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일, 웃옷 흔들며 "누가 흔드나"…만감교차하는 듯 '울컥'
문무일, 웃옷 흔들며 "누가 흔드나"…만감교차하는 듯 '울컥'
  • 김응삼 기자
  • 승인 2019.05.16 18: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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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립성 문제제기에 정치적으로 흔드는 ‘세력’ 암시
박상기·조국 등 주장도 반박 “큰 틀에서 어긋난 것”
문무일 검찰총장은 16일 대검찰청 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여야 4당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한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을 비판하면서 그간 보여주지 않던 격정적인 심경을 몇 차례 내보였다.

시종 담담하고 차분한 표정으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던 문 총장은 말미에 검찰의 중립성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갑자기 양복 웃옷을 벗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옷을 벗은 것은 이것을 보여드리려는 것”이라며 한쪽 팔을 옆으로 뻗어 손에 쥔 양복 웃옷을 흔들었다.

그러면서 “지금 뭐가 흔들리고 있나. 옷이 흔들리는 것이다. 그런데 흔드는 것은 어디인가”라고 되물었다.

문 총장은 엷은 미소를 머금으며 “검찰의 정치적 중립은 옷을 보고 말하면 안 된다”며 “흔들리는 것이 어느 부분에서 시작되는지를 잘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부연했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에 관한 비판이 나올 때, 검찰의 흔들림보다는 이를 실제로 흔들려 하는 ‘세력’의 문제를 봐야 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문 총장은 그러면서도 검찰 중립성 논란의 책임을 정치 권력에 물으려는 뜻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어떤) 세력이 자기에게 유리한 (사법적) 결론을 얻으려는 것을 비난하면 안 되고, (그건) 헌법에 보장돼 있으며 당연하다. 어느 부분에서 흔들리는 게 시작되는지를 잘 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치 권력의 외압에 수사가 영향을 받았을 때 그 책임을 누구에게 물을지보다는 외압의 발생 지점부터 그런 일이 없도록 제도를 갖춰야 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문 총장은 간담회를 마친 뒤 정리 발언을 하는 과정에서 감정적인 모습을 노출하기도 했다.

그는 취임 이후 기자들과의 소통 과정을 되짚어보며 “아마 이 간담회가 재임하는 동안 마지막이 아닐까 싶고 그러길 바란다”며 “후배들에게는 수사권 조정이라는 과제를 더 물려주지 않고, 정치적 중립과 수사 공정성 시비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싶다는 게 개인적 소망이었다”고 했다.

이어 “그조차 마무리 짓지 못하고 어려운 과제를 어려운 시기로 넘겨주게 된 것을 굉장히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총장은 “공무원 생활을 지금까지 32년 넘게 해오는 동안, 사실 광주에서…”라고 말하다가 더는 잇지 못했다.

만감이 교차한 표정으로 한동안 물병과 간담회 자료 등을 만지작거리던 그는 어렵게 미소를 보이며 “마치겠습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간담회장을 떠났다.

퇴임을 앞둔 마지막 간담회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이라는 무거운 주제로 검찰의 우려를 호소해야 하는 데다, 차기 총장을 비롯한 후배들에게까지 과제를 넘기게 됐다는 점에서 잠시 감정이 흔들린 것이 아니겠냐는 분석이 뒤따랐다.

검찰 관계자는 “마지막 표현에 개인적인 사정이 개입된 것은 없는 것으로 안다”며 “국민 기본권이 중심이 돼야 한다는 이야기를 더 하려고 했으나, 더 말하다가는 감정이 더 격해질 것 같아서 멈췄다고 전해 들었다”고 전했다.

이날 문 총장은 법안의 내용과 관련해 정부안의 기초를 만든 조국 민정수석이나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주장에 대해서는 이례적으로 단호한 표현을 동원해 반대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조 수석은 최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경찰의 수사종결권에 대한 검찰의 사후통제 장치가 마련돼 있으나 부족한 점은 보완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검사장들에 보낸 이메일에서 법안의 큰 틀을 유지하되 검찰의 합리적 의견을 받아들이겠다는 취지의 의견을 밝혔다.

그러나 문 총장은 “큰 틀 자체에서 어긋나 있다는 말씀을 드리는 것”이라며 “그런 정도의 손을 봐서 될 문제라면 이렇게 문제제기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사후 통제 장치가 마련돼 있다는 주장을 두고는 “소를 잃을 것을 예상하고 외양간을 만드는 것”이라거나 “사후약방문을 전제하는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특히 박 장관이 정확하지 않은 정보나 외국 사례를 들어 수사권 조정 법안을 반대한다는 취지로 비판한 것을 두고 “그런 식이면 검찰이 입을 닫고 있어야 한다”며 “아무 말 말고 가만히 있으라고 하면 되는 것인데, 그렇게 말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논평했다.

문 총장은 법안과 관련해 박 장관과 소통했느냐는 질문에는 “여러 번 대화를 나눴고 만난 적도 여러 번”이라면서도 “어느 정도가 소통인지는 사람마다 내포하는 의미가 다를 것”이라고 답변하기도 했다.

그는 패스트트랙 지정 이후 박 장관과 통화했는지를 다시 묻는 말에는 “간접적으로 했다”며 “이제 이 문제는 국회에 넘어가 있는 법률안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김응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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