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박수받으며 떠나는 대통령
[경일포럼]박수받으며 떠나는 대통령
  • 경남일보
  • 승인 2019.05.21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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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웅호(경남과학기술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
문재인 대통령은 출범 2주년을 맞이하여 KBS와의 대담에서 “올 1분기 경제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0.3%로 걱정되는 대목도 있지만, 다행스럽게도 3월에는 저성장 원인인 수출과 투자 부진이 서서히 회복되고 있어 좋아지는 추세”라고 했다. 이에 진행자가 실생활에 와 닿지 않는다고 지적으로 하자 “우리가 분명히 인정해야 할 것은 거시적으로 한국경제가 크게 성공을 거뒀다는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작년에 우리가 소득 3만 달러를 넘어서면서 세계에서 7번째로 인구 5000만 명 이상,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인 3050클럽에 가입했다”라며 “그런 나라들, G20이나 OECD 국가들 사이에서 한국은 상당히 고성장”이라고 말했다. 이후 청와대에서는 “고용상황이 작년보다 개선되고 있어 희망적이며 경제가 성공적으로 나아가고 있다”라고 자평하고 있다. 이것이 문 대통령 우리 경제에 대한 기본 인식이다. 문제는 대통령이 일반 국민의 인식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고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은 거시적으로 한국경제가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가 넘었다고 하지만 이는 환율의 착시를 배제할 수 없다. 원화로 표시한 1인당 국민소득이 2018년에 344만9000원으로 전년도에 비하여 2.5% 증가하였지만, 2017년 증가율 4.7%에 비하면 절반 수준에 불과함에서 알 수 있다. 또한 기업 투자를 나타내는 총고정자본형성의 증가율은 2017년에 8.6%에서 2018년에는 -2.2%를 기록하여 기업의 투자는 완전히 얼어붙었으며, 경제성장률은 OECD 22개국 중 꼴지 수준인데도 정부의 눈엔 회복되는 것으로 보여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고용 상황이 개선되고 있어 희망적’이라고 자평한 다음 날 통계청이 최악의 고용지표를 발표해 국민들은 황당해 할 수밖에 없다. ‘4월 고용동향’의 통계에 3월의 전체 취업자 수는 2703만8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7만1000명 증가했다. 이는 지난 2월과 3월에 각각 26만3000명, 25만 명에 비하여 증가 폭이 크게 줄었을 뿐만 아니라, 취임 2주년 대담에서 언급한 20만 명 선이 1주일 만에 무너진 것이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일자리의 질적 측면에서 경제의 핵심축인 제조업 일자리는 5만2000명(-1.2%)이 줄어들어 13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다. 또한 국가 경제의 허리 역할을 하는 3∼40대 취업자는 전년 동기 대비 27만7천 명이 감소하였고, 국가의 동량(棟樑)인 청년층의 실업률과 체감실업률은 각각 11.5%와 25.1%로 2000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다. 같은 기간 미국은 50년만의 고용 호황을 누리고, 영국의 실업률은 45년 만의 최저이며, 독일은 1990년 통독 이후 최저이다. 일본은 98%의 취업률로 완전고용 상태이다. 그러나 대통령은 KBS 대담에서 “청년들의 실업률이 아주 낮아졌다”라고 하면서 “OECD 국가들 중 한국은 상당히 고성장이다”라는 언급과는 1주일 사이에 정반대의 통계청 발표다.

상황은 이지경인데 정부와 대통령은 ‘경제 상황이 좋다’라고 하며 기존의 경제정책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려 하지 않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등 소득주도성장정책의 경제정책에 대하여 대학교수 등 전문가들은 90% 이상이 낙제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는 현실에서 대통령과 청와대만이 좋다고 한다. 대통령의 경제통계 인식의 오류인가 아니면 지록위마(指鹿爲馬) 즉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하는 참모들의 모습인가. 물론 경제는 심리적 요소가 많아 필요 이상의 비관론에 빠져서도 안 되지만 유리한 통계만 보면서 현실을 왜곡하는 것은 더 위험하다. 대통령이 경제 현실을 정확(正確)한 통계에 의하여 적확(的確)한 진단으로 나라 경제를 바로잡아 함포고복(含哺鼓腹)하는 국민들로 만들어 갈 때 3년 후 박수받으며 청와대를 떠나는 대통령이 될 것이다.
 
이웅호(경남과학기술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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