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칼럼]어머니
[경일칼럼]어머니
  • 경남일보
  • 승인 2019.05.16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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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용환(법학박사·시인, 前사천경찰서장)
주용환
주용환

5월이 되면 조선 중기 문신인 정철의 훈민가에 나오는 ‘아버님이 나를 낳으시고 어머님이 나를 기르시니 두 분이 아니셨다면 이 몸이 살 수 있을까’ 라는 구절이 생각난다. 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으나 아버지가 마시는 술에는 눈물이 절반이라는 말이 있다. 자식을 위해서, 가족을 위해서는 마지막 남은 자존심마저 버리시는 아버지도 있지만 ‘어머니’라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찡해옴을 느끼게 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이 ‘어머니’라고 한다.

‘신은 모든 곳에 있을 수 없어서 어머니를 보냈다’고 탈무드에서 말한다. 우리가 갑자기 놀라거나 충격적인 일에 처할 때면 자신도 모르게 입 밖으로 튀어나오는 말도 어머니 일 것이다. 그만큼 어머니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이와 나에게 가장 가까이에서 나를 보호해 주는 존재인 것이다. ‘엄마 찾아 삼만리’라는 말과 같이 우리는 어머니를 생각하면 괜시리 눈시울이 뜨거워지기도 한다.

이런 이야기가 있다. 어느 날 어린 딸아이가 부엌으로 들어와서 저녁준비를 하고 있는 엄마에게 자기가 쓴 글을 내밀었다. ‘이번 주에 내 방 청소한 값 삼천원, 가게에 엄마 심부름 다녀온 값 이천원, 엄마가 시장 간 사이에 동생 봐준 값 사천원, 쓰레기 내다 버린 값 삼천원, 아빠 구두 닦은 값 이천원, 거실 청소하고 빗자루질 한 값 삼천원, 전부 합쳐서 만칠천원’ 엄마는 기대에 부풀어 있는 딸아이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잠시 후 엄마는 연필을 가져와 딸아이가 쓴 종이 뒷면에 이렇게 적었다. ‘너를 내 뱃속에 열 달 동안 데리고 다닌 값 무료, 네가 아플 때 밤을 새워가며 간호하고 널 위해 기도한 값 무료, 널 키우며 지금까지 여러 해 동안 힘들어하고 눈물 흘린 값 무료, 장난감, 음식, 옷 그리고 네 코 풀어 준 것도 무료, 너에 대한 내 사랑과 정까지 모두 무료’ 딸아이는 엄마가 쓴 글을 다 읽고 나더니 갑자기 눈물을 뚝뚝 흘리며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사랑해요♡’ 그러더니 딸아이는 연필을 들어 큰 글씨로 이렇게 썼다고 한다. ‘전부 다 지불되었음.’

부모는 아무리 주어도 아깝지 않고 어떠한 대가도 바라지 않건만 자식들은 부모에게 대가를 요구한다.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은 당연한 것이로되 아래에서 위로 흐름은 순리에 어긋나는 것으로 아는 것처럼, 부모에게 손 내미는 것은 떳떳하고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고 자식에게 손 내미는 것은 부끄러워야 하는 것인가?
 중국과 일본에서는 아직도 어머니날과 아버지날을 별도로 정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1956년 국무회의에서 해마다 5월 8일을 어머니 날로 정해 계속 이어오다가 1973년 어버이날로 개칭해 현재까지 이르고 있다. 최근 지방의 노인대학에 가보면 남성보다 여성이 대부분이고 요양원에 가 봐도 자식도 못 알아보는 어머니가 많다. 평생 자신을 돌볼 겨를이 없이 자식을 위해 희생하셨던 어머니들을 보면 마음이 너무 아프고 가슴 저려오게 된다. 자식들은 부모가 어디에 있든 조금이라도 건강할 때 자주 찾아뵙고 맛있는 음식도 같이 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면서 필자의 시 ‘어머니’를 소개한다.

어머니/눈을 감고 가만히 당신을 그려봅니다/가슴 속 흐르는 눈물타고 나타나/ 카네이션 달고서 기뻐하며 웃으신다/ 갓난아이 재워두고 새끼줄도 마르기 전/들판으로 텃밭으로 달려가신 당신/아버지께 혼쭐나고 쫓겨난 아들 찾아/노심초사 어김없이 찾아나선 당신/소풍갈 때 돈 달라고 찔찔짜는 자식위해/쌈짓돈 빌려와서 눈물 닦아 주신 당신/한여름 밤 잠 설칠 때 벽에 붙은 꾸정모기 등잔불로 잡아주던 당신/오일장 갈치사서 시장통에 두고 왔다며/시오리길 마다 않고 다시 찾아나선 당신/군대가고 시집가도 아무것도 해줄게 없다며/안쓰럽게 바라만 보시던 당신/호랑이 남편 등살에 역정 한번 못 내고/먹고 싶고 입고 싶은 것 언제나 뒷전인 당신/보리밭 콩밭 맬 적에 남은 고랑 세노라면/눈보다 게으른게 없고 손보다 부지런한게 없다던 당신/눈을 뜨고 조용히 당신을 불러봅니다/그립고 따뜻한 정 가슴에 새겨둔 채 말없이/오월이면 할미꽃 수놓은 저고리 입고 계신다/사랑합니다 보고싶어요 어머니 어머니 우리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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