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제의 해결과 해소
[기고]문제의 해결과 해소
  • 경남일보
  • 승인 2019.05.22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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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기(통계청진주사무소 조사행정팀장)
강정기 통계청진주사무소 조사행정팀장
퇴계(退溪) 이황(李滉)선생은 생후 7개월 되던 해에 아버지를 잃고, 7남 1녀중 막내아들로 가난을 못 이겨 숙부 집으로 더부살이를 하러가게 된다. 그는 9세 되던 해에 거기서 성리학의 영향으로 우주의 근원이 “태허(太虛)”라는 것을 배우게 되고, 이것에 의문을 품은 지 10년 만인 19세에 오도송(悟道頌)을 읊게 된다. 바로 그가 품었던 10년 동안의 문제가 잠깐 동안에 해소(解消)되어 사라지게 된 것이다. 우주의 근원이 본래 없는 것임을 체험했던 것이다. 우주의 근원이 본래 존재하지 않는 것이기에 “태허(太虛)”에 대한 의문도 저절로 사라지게 된 것이다.

조선시대 말에 전남 영광에서 태어나 7세 때부터 인생에 대해 의문을 품기 시작한 소태산(少太山) 박중빈(朴重彬) 종사는 20세 이후 “왜 사는지?”에 대한 인생의 근원적인 질문을 가지고 집에서 2년, 집 뒷산 토굴에서 2년을 방황하다가 마침내 만 25세 되던 해에 “삶이 본래 없는 모습”을 체험하게 된다. 삶이 없는 데, 왜 사는지에 대한 의문은 저절로 사라지게 된 것이다. 인생에 대한 그의 고질병이 해소(解消)된 것이다. 그가 창시한 종교가 원불교다.

이와 같이 논리(論理)로 언어(言語)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한(恨) 맺힌 정신 집중을 하게 될 때, 어느 순간 어둠의 세계는 무너지고 밝디 밝은 본래의 자아, 바로 광명의 세계를 체험하게 되는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저급하고 타락한 인격이야말로 사회와 국가를 파멸의 길로 인도하는 한 원인이 되고 있다. 요즘 ‘인격이 국력이다’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사회구성원들이 물질과 쾌락과 출세를 위해 사회분위기를 흑암의 길로 몰고 가고 있다면, 이미 그 사회는 지옥이다. 가망이 없는 것이다. 끝으로 야스퍼스(Jaspers, K)가 우리들에게 호소하는 말을 들어보고자 한다. “자기를 초월해서 초월자에게로 나아가려고 하지 않는 사람은 아직 초월적 자아에 이르지 못한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아직도 이성적으로만 생각할 줄 모르는, 현존재에 지나지 않는 존재자이며, 현세에 묶여 사는 비참한 존재자일 뿐이다. 인간은 초월자와의 만남에서, 초월적 자아 속에서 비로소 자유로운 존재가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인간은 초월적 자아의 가치를 누릴 수 있을 때, 비로소 인간의 비참함과 유한성을 극복할 수 있다.”



강정기(통계청진주사무소 조사행정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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