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버스 주 52시간 근무’ 요금 인상 ‘딜레마’
‘시내버스 주 52시간 근무’ 요금 인상 ‘딜레마’
  • 정희성
  • 승인 2019.05.14 18: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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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개 업체·내년 1월 모두 적용
업체 “인상폭 200~300원 돼야”
최종 결정권자 도지사에 부담감
100원+α논의…10월 최종 결정
오는 7월부터 시행되는 시내버스 주 52시간 근무를 앞두고 경남도를 비롯해 전국의 광역지자체가 요금 인상 딜레마에 빠졌다.

신규채용과 손실 임금 보전 등을 이유로 시내버스 업체와 지자체는 국비 지원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시내버스의 요금 인상, 인허가, 관리 등 업무는 지자체의 고유 권한으로, 시내버스의 차질 없는 운행을 위해 지자체의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요금 인상을 압박하고 있다. 경남의 경우 46개 시내버스 업체 중 7월부터 주 52시간 근무에 들어가는 업체는 2곳(300인 이상)뿐이지만 내년 1월 1일부터는 모든 업체가 주 52시간 근무제를 시행해야 하기 때문에 마냥 손 놓고 있을 상황은 아니다.

◇고민 깊어지는 경남도=경남도는 올해 주 52시간 근무제와 상관없이 7월께 시내버스 요금을 100원 정도 인상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시내버스 요금은 보통 3~4년 주기로 인상을 하는데 경남은 지난 2015년에 일반인 기준으로 현금 운임을 일률적으로 100원을 인상한 후 지금까지 동결했다.

즉 자연스럽게 인상 시기가 찾아왔다. 하지만 주 52시간제 도입을 앞두고 버스업체의 부담이 가중되면서 정부가 지자체를 상대로 추가 인상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경남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시내버스 요금은 소비자정책위원회 심의를 거쳐 도지사가 최종 결정을 한 후 요금 인상률을 고시한다. 신규채용을 해야 하는 시내버스 업체들은 경영상 부담을 이유로 요금 인상 또는 해당 시·군에 지원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기초지자체들은 사태를 관망하는 추세다. 업체나 기초지자체 입장에서는 요금을 인상하는 것이 가장 손쉬운 방법이지만 이를 결정하는 도지사 입장에서는 부담감이 크다.

도내 A업체 관계자는 “200~300원 정도는 올려야 재정부담을 최소화 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표를 먹고 사는 정치인(도지사)이 한 번에 200~300원씩 요금을 올릴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경남은 아직 시간적 여유가 다소 있다는 점이다. 46개 업체 중 44곳은 내년 1월 1일부터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되는데 여기에 최대 3개월까지 탄력근무가 가능하다. 때문에 시내버스업체와 각 기초지자체는 우선 요금 인상여부를 지켜보고 있다.

B업체 관계자는 “현재 버스기사 대다수가 40~50대다. 자녀 문제 등으로 가장 돈이 필요한 시기다. 기사들 대부분이 월급을 조금이라도 더 받기 위해 초과근무를 원하고 있다”며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되면 월급이 줄어들기 때문에 나중에 기존 기사들이 임금보전을 요구하면 회사측에서는 이를 감당할 수가 없기 때문에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가장 입장이 곤란한 곳은 경남도다. 요금을 200원 이상 올리면 서민부담이 우려된다. 반면 요금을 100원에서 묶으면 기초지자체나 버스업체의 부담이 늘어난다. 실제 오는 7월 1일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을 앞두고 있는 부산교통은 재정지원금이 낮은 통영에서는 부족한 인력을 감차(減車)를 통해 메우고 있다.

감차는 비수익노선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읍면지역에 사는 주민들의 불편이 가중된다. 경남도는 일단 경기도 등 타 광역지자체의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도 관계자는 “요금을 올리는 김에 좀 더 올리자는 의견도 있고 반대 의견도 있다”며 “요금인상은 소비자정책위원회 심의를 거치게 되는데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 오는 10월까지는 요금 인상폭이 결정 될 것”이라고 전했다.

◇“예견된 문제…그동안 수수방관”=진주참여연대 심인경 사무처장은 “이 문제는 오래전부터 예견돼 왔는데 정부나 지자체, 버스업체에서 수수방관하고 있었다”며 “주 52시간 근무는 피할 수 없는, 이제 시행을 해야 하는 정책이다. 정부, 지자체, 버스업체 모두가 부담을 나눠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진주를 비롯해 도내 지자체는 공청회나 설명회를 열고 시민들에게 이 사태에 대해 설명을 해야 한다. 또 지자체와 업체 관계자들은 주민불편 최소화와 지원책 마련 등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했다. 심 사무처장은 이와 함께 시내버스 기사에 대한 처우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전국적으로 준공영제가 확대 시행되면 기사들은 서울, 경기도, 부산, 가까이는 현재 준공영제를 준비하고 있는 창원으로 몰리게 될 것”이라며 “처우가 좋지 않은 기초지자체는 버스기사 구하기가 힘들어진다. 그렇게 되면 그 피해는 결국 시민들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노동부는 재정 여건이 열악한 업체의 노동시간 단축을 지원하기 위해 ‘일자리 함께하기 사업’을 확대하는 방안도 재정당국과 논의하기로 했다.

일자리 함께하기 사업은 사업주가 노동시간 단축을 위해 신규 채용을 할 경우 신규 인력 인건비와 재직자 임금 보전 비용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정희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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