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채호의 건강이야기]역류성 식도염
[임채호의 건강이야기]역류성 식도염
  • 경남일보
  • 승인 2019.05.21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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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채호(진주 성심메디컬의원 원장)
의학이 발달하면서 예전에는 치료가 잘 안되어 만성적으로 고통 받았던 질환들이 쉽게 치료되거나 조절되곤 한다. 이런 질환들 중 대표적인 것이 역류성 식도염, 위염, 위궤양, 십이지장궤양 등을 포함하는 상부위장관 질환이 아닐까 생각된다. 불과 30-40년 전까지만 해도 상부위장관 질환으로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았고 이들의 무서운 합병증인 장천공이 심심치 않게 발생하였으며 이로 인한 사망도 드물지 않았었다. 강력한 제산제가 개발되면서 현재는 이런 질환들이 대수롭지 않은 병원에 가면 잘 해결되는 병으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약을 중단하면 증상이 재발하여 지속적으로 강력한 제산제를 복용하고 약을 중단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오늘은 역류성 식도염을 중심으로 상부위장관 질환의 발생과 치료 및 여기에 조금 더해서 제산제의 안정성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역류성 식도염은 어떻게 생기나?

음식물을 섭취하면 구강, 식도, 위 순서로 음식물이 이동하는데 이것이 반대 방향인 위장에서 식도로 역류되면서 발생하는 것이다. 우리 몸은 이런 역류를 막기 위해 하부식도와 위식도연결부위의 괄약근과 그 주변으로 강화된 횡경막(hiatus crura)이 서로 협력하여 위산을 포함한 위 내용물의 역류를 막게 되는데 위장 내 압력을 높이는 과음과 폭식, 위식도 괄약근 압력을 떨어뜨리는 약물과 음식 그리고 빈번한 구토로 발생하는 횡경막탈장 (위식도열공탈장) 등과 같은 여러 가지 이유로 역류를 막아주는 기능이 떨어져 발생한다. 또한 역류된 위 내용물의 산성도와 같은 부식에 영향을 주는 요인도 역류성 식도염의 발생에 영향을 준다.

역류성 식도염은 어떻게 치료하나?

역류성 식도염 중 난치성이라고 표현되는 경우에는 치료가 어렵고 수술적인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은 약물 치료와 생활습관 개선으로 잘 치료 되고 재발도 막을 수 있다. 앞에 기술한 것과 같이 역류성 식도염은 ‘역류’와 ‘역류된 위 내용물의 부식성’이라는 두 가지가 질환 발생의 주요한 요인이고 이것을 조절하면서 치료를 기대할 수 있다.

역류를 막기 위해서는 위 내 압력을 높이지 말아야한다. 따라서 폭식, 폭음을 피하고 위장 내 음식물이 어느 정도 비워진 다음에 잠을 자야한다. 잠을 자게 되면 하부식도관약근이 느슨해지고 위와 식도가 같은 평형선 상에 놓이게 되므로 위장이 반 이상 비워진 다음 잠을 자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위장 내 음식물의 절반이 소장으로 넘어가는데 2시간 정도 소요되므로 음식물 섭취 후 적어도 2-3시간 정도 지난 다음 잠을 자는 것이 좋다. 음식 중 초코렛, 박하, 카페인, 술은 하부식도관약근의 압력을 낮추는 작용을 하고 과자, 빵, 튀김처럼 기름기가 많은 음식은 하부식도와 상부 위장표면에 기름막을 형성하여 위산의 역류를 촉진하므로 피해야한다.

역류된 위 내용물의 부식성은 제산제를 통하여 낮출 수 있고 강력한 제산제는 명치통, 속쓰림, 신물 등 역류성 식도염의 증상을 빠르게 호전시키고 손상된 식도 점막의 복구도 촉진시킨다. 이런 제산제는 식도염 외에도 위산의 부식성이 작용하여 발생하는 위염, 위궤양, 십이지장궤양 등 다른 상부위장관 질환에서도 주된 치료제가 된다. 따라서 강력하고 부작용이 적은 제산제는 상부위장관 질환에서 이상적인 약물이라 할 수 있다.

제산제 치료는 안전한가?

상부위장관 질환으로 오랫동안 강력한 제산제를 복용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물론 여러 기전의 약제들은 각각 장단점이 있으나 공통점은 위산을 약화 시키는 것이다. 그럼 위산을 약화시키는 것이 문제는 없는 것인가? 정상적인 위에는 염산이 분비되고 산도 pH2 의 강산이다. 위산의 주된 작용은 살균과 섭취한 음식물을 연하게 만드는 것이다. 다행히도 냉장고 등으로 음식물을 신선한 상태로 유지할 수 있고 끓이거나 굽거나 다지는 것과 같은 방법으로 조리하여 먹는 현대의 식생활 속에서는 위의 산도가 약해져도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날 음식 또는 상한 음식도 먹어야 하는 원시시대 생활을 한다면 현재 복용하고 있는 제산제는 독약의 범주에 들어갈 수도 있을 것이다. 현재 시판되는 강력한 제산제인 양성자펌프억제제(Protom pump inhibitor; PPI) 같은 경우 약 30년 전부터 사용되고 있고 현재까지 보고된 중대한 부작용은 없으나 소장세균증식, 장염, 칼슘 및 비타민 흡수저하, 골다공증 등이 발생하고 있어 평생 먹어도 문제가 없는 약은 아니다.

그럼 역류성 식도염에 있어 제일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폭식, 폭음을 하지 않는 생활습관이 역류성 식도염을 치료하고 재발을 방지 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하다.

‘이수일과 심순애’라는 신파극에서 이수일이 심순애에게 김중배의 다이아반지가 그렇게 좋았는지 물어보는 장면이 생각난다. 돈이면 뭐든지 다 된다는 황금만능주의, 그 끝에는 심순애의 눈물만 있었다. 현대인의 건강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발생한다. 과식, 폭식, 폭음을 하면 좋지 않으나 증상을 치료하는 약제가 있으니 잘 조절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약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는 ‘약물 만능주의’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어떤 약도 건강하지 않는 생활을 건강하게 바꾸어 줄 수는 없고 아무리 좋은 약이라도 부작용이 없을 수 없음을 명심하여야 될 것으로 생각된다.
 
임채호(진주 성심메디컬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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