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스승의 날 유감
[교육칼럼]스승의 날 유감
  • 경남일보
  • 승인 2019.05.14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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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택(前 창원교육장)
또다시 스승의 날이다. 스승의 날은, 선생님의 교육애에 감사드리고 존경과 위로의 마음을 담아 교권을 지키기 위해서 만들었는데 과연 그 취지대로 기념되고 있는가? 스승은 제자가 선생님을 예우하는 극존칭일진대, 스승의 날은 모름지기 제자들이 주체가 되는 것이 옳다고 본다. 그렇다면 스승의 날은 재학 중인 학생은 말할 것도 없고 학교 밖의 모든 국민들이 현직 교사를 포함하여 지난날의 은사를 기리고 존경하는 날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기념일이 많기도 한 나라에 살고 있다. 국군의 날도 있고, 경찰의 날도 있다. 집배원·소방관의 날도 있고, 농민의 날도 있다. 그렇다면 ‘교육의 날’ 또는 ‘교사의 날’을 만드는 것은 어땠을까? 그런데 어쩌다가 교사의 날이 아닌 스승의 날을 만들어서 선생님들을 이토록 곤혹스럽게 한단 말인가?

스승의 날을 만든 의도를 탓하는 것은 아니다. 스승의 날을 제정한 1982년 당시의 교사들은 약간의 쑥스러움은 느꼈을지언정 오늘처럼 불편한 마음은 들지 않았다. 열악한 교육환경을 탓하지 않고 아이들을 열심히 가르친 은덕에 감사를 표하는 것이 싫지 않았었다. 그런데 선생님에 대한 존경과 감사가 금품으로 대체되면서 스승의 날이 급기야 교직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불신의 골을 깊게 만들고 말았다. 참으로 개탄스럽고 안타까운 일이다.

스승의 날이 교사에게 전혀 기쁨이 되지 않는 날이 되고 만 데는 선생님의 잘못이 크다. 그리고 학부모의 이기적인 자녀사랑이 스승의 날을 만신창이로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내 아이 네 아이 가릴 것 없이 공정하게 가르쳐달라’는 학부모가 참된 스승의 날을 만들 것이다.

스승의 날이 교사들에게 자괴감을 심화시킨 것은 이른바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 청탁 및 금품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제정이다. 교직을 금품 수수의 치외법권지역으로 울타리치자는 것이 아니다. 법령이 잘못 되었다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금품 수수는 당연히 처벌받아야 한다. 그런데 아이의 생일 케이크를 학급 아이들과 같이 먹었다고 해서 문제가 되고, 금품 수수가 뭔지도 모를 아이로부터 꽃 한 송이를 받아도 법에 저촉되는 현실이 교사들을 서글프게 만드는 것이다. 교직에 있어서 ‘김영란법’은 금액이 아무리 적어도 다른 아이가 상대적 박탈감을 갖거나 정서적으로 차별적 인식을 줄 수 있다면 사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다른 직종의 공무원은 3만원이 넘는 식사 접대는 안 되고, 3만원 미만은 괜찮다는 것은 어떻게 설명해야 되는가? 농어민의 어려운 형편을 고려하여 농수축산품 선물은 10만원을 상한선으로 개정하면서 정작 농민이 생산한 한 송이의 꽃을 선생님에게 드리는 것은 위법이라고 하는 것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교사들도 하고 싶은 말이 많을 것이지만 교직에 대한 국민의 특별한 기대 앞에 몸을 낮추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많은 학부모들은 선생님을 완전 신뢰하는 것 같지 않다. 스승의 날이 다가오면 괜히 불안해진다는 학부모들이 있어서 하는 말이다. ‘스승의 날을 그냥 보내도 되느냐?’며 이웃집 학부모의 동정을 살피기도 한단다.

필자가 교직생활을 되돌아보면 스승의 날을 제정하기 전의 교단이 훨씬 좋았던 것 같다. 이심전심일까? 이 글을 쓰는 중에 근 반세기 전의 아이들로부터 안부 전화를 받았다.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 지긋한 제자들과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행복감을 세상 무엇과 비교할 수 있을까? 진짜 스승의 날은 졸업한 제자들이 만들어주는 것 같다.
 
임성택(前 창원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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