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농업의 미래, 청년이 일군다 [1] 하은숙씨
경남 농업의 미래, 청년이 일군다 [1] 하은숙씨
  • 김영훈
  • 승인 2019.05.12 17: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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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던 물리치료사…뭍에서 다시 섬으로
고향 통영 욕지도 떠나 도시생활
하루에 수백명 환자 치료에 전념
아픈 자녀와 함께 욕지도로 귀향
고구마·감귤 재배로 본격적 귀농
하은숙(41)씨는 몇해 전까지만 해도 부산에서 잘 나가는 물리치료사였다.

물리치료실 실장으로 한때는 직원 7~8명과 함께 하루에 수백명의 환자를 치료하면서 바쁜 나날을 보냈다. 통영 욕지도 출신인 그는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욕지도를 떠나 도시로 나왔고 대학을 부산으로 갔다. 대학시절 만난 남편과 결혼했고 두 아이를 낳고 도시생활을 이어갔다.

그러던 어느날 청천벽력 같은 인생의 위기가 찾아왔다. 2011년 건강하게 자라던 둘째 아이가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하씨는 아이의 병원 치료를 위해 동분서주했고 아이에게 보다 나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다 그는 2013년 자신이 나고 자란 욕지도로 돌아와 아이의 치료에 힘썼다. 고향으로 돌아온 하씨는 처음에는 아버지의 밭일을 돕거나 물리치료사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생활했다.

하지만 평소 귀농에 관심이 많았던 남편의 설득으로 2015년 본격적인 영농에 뛰어 들었다.

하씨는 “당시 여러가지 상황들도 많은 것이 복잡했다”며 “섬에 다시 들어오고 아이도 건강을 찾고 여유가 생기면서 농사를 지어보는 것도 좋겠다는 판단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남편이 원래 귀농에 관심이 많아 이전부터 준비를 해 왔고 여러 사정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귀농을 결심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어릴적 아버지를 돕기 위해 고구마 밭일을 해본게 전부였던 하씨의 귀농생활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다행히 아버지의 조언과 노하우 전수로 남들보다 빠르게 적응해 나갔지만 이로 인해 갈등을 빚기도 했다.

하씨는 “아버지는 기존에 해왔던 일들이기 때문에 자신의 방식을 고수하시는 편이다”며 “하지만 젊은 사람들이 그렇듯 새로운 시도로 더 좋은 것을 만들어 내려는 욕심이 있어 우리만의 방식으로 농사를 지어보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처음에 친환경 고구마를 만들기 위해 화학비료를 전혀 쓰지 않았더니 생산량은 기존보다 30%에 그쳤다”라며 “화학비료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지만 아이를 생각하다보니 내린 결정이었는데 결과는 참패였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어느 정도 비료를 쓰되 살충제 등 몸에 해가 되는 것은 절대 쓰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버지와 의견 충돌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하씨를 괴롭히고 힘들게 한 것은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다.

그는 “처음에 농사를 짓는다고 했을 때 ‘젊은사람들이 무엇을 알아서 하겠냐’는 비아냥이 듣기 싫어 주변사람들과 접촉을 잘 안했다”며 “특히 ‘누구집 자식이 섬에 다시 돌아왔다’, ‘사업이 망했나’ 식의 걱정아닌 걱정으로 많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귀농 5년차인 하씨는 아직 시작단계이다. 그렇기 때문에 도전해 보고 싶은 것도 더 많다.

현재 고구마와 감귤을 재배하고 있는 하씨는 2017년에는 로컬푸드 베이커리카페 ‘무무’를 오픈했다. 자신이 욕지도에서 생산한 고구마와 귤을 재료로 욕지도 빵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하씨는 “고구마만 생산해 판매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라며 “제철이 아니어도 고구마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카페를 운영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끊임없는 연구개발을 통해 친환경 고구마 개발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그는 “둘째가 아팠기 때문에 농사를 지을 때도 이것을 누군가 먹고 건강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임한다”며 “지금도 건강하고 안전한 고구마지만 더 노력해 말그대로 친환경 고구마 생산에 힘쓸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으로는 치유농장을 만들어 누구나 쉽게 이곳에 와서 힐링하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많은 젊은 사람들이 귀농을 꿈꾸고 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행복해야 한다. 막연한 생각으로 시작하지 말고 내가 잘하고 내가 행복할 수 있는 것을 선택해야 한다”며 “‘귀농을 생업으로 여기고 전문적으로 냉정하게 접근한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김영훈기자 hoon@gnnews.co.kr



 
하은숙씨는 지난 2013년 고향 통영 욕지도로 돌아와 고구마와 감귤 등을 키우며 귀농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하은숙씨가 자신이 재배한 고구마를 캔 후 들어보이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하은숙씨
하은숙씨는 지난 2013년 고향 통영 욕지도로 돌아와 고구마와 감귤 등을 키우며 귀농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하은숙씨가 자신이 운영하는 로컬푸드카페 앞에서 고구마쿠키 등을 들어보이고 있는 모습. 김영훈기자 hoon@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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