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가호동 참사 한달, 사랑과 관심으로 상처를 치유할때
[기고] 가호동 참사 한달, 사랑과 관심으로 상처를 치유할때
  • 경남일보
  • 승인 2019.05.20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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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신(진주시의회 의회운영위원장)
 
햇살이 따뜻하다.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답게 아름답고 화창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가정의 달을 맞아 많은 사람들이 가족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우리에게는 여느 해와 다름없는 행복한 일상들이다. 하지만 이 아름다운 5월, 가족을 잃은 슬픔과 충격으로 고통받고 있는 이웃들이 있다. 병상에서 그 날의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이웃들이 있다.

2019년 4월 17일 새벽, 평화롭던 가좌동 한 아파트 단지에서 안인득이라는 정신질환자의 방화 흉기 난동으로 아직 피지 못한 어린 12살 초등학생을 비롯한 5명이 목숨을 잃었고 13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진주시민 뿐만아니라 전 국민이 충격을 받았고 공분했다. 평생 잊지 못할 그 날의 사건은 지역구 시의원인 필자의 가슴에 큰 충격과 상처를 남겼다. 필자가 그럴진대 유가족과 이웃주민들이 받은 충격은 오죽할까? 감히 상상조차 할 수가 없다.

사건후 진주시는 즉각 유관기관과 협조하여 피의자 지원을 위한 대책본부를 구성하고 신속하게 피해자와 유가족 지원에 나섰다. 이와 함께 성금모금 활동을 실시하여 지금도 따뜻한 온정이 이어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한 목소리로 피해자에 대한 지원과 정신질환자 관리대책 및 제도적 미비점에 대해 지적하며 재발방지를 위해 나서고 있다.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차후 유사사건 재발을 위한 유관기관의 신속한 노력은 환영할 만 하다.

이번 사건의 원인은 치료를 중단한 폭력적 성향의 정신질환자에 대한 허술한 관리체계가 그 핵심이다. 인권을 우선한 제도적 미비로 인해 피의자는 사실상 방치되어왔고 이런 사건이 예견되어 왔음에도 그 가족들도 어떤 조치를 할 수 없었다고 한다.

예를 들면, 현행 정신건강복지법에는 정신질환자 퇴원시 환자 본인의 동의가 없는 경우 관할 정신건강복지센터에 환자의 정보를 통보 할 수 없어 관리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

다행히 10월 시행 예정인 개정안에는 자·타해 위험행동으로 입원한 환자가 퇴원시, 치료가 중단되면 증상이 악화 될 것이라는 전문의의 진단이 있으면 환자에게 고지후 정신건강복지센터에 환자 정보를 통보하여 관리를 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하지만 개인정보보호법, 사회보장급여법 등 개별법령과 인권보호 문제 등으로 읍면동 등 행정기관, 보건소, 경찰, 소방기관간 정보공유 한계는 여전히 존재한다.

인권만큼, 아니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국민의 안전이다. 안전이 담보되지 않으면 행복한 일상은 사상누각(沙上樓閣)처럼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 늦기 전에 유사사건 재발을 위한 정치권과 범정부 차원의 제도적 보완이 절실히 요구된다.

사건이후 한 달여 시간이 지났다. 하지만 유가족과 부상자의 마음의 상처는 아무리 많은 시간이 지나도 아물지 않을 것이다. 참변을 겪은 이웃주민들의 트라우마도 쉽게 치유되지 않을 것이다.

다행인 것은 아파트 주민들이 이런 참변에 좌절하지 않고 스스로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나섰다는 점이다. 자발적으로 주민 자생단체인 ‘사랑공동체’를 결성해 서로 소통하고 위로하고 있으며, 지난 6일에는 ‘주민 화합 한마당 행사’를 열어 정말 오랜만에 웃고 즐기며 그날의 슬픔을 잠시 잊기도 했다.

사건 후 피해자를 돕기위해 모금된 성금이 5월 15일 현재 3억 8000만원을 넘었고 지금도 각계각층에서 온정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정말 고마운 일이다.

주민들의 자발적인 노력에 우리 시민들의 지속적인 사랑과 관심, 진주시와 유관기관의 행정적 지원이 더해진다면 소중한 생명이 사라져간 참혹한 사건의 현장은 아이들의 웃음이 꽃피는 행복한 보금자리로 다시 되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조현신(진주시의회 의회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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