도들이 있으나 특히 강력범죄 예방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제도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흔히들 ‘전자 발찌’와 ‘신상 공개 제도’가 있다. ‘전자 발찌’는 「특정 범죄자에 대한 보호관찰 및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약칭 전자장치부착법) 상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말하는 것으로 본래 성범죄를 저지른 자들의 재범율이 높다는 사실에 착안하여 2008년 제정되어 성범죄자들에 대해서만 적용이 되었으나, 성범죄 외의 흉악범죄자들 역시 재범율과 함께 그 범죄 자체의 위험성과 중대성에 따라 점차 적용범위가 넓어졌고, 이에 따라 현행법에서는 살인·강도·유괴 등의 중범죄자들에게 적용이 확대되고 있다.

‘신상 공개 제도’는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약칭 특정강력범죄법)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약칭 청소년성보호법)에서 각 정하고 있는데, 특히 특정강력범죄법의 경우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강력범죄’에서 ‘피의자가 그 죄를 범하였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것’, 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것이 ‘국민의 알 권리 보장과 재범방지 및 범죄 예방 등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범죄자의 얼굴·성명·나이 등 신상에 관한 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위와 같은 현행 범죄예방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범죄 발생을 사전에 방지한다는 ‘예방’이라는 목적에 부합하기보다, 범죄 발생 이후 ‘사후적’, 그리고 ‘재범 방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사건의 피의자 안씨의 신상이 공개되었으나 이미 범죄를 당한 피해자들과 유가족들의 아픔은 치유될 길이 없다. 또한 전자발찌를 끊고 다시 범죄를 저지른 사례 역시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그 실효성에도 계속해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태이다. 사고 이후에 밝혀진 바에 따르면 안씨의 경우 동종 전과나 이번 사건의 전조 현상으로 볼 수 있는 신고 사례가 여러 번 있었으나, 결국 이를 예방하지 못하여 이번 참사가 발생하고 말았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동안 발생 했던 중대범죄들 중에서도 이번 사건과 같이 사전에 충분히 예방 할 수 있었던 사건은 여럿 있었다. 이러한 사건들이 발생할 때마다 범죄 예방을 위한 법률과 제도의 개선 필요성 촉구 역시 반복하여 제기되어왔으나 현행 법률과 제도는 아직까지 사후적인 재범방지에만 초점을 맞추는 단계에 머물러있을 뿐이다. 헌법과 형사법의 기본 이념인 무죄추정의 원칙과 피의자·피고인에게 보장되는 권리들은 물론 중요한 가치이지만, 범죄 자체를 예방하고, 그 피해로부터 안심하고 살 수 있는 국민들의 권리 역시 가장 중요하고도 본질적인 가치이다. 이러한 가치들을 조화시키면서 범죄 위험에 노출된 국민의 안전을 사전에 보호할 수 있는 예방책을 수립하기 위한 더 적극적인 입법 활동과 제도 개선, 그리고 이를 통한 국가기관들의 적극적인 예방활동을 촉구한다.

 

오동준(변호사·바른숲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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