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慶南文壇, 그 뒤안길(4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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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일보
  • 승인 2019.05.16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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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4)경남지역의 계림시회 동인회(3)

신마산 통술집에 이끌려 가는 듯
애주가 풍취가 나는 김경식 시인
마산MBC 국장을 한 김일태 시인
지리산 닮은 선비정신이 느껴진다
‘계림시회’는 10명 멤버중 2명이 여성동인이다가 작년 김혜연 동인이 돌아가고 남은 한 분은 정이경 동인이다. 3집을 보면 ‘특집1 지역을 쓰다’에 각1편, ‘특집2 김혜연 시인 추모’, 회원 작품 순으로 되어 있다. ‘지역을 쓰다’는 지역을 배경으로 했거나 주제로 삼았거나 했을 터이다. 이 시편들이 비교적 쉽게 다가온다.

9명의 동인들 중에 김경식, 우원곤 시인은 필자로서는 낯설다. 다른 7분은 나름 필자와는 교류가 있었던 시인들이다. 시작품도 낯설지 않은 느낌이다.

김경식 시인은 ‘동인 소개’를 들여다보니 포항 출생이고 2013년 ‘열린시학’으로 데뷔했고 현재 중국 하북외국어대학 한국어전공 교수로 밝혀져 있다. 정이경 시인에 의하면 김교수는 경남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다가 중국으로 전출해 간 것으로 안다고 말하는데 대학 체제에 대해 좀 물어보려다가 정시인은 대학 쪽에 무관한 시인이라 더 묻지 않았다. 김교수가 쓴 시는 <신마산 통술거리>인데 술냄새가 확 났다. 남자의 목소리이자 애주가의 정서가 잘 배여 있다. 이 시는 신마산 통술거리 주제시로 삼아 통술집 앞에 시화로 코팅하여 걸어두면 좋을 것 같다. 이 시에서 ‘신마산’을 읽으면 신마산에서 구마산으로 들어가는 건지 구마산에서 신마산으로 들어가는 건지 헷갈린다. 마산에는 신마산 구마산이 있어서 기차가 한 번씩 들어갔다가 나와야 마산을 통과하는 것이라 어느 지점이 유부초밥을 파는 역인지 필자에게는 아렴풋하다. 그러나 신마산 통술집에 그냥 이끌려 들어가고 싶다. 이광석 시인이나 이우걸 시인 같은 분이 일행이면 좋겠다. 김복근 시인이나 홍진기 시인이면 괜찮겠다.

“마산극장 있던 자리 두 갈래길/ 오른 쪽 길 어귀 통술 거리 간판 따라/ 양지 서호 홍시 뜨락…/ 마산 사람이면 한 번쯤 다녀간 그 길에서/ 왁자한 인생들이 오염된 하루를 털어낸다” 통술집 거리 들머리 상황이다. 그 다음연에는 술상의 풍경이고 셋째연에는 술상위의 화제이고 넷째연은 술 취한 막장의 혼돈상태이다. 술자리를 몇 번 정도 드나든 사람이면 바로 이해가 되는 술꾼의 세계, 주도 내지 그 리듬의 흥취를 귀 기울이게 될 것이다. “한 바탕 잔치 끝에/ 줄 선 맥주병은 셀 때마다 다르고/ 동네 후배 자리에 넣어준 술 기억도 없는데” 이 대목을 보면 화자의 술 수준은 대가급이다.

다음 동인은 김일태 시인 차례다. 김시인은 창녕 출생으로 1998년 ‘시와 시학’으로 등단했다. 시와 시학 젊은 시인상을 받았고 김달진문학상, 하동문학상, 창원시문화상, 경남도문화상 등을 수상한 중견이다. 시집으로는 ‘부처고기’ 외 7권이 있고 이원수문학관 관장, 경남문인협회장이다. 김시인은 마산MBC 국장급으로 근무하다 정년했다.

인상은 전혀 방송국 출신으로 보이지 않는다. 스님이 스님출신으로 보이지 않으면 문제이지만 방송계 출신이 그쪽 출신으로 보이지 않는 것은 하나의 미덕일 수 있다. 시 <방심하다>는 지리산 천왕봉에 등정한 뒤의 소감을 쓴 시다. 읽으면 지리산 시의 명작을 쓴 남명 조식 선생을 생각하게 된다. 남명은 지리산이 가진 위용을 닮고자 하는 선비정신을 표현하고자 했고, 김일태 시인은 등정 후에 겉으로 보기를 두고 보면 봉우리 자체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 시다. 서로의 방향은 다르지만 결국은 성찰의 각도에 따라 얻는 것이 크다는 점에서는 같은 지향이다.

이야기가 나왔으니 조식 선생의 시 <덕산 계정의 기둥에 붙이는 시>를 풀면 “천석들이 종을 보게나/ 크게 치지 않으면 소리가 나지 않는다네/ 아 어찌하면 나도 저 두류산처럼/ 하늘이 울어도 울지 않을 수 있을까” 이 시는 도학자 남명선생의 시로서 우리 지리산시 중에서 장원으로 꼽힐 만한 시다. 김일태시인은 <방심하다>에서 “세상살이 조금 높은 것에 주눅 들고/ 조금 낮은 것에 기세 등등했던 일 한두 번이랴”함으로써 지리산의 높낮이가 문제 아니라 사물 생각의 이치를 항심에다 두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말해주고 있다. 시대에 따라 가치관이 선비의 올곧음이냐, 인간 삶의 평등주의냐로 갈리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김일태의 시는 어느새 꿈이 짐이 된다는 데에 가 닿고 있다. 다만 꿈이 되지 않는 길이 있는지 묻고 싶지만 시는 철학이 아니라 인생, 또는 그 질문에서 그칠 수 있음에 주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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