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산 플러스 (220)의령 국사봉
명산 플러스 (220)의령 국사봉
  • 최창민
  • 승인 2019.05.23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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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나무가 빽빽한 길을 지난다. 초록물감으로 채색한 길, 몸도 마음도 초록이 된다.


“의령에 국사봉이 있어?”, “응!”, “진주가 아니고?”, “맞다니까, 의령.”

국사봉에 간다고 하니까 지인은 못 믿겠다는 표정으로 ‘진주’를 들먹이며 재차 물어왔다. 그러면서 그는 ‘그저 그런 산’으로 생각했는지 ‘시시하다’는 반응까지 보였다.

국사봉은 의령군 봉수면 서암리에 소재한다. 높이 688m, 거리 6∼7km, 주행시간 5시간 정도 걸리는 아담한 산이다.

자굴산과 한우산으로 대표되는 의령지역에 국사봉이 있다. 이름도 별로 알려지지 않았고 높은 산도 아닐 뿐더러 진주의 것과 헷갈리기까지 해 그럴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긴 한다.

그렇다고 허투루 볼 산은 아니다. 울창한 숲과 고즈넉한 산길, 정상부근에 토끼귀바위를 비롯한 울퉁불퉁한 기암이 버티고 있다.

기거에다 자연이 살아 있는 아직 오염이 되지 않은 산이라고 할 수 있다. 여느 산처럼 아무렇게나 버려진 캔이나 페트병 등 쓰레기가 별로 안 보인다. 실제 사람의 손을 덜 탄 덕에 취나물, 수리취, 어름, 다래, 고사리 등 토종 고유식물이 지천이다.

정상에 서면 조망권이 좋아 가슴이 뻥 뚫릴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금방이라도 새처럼 날아가고 싶다거나, 허공으로 번지점프를 하고 싶다는 충동까지 생긴다. 한 마디로 의령 국사봉은 비록 낮은 산이지만 오염되지 않은 자연을 간직한 숨은 보석과도 같은 산이다. 산행한 날은 미세먼지가 없고 수목들이 녹색꽃을 피운 것처럼 아름다워 한결 싱그럽고 활기찬 트레킹을 즐길 수 있었다. 소나무재선충병이 침범한 것은 흠이다.



 
 
▲등산로: 의령군 봉수면 서암리 377-1서암마을(전통한지 전시관)→마을안길→보호수 정자나무→갈림길 이정표→피나무재→데크계단→ 봉암사→국사봉 정상→팔각정자→임도→갈림길(정자)→지파산(544m)→사현버스정류장→서암마을회관 회귀
▲등산로: 의령군 봉수면 서암리 377-1서암마을(전통한지 전시관)→마을안길→보호수 정자나무→갈림길 이정표→피나무재→데크계단→ 봉암사→국사봉 정상→팔각정자→임도→갈림길(정자)→지파산(544m)→사현버스정류장→서암마을회관 회귀

진입로를 잘 찾아야한다. 서암마을 시범문화마을 전통한지 전시관 앞에서 의령읍 방향으로 신현로를 따라 100m정도 진행한다. 이어 왼쪽마을 안길로 들어가 오른쪽 눈 위에 서 있는 느티나무를 찾으면 된다. 그 다음에는 입간판으로 된 작은 이정표를 따라가면 된다. 오른쪽 산등성이 숲으로 들어간다. 등산로 외에는 출입하지 말라는 경고판이 곳곳에 붙어 있다.

처음에는 삐죽하게 키가 크고 마른 소나무가 많다. 고도를 높이면 수종이 소나무와 참나무가 혼재한다. 어느 정도 오르면 참나무로 바뀐다.

왼쪽 골이 만삭골이고 골 오른쪽 사면 등성이가 피나무 재다. 이 재에서 왼쪽으로 120도 틀어 등성이를 따라 오른다. 피나무 재는 피나무가 많아서 생긴 재 이름인듯하다. 피나무는 뒤틀림이 적어 가구재로 쓰이는 나무, 꽃은 밀원식물로, 어린 꽃봉오리는 차의 재료가 된다고.

출발 후 1시간쯤 올랐을 때 수목사이로 설치한 데크 등산로가 등장한다. 외진 산속까지 등산로를 정비해 놓은 배려가 고맙다.

작은 동산에 올라서면 평평한 길, 다시 내려섰다가 오르면 참나무가 빽빽한 길을 지난다. 초록물감으로 채색한 길, 몸도 마음도 초록이 된다.

 

토끼귀바위


1시간 30분쯤 지났을 때 머리 위에 집채만 한 바위가 나타난다. 직접 오르지 않고 바위 옆을 돌아 올라갈 수 있다. 위에는 마당처럼 넓은 전망대다. 전망대 바위를 떠나 5분쯤 오르면 오른쪽 숲속에 분홍색 양철지붕을 가진 산중 암자 봉암사가 나온다.

암자 주변 사방에는 벌목 후 어린 나무를 심어 놓았는데 동행한 산우는 고로쇠나무 같다고 했다. 산에다가 잡목을 베어나고 심을 만큼 가치 있는 나무가 고로쇠 말곤 딱히 생각나는 게 없긴 하다.

절을 뒤로하고 된비알을 오르면 왼쪽에 두 개의 입석, 토끼귀바위가 반긴다.

등산로는 토끼귀바위 모롱이를 돌아간다. 이 바위군도 전망대 역할을 한다. 서암마을과 그 뒤 한우산·자굴산 산세를 볼수 있다.

5분정도 진행하면 국사봉 정상이다. 이번에는 합천지역의 아름다운 산세를 볼 수 있다.

정상석이 특이하다. 산속에 있던 자연석을 쓴 게 아니라 강가에 있는 맨들 맨들한 화강암을 옮겼다. 냇가의 큰 바위를 어떻게 산 위에까지 옮겼는지 신기하다. 산청군에서 세운 것도 뜻밖이다. 정상석 뒤엔 흔들리지 않는 흔들바위가 있다. 휴식할 수 있는 팔각정자는 정상에서 약간 벗어난 지점 있다.

하산 길, 환상적인 산길이 나온다. 마치 도회지의 길가에 줄을 지어 심은 듯한 그림 같은 참나무 가로수길이다. 의령 국사봉에서만 볼 수 있는 아름다운 등산로이다. 주변에는 수리취와 취나물, 고비, 고사리 지천에 깔렸고 손닿는 나뭇가지에는 으름·다래덩굴이 하늘로 뻗치고 있었다. 소나무재선충병으로 인해 훈증 중인 더미는 소나무 무덤처럼 보였다.

한두 개의 오르내림이 계속되다가 임도를 만난다. 임도를 따르면 이번에는 차량이 오갈수 있는 시멘트 임도가 나온다. 오른쪽이 봉암사길이고 왼쪽이 사현마을길이다. 임도를 따라 10분정도 내려가면 임도와 헤어져 다시 산길로 진입한다.



 
데크로 정비한 등산로
이정표는 ‘지파산 0.8km, 사현마을 2.4km’를 가리킨다. 길은 선명해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지파산까지 한달음에 하산 할 수 있다. 개점휴업상태인 산불감시초소는 7∼8m 높이의 공중에 매달려 있다.

발아래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닿았을 때 땅에 꽂혀 있는 낡은 시설이 보였다. 1970년대 시골에 살았던 이는 이 시설이 무엇인지 안다. 왜 이것이 산으로 올라왔는지 그 이유를 안다. 오랜 세월에 삵아서 부러지고 형체만 남은 TV안테나다. 수신감도가 좋지 않아 텔리비전 시청이 어렵던 시절, 집집마다 안테나를 따로 설치 할수 없었기에 마을공동으로 산에다 안테나를 세웠다. 경비를 절감하며 TV시청이 가능했다. 당시 유행했던 드라마와 노래, 스포츠…. 그 안에 등장했던 기라성 같은 주인공들이 그려졌다. 낡아서 삵아 버린 사물이 박제된 사유(思惟)와 시공간을 꿈틀거리게 했다. 사현마을회관을 지나 신현로 2.2km를 걸어 서암마을로 회귀했다.

길에서 만난 주민은 “이 마을이 전통 한지의 고장” 이라고 자랑했다. 퍼뜩 떠오르는 게 있어 “신현세 장인을 안다”고 했더니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거기다가 “이탈리아 문화재 복원에 신현세공방에서 만든 한지가 쓰였다”고 답했더니 손짓으로 방향을 가리키며 “저쪽에 신현세 공방이 있다”고 일러주었다.

신현세 한지는 최근 레오나르도 다빈치 ‘새의 비행에 관한 코덱스’ 복원 및 보관에 사용됐다. 또, 이 한지는 이탈리아의 귀중한 유물 ‘카르툴라’(800년 전 가톨릭 성인 성 프란체스코의 친필 기도문이 담긴 문화재)와 교황의 지구본 등 주요 문화재 5점의 원형을 되살린 것으로 유명하다.

최창민기자 cchangmin@gnnews.co.kr



 
오래돼 낡고 삭은 TV안테나



 
 
참나무
 
첫번째 전망바위
토끼귀바위
 
 
팔각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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