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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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일보
  • 승인 2019.05.14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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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석(대아고등학교 교감)
정규석
정규석

단원 김홍도의 ‘서당’이라는 그림을 살펴보면 훈장 선생님이 책상 옆에 회초리를 놓아두고 앞쪽에서 훌쩍거리고 있는 학생에게 야단을 친다. 예전에는 전날 배운 것을 다음 날 선생님 앞에서 책을 보지 않고 뒤로 돌아앉아 다 외워야했다. 훈장님 앞에서 훌쩍거리고 있는 학생은 어제 배운 내용을 외우지 못해 야단을 맞으면서 한 손은 왼쪽 발목의 대님을 풀고 매를 맞으려고 종아리를 걷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왠지 훈장님의 표정은 무섭지가 않고 오히려 친근감이 든다. 그 옆에 고소하다는 듯이 낄낄거리며 웃는 학생, 울고 있는 친구를 보면서 부지런히 책장을 넘기고 있는 것을 보아 제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학생, 숙제 검사를 다 마친 듯 활짝 웃고 있는 학생들도 보인다. 나의 학창시절에도 규칙을 어기거나 과제물을 제출하지 않았을 때는 체벌을 받았다. 장소가 서당이 아니라 교실인 것 말고는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몇 년 전부터 전국 16개 시 도 가운데 경기도, 광주광역시, 서울시, 전라북도 등에서 학생인권조례가 공포되면서 직간접적 체벌을 금지하는 쪽으로 교육현장이 바뀌고 있다. 경남교육청도 최근 온·오프라인을 통해 도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수정해가면서 학생인권조례제정을 추진하고 있는 중이다.

2011년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학교의 장은 지도를 할 때에 도구, 신체 등을 이용하여 학생의 신체에 고통을 가하는 방법을 사용해서는 아니 된다”라는 체벌금지의 법적 근거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매나 손으로 때리는 직접체벌이 아니더라도 교사에 의해 개별 학생에 대한 평가나 모욕이 공공연히 이루어진다면 간접체벌이 더 가혹한 체벌이 될 수도 있다.

이처럼 교사의 직간접적 체벌이 금지되면서 학교 현장의 교사들은 강압이 아닌 대화와 상담 등 지도방식의 변화를 꾀할 수밖에 없다. 수업에 있어서도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는 흥미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해가고 있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실제 현장에서는 말을 잘 듣지 않는 일부 학생들로 인하여 교사들이 스트레스가 쌓이고 마음에 상처를 받기도 한다. 이러한 교사들을 위해 각 학교에는 교권보호위원회까지 만들어 놓고 있다. 앞으로 체벌 없는 교육현장의 변화에 맞춰가기 위해서는 그동안 명령과 지시 통제로만 이루어지던 강압적이고 일방적인 관계를 지양하고 학교구성원으로서 교사와 학생 모두가 인격적인 관계로 존중하는 학교문화를 만들기 위해 꾸준히 방안을 찾아나가야만 할 것이다.

정규석(대아고등학교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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