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파고스’ 자초하는 한국외교
‘갈라파고스’ 자초하는 한국외교
  • 경남일보
  • 승인 2019.05.15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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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객원논설위원·진주교육대학교 교수)
사드 문제로 중국의 대 한(韓) 전방위 압박이 정점에 이를 때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 의원들이 사드 한국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을 규탄하는 결의안을 공동으로 발의했다. 당시 미 의회의 초당적 이 결의안은 중국의 WTO 규정 위반 가능성을 경고하며, 한국 기업에 대한 조사, 한국 여행 상품 판매 금지 등 중국이 취하는 보복을 망라해 적시했다. 결의안 내용이 상당히 구체적이고, 외교적 수사이긴 하지만 중국이 한국에 대하여 경제적인 보복과 협박을 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경고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런데 당시 부총리는 중국에 대한 WTO 제소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그런 단계가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 그 뿐 아니라, 국회는 미국 국회와 반대로 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 일부의원 24명이 한국 내 사드 배치 중단 결의안을 제출했다. 중국이 아니라 우리 정부를 규탄하는 내용이었다. 한국 정치의 한 단면이자, 한국외교의 한 실제를 읽을 수 있는 부분이다.

불신이 바탕에 깔린 한미 외교

며칠 전 트럼프는 한 유세장에서 “나라 이름을 밝히지 않겠지만, ‘연간 50억 달러, 약 5조9125억 원이 드는 매우 위험한 영토를 지키기 위해 미국이 많은 돈을 쓰는 국가가 있다. 오직 5억 달러, 5912억 원만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그들은 ‘무조건’ 청구서 비용을 내야할 것”이라며 “반드시 그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다. 트럼프의 이러한 유세는 사실(fact)관계이니 그런대로 이해의 여지가 있다. 정치유세 분위기 전환용의 즉흥성을 감안하더라도 트럼프가 말한 ‘이 나라’에 대해 “미국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라”라고 한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들이 있다. 우선 트럼프가 언급한 “미국을 안 좋아하는 나라”는 어디인가 하는 문제가 있다. 트럼프가 ‘그 나라’ 이름을 명시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방위비 규모나 ‘아주 위험한 영토’ 등의 표현으로 봤을 때 한국을 지칭했을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의 정치 외교적 언사의 굴곡에 대해 모르는 바는 아니나 여태까지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대해 이렇게 감정적 호(好) 불호(不好)를 직접적으로 표현한 예는 거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대미외교나 우리 외교 전반의 실제를 뒤돌아 볼 필요가 있다. 며칠 전 북한은 우리 정부에 대해 미·북 비핵화 협상의 ‘중재자’, ‘촉진자’가 아니라 당사자가 되라고 압박하고, 문 대통령을 중재자로 인정하지 않은 채 공개 접촉도 피하고 있다. 그리고 미국의회에서 한국정부가 추진하는 대북 중재자 역할에 회의론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을 본다면 문재인 정부는 미·북 어느 쪽 신뢰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현실이다. 여기에다 일본과의 관계는 최악으로 치닫고, 중국과는 비핵화외교가 사실상 실종된 상태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 한국 외교가 전반적으로 재점검되지 않으면 외교적 고립무원에 빠질 개연성은 현실의 문제로 다가 올 수밖에 없다. 외교에서 국제흐름이란 현재적 상황변수는 중요하다. 한국외교가 지금처럼 균형을 잃고 표류하면 주요 우방국가 간 외교의 장에서 고립을 자초할 수 있다. 그럴 경우 당장 안보나 경제에서의 그 파장은 우리가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다.

외교는 국가이익 충돌의 장

자국의 국가이익만을 고수할 수 없는 첨예한 장이 외교무대이다. 자국만의 입장과 특성을 살리는 것도 좋지만 현실적으로 외교에서 양립하기 어렵다. 한국외교가 국제흐름을 잘 읽어야 하고, 그 흐름에서 국가이익을 추구해야 하는 현실적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치권이 진공상태이며 제대로 역할을 못하는 이때, 이른바 외교참사에 깊은 성찰을 하지 않으면, 한국외교는 ‘갈라파고스’의 함정에 빠져 스스로 위험한 길로 들어서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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