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담다]김인우 지리산농원(벌꿀화분 생산) 대표
[일상을 담다]김인우 지리산농원(벌꿀화분 생산) 대표
  • 박도준
  • 승인 2019.05.13 16: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벌이 가져다 준 ‘자연의 선물’…고마울 따름이죠”
꿀벌이 다리에 침을 발라 얻은 꽃가루
덩어리로 만들어 포집틀에 떨어뜨려
벌집 꼼꼼히 살피고 화분 제때 받아야
“아미노산 등 함유 최상의 건강식품”

꽃들이 한창인 계절에 양봉벌들도 제 세상을 만난듯 윙윙거리며 부산하게 움직인다. 벌들은 도토리 등의 참나무류와 야생화와 농작물들의 꽃들에게서 다리에는 꽃가루를 묻혀 오고 입에는 꿀들을 머금고 돌아온다. 화분 채취하기에 여념이 없는 지리산농원을 찾아 부친으로부터 양봉을 배운, 40여 년의 경력을 지닌 김인우 대표에게서 화분 채취의 모든 것을 함께했다.

지리산 자락 산청군 시천면 길리에 있는 지리산농원에 들어서자 벌들이 윙윙거리는 소리로 가득했다. 1000여 평의 밭에 500여 개의 벌통들 놓여있는데 통당 2만~3만 마리의 벌들이 내는 소리는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김 대표는 먼저 검은 벌망을 내게 내밀며 벌들이 예민해져 있으니 쓰라고 권했다. 왜냐고 물었다.

그는 벌들이 아침에 나가 다리에 화분(꽃가루를 뭉친 것)을 묻혀 오는데 벌집으로 들어가려면 꽃가루 포집틀을 거쳐야 한다. 이것은 통로를 비좁게 만들어 다리에 달고 온 화분이 포집틀 장애물에 걸려 떨어지게 해 놨다. 벌들이 벌집으로 쉽게 들어가지 못해 스트레스를 받은데다가 애써 가져온 먹이를 떨어뜨려 예민해져 있다. 이럴 때 벌들을 잘못 건드리면 벌집을 건드리는 격이라고 설명했다.

벌통을 내검하며 벌들이 많은 벌통을 만나자 환희 웃고 있는 김인우 이도순 부부 주위로 벌들이 날아다니고 있다.

그는 1월 초에 벌들을 깨워 먹이인 떡화분으로 벌들을 키웠다. 대부분은 2월 4일 입춘에 시작한다. 벌들은 영상 7도 이하면 활동을 멈추고, 영상 10도 이하면 날지 못한다. 일을 안 할 때는 60일, 일을 많이 할 때는 30일 정도 산다. 벌 한 마리가 꿀 1㎏을 만들기 위해서는 500만개의 꽃을 찾아 다녀야 한다. 가져온 당액을 스스로 게우고 삼키기를 반복하며 날갯짓으로 수분을 날려야 꿀이 된단다.

이어 앞산을 가리키며 지금은 벌들이 졸참나무와 굴참나무, 떡깔나무에서 화분을 뭉쳐오는데 초록색으로 보이는 것은 꽃들이 싱싱하다는 것이고 갈색이 섞여 있는 것은 꽃이 지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기서 나는 대부분의 화분은 참나무류에서 나는 것이라고 했다. 5월 찔레꽃과 다래꽃, 6~7월 밤꽃과 잡화가 주류를 이룬단다.

 

벌들로 가득찬 벌통. 꿀벌들이 많으면 분봉을 위해 날아갈 준비를 하느라 쉬면서 에너지를 축적한다.


김 대표는 부인 이도순(59) 씨와 일꾼 한 사람과 내검을 시작했다. 내검이란 여왕벌의 상태를 살피고 벌들이 많아졌는지, 소비(벌이 알을 낳고 화분과 꿀 등 먹이를 저장하며 생활하는 집)가 비었는지 등을 살피는 것이다.

벌집 위에 놓인 콘크리트블럭들이 한 장씩 놓여 있었다. 바람이 불어 벌집통이 날아가는 것을 막기 위해 놓인 블럭을 내려놓고 내검을 시작했다. 김 대표의 부인은 연막훈증기의 솔연기를 벌들을 향해 분사했다. 이렇게 해야 벌들이 순해진단다. 그런 후에 김 대표는 조용한 움직임으로 덮개를 들어내고 벌통을 살폈다. 벌들이 적은 벌통은 소비를 들어내 벌들을 털어내고 소비를 5장으로 맞춰 넣고, 많은 것은 벌통을 한단 더 쌓았다. 벌들이 뭉쳐 있을 때 여왕벌이 보이지 않지만 그는 쉽게 여왕벌을 찾아냈고 부인이 형광물질을 여왕벌의 등쪽에 찍었다. 이런 이유는 다음에 여왕벌을 찾기 쉽게 구별하기 위한 것이란다. 그리고는 벌통 하단에 넣었다. 여왕벌이 하단에 있어야 벌들이 상단 벌통에 꿀과 화분을 모은단다. 작업 사이사이에 부인은 연신 솔잎연기를 분사했다. 김 대표가 아무렇지 않게 하는 일들은 사실 40년 경력에서 나오는 기술을 요하는 작업들이다. 여왕벌이 새끼를 많이 쳐 벌들이 많아지면 분봉을 위해 여왕벌이 나가는 경우도 있어 제때 소비나 벌통을 늘려 주어야 한단다. 세력이 커지면 분봉을 위해 벌들이 활동하지 않고 에너지를 축적시켜 여왕벌을 따라 날아갈 준비를 한다고 덧붙였다. 벌들이 화분주머니를 어떻게 만드냐고 물었다.

손가락 끝에 보이는 보통 꿀벌보다 큰 여왕벌
화분포집틀을 통해 벌들이 벌통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그는 벌들도 물을 상당히 많이 먹는다며 벌들이 물을 먹고 꿀을 채취하려 나가 다리에 물을 바르고 화분을 묻히는 과정을 계속 반복해 화분주머니가 만들어진다고 했다.


날씨 온도가 올라가자 내검하는 김 대표 주의로 벌들이 사납게 달려들었다. 무릎이 따금하길래 살펴보니 벌이 바지 속으로 기어들어와 또 한방 쏘였다. 피까지 나며 제법 아팠다.

그는 내검 중 꼬깔형의 망집 비슷한 것을 가리키며 왕대라고 했다. 벌들이 많아져 분봉을 준비하기 위해 만든 새끼여왕벌을 키우는 방이라고 했다. 왕대를 제거하자 하얀 고체가 있었는데 로얄제리란다. 인공으로 만든 소비는 일벌들의 알집과 화분, 꿀저장고로 쓰인단다. 숫벌방과 여왕벌방은 애벌레들이 커서 따로 밀랍으로 만든단다. 그는 화분과 꿀을 모으는 것이 목적이라며 이들을 모두 제거했다.

 

소비의 나무틀 밖에 밀랍으로 짓은 것이 숫벌방이다. 일벌방이나 꿀방보다 크다.


점심 때가 되어 인근에 국밥을 먹으려 갔다. 김 대표는 날씨가 흐려져 비가 올 듯도 하다며 화분을 거둬야할지 말아야 할지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밥을 먹으면서 수시로 날씨상황을 체크했다. 비가 안오는데 걷으면 그만큼 손해이고, 비를 맞으면 상품가치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급하게 먹고 돌아와 화분 수거작업에 들어갔다. 잔뜩 찌푸린 하늘은 곧 비를 뿌릴 듯했다. 일꾼 두 사람은 화분쟁반을 올려놓고 김 대표 내외는 손수레로 수거하기 했다. 쟁반의 화분은 죽은 벌과 지쳐 있는 벌들이 섞여 있어 이를 분리한 후 수레통에 부었다.

죽은 벌이나 지쳐 쉬고 있는 벌들과 이물질을 골라 내며 화분을 수거하고 있다.


작업 중 부인은 “화분은 벌들의 먹이로 벌의 소화효소와 꽃가루를 뭉친 것”이라면서 “꿀벌을 통해서만 얻는 귀한 것으로 아미노산, 천연비타민, 미네랄, 항산화성분 등이 풍부해서 면역력, 피로회복 세포노화방지 등의 효과에 있다”고 말했다. 부인은 수거한 화분을 모두 집으로 가져가 이물질을 제거하고 말려 상품화한다고 말했다.

수거작업을 마치자 컵에 조금 주면서 “물, 음료, 요거트 등에 타먹어도 되고 그냥 먹어도 달콤하기 때문에 거부감이 없다”고 했다. 말리지 않아서인지 달콤하고 촉촉했다.

박도준기자


 

  
 
   
꿀벌들이 꽃가루를 뭉쳐와 화분포집틀을 통해 벌통으로 들어가고 있다. 노란 것이 벌들이 포집틀을 거치면서 떨어뜨린 화분덩어리들이다.
꿀벌들이 꽃가루를 뭉쳐와 화분포집틀을 통해 벌통으로 들어가고 있다. 노란 것이 벌들이 포집틀을 거치면서 떨어뜨린 화분덩어리들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