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국가균형발전, 노무현 정부 만큼만 해 달라
[경일시론]국가균형발전, 노무현 정부 만큼만 해 달라
  • 정영효
  • 승인 2019.05.23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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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효(객원논설위원)
노무현 정부는 지방화와 국가균형발전정책의 추진 부분에 있어 그 어느 역대 정부 보다 더 강력하게 추진했었고, 다른 정부 보다는 더 큰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후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수도권 집중화 정책으로 균형발전의 흐름을 역행하는 바람에 노무현 정부의 지방화와 국가균형발전정책은 아직까지 미완성 단계에 머물고 있는데 아쉬움이 크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도 균형발전에 대한 추진 의지를 찾기 힘들다.

2004년 1월 대전에서 열린 ‘지방화와 균형발전시대’ 선포식 자리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선거를 의식해서 정책을 급조해서도 안되지만 선거 때문에 정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미뤄서도 안된다. 그것이야말로 무책임한 일이다”고 했다. 선거 때문에 균형발전 정책이 포기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강한 의지를 나타냈고, 그대로 실행했다. 출범 4개월만인 2003년 6월 공공기관 지방이전 추진 방침을 내놨다. 그해 12월에는 ‘신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 등 지방화 3법(지방분권법, 국가균형발전법)을 통과시켰다. 2년차 2004년에는 국회의원 선거가 있음에도 선거에 관계없이 행정중심복합도시, 기업도시, 혁신도시 등 1단계 국가균형발전 정책을 추진했다. 이어 지방 이전 기업에 대해 법인세 감면 등 인센티브 제공, 지방이전기업에 대한 도시개발권 부여, 초저가 임대산업단지 공급 등 산업기반의 지방 분산과 지방의 정주여건 개선 등 2단계 균형발전 정책도 추진했다. 노무현 정부는 낮은 지지율과 수많은 반대와 반발 속에서도 이 모든 성과를 이뤄낸 것이다.

문재인 정부 역시 국정 최우선과제를 국가균형발전으로 삼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 정부는 노무현 정부보다 더 발전된 국가균형발전 정책을 더 강력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리고 집권 2년차를 넘긴 지금 노무현 정부가 집권 2년 차까지 이뤄낸 지방화와 국가균형발전 성과와 비교하면 실망스럽다. 균형발전에 관심이 있는지 조차 의심스럽다. 노무현 대통령은 임기동안 72회 균형위 회의 중 29회나 참석해 직접 균형발전을 챙겼다. 반면 문재인 대통령은 지금까지 균형위 회의 참석은 1번 뿐이다. 오히려 균형발전에 역행하는 정책까지 내놓았다. 수도권 3기 신도시와 수도권급행철도(GTX) 건설, 120조원이 투자될 예정인 SK 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 등이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라 경기도의 공장 건축 허용 총량이 포화 상태였지만, 정부는 허용 총량을 넘는 터를 특별히 SK하이닉스에 제공해 용인에 반도체 공장을 짓도록 한 것이다. 반면 지방을 위한 이렇다 할 균형발전 정책이 없다. 지방분권 개헌 의지는 오래 전에 실종됐고, 실체도 알맹이도 없는 ‘혁신도시 시즌2’와 실행가능성이 의문시되는 무마성 예타면제 정책뿐이다. 실질적으로 균형발전을 실현할 수 있는 기업 지방 이전, 지역 대학과 연계된 산·학·연 클러스터, 공공기관 2차 이전 등은 추진 의지가 아예 없는 것 같다. 대통령이 균형발전 정책을 포기하고 수도권 집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국정을 전환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 마저 든다.

지방화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다. 국가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서는 국가균형발전은 포기해선 안된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수도권 집중화 정책으로 균형발전의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던 문재인 정부가 앞 정부와 똑같은 길을 걷고 있다. 노무현 정부 보다 더 강력하게 균형발전정책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더 이상 바라지 않는다. 노무현 정부 만큼만이라도 해 달라.
 
정영효(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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