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부르는 에베레스트 '병목현상'
죽음 부르는 에베레스트 '병목현상'
  • 연합뉴스
  • 승인 2019.05.27 15: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숨진 英산악인, 등반전부터 우려 "외길 코스 장시간 대기 치명적"
네팔 당국은 “등반제한 계획 없어”…무자격자 안내로 지연 지적도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 정상의 ‘병목현상’ 때문에 숨진 영국 산악인이 등반 전 사고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영국의 등반객 로빈 피셔는 25일(현지시간) 새벽 에베레스트 정상(8848m)에 올랐으나 고산증을 일으켜 하산 도중 사망, 올 시즌 에베레스트 등반 도중 사망한 10번째 희생자가 됐다.

IT 업계 종사자인 피셔는 에베레스트 등정 후 하산길에 들어서면서 고산증을 일으켜 셰르파들의 긴급 도움을 받았으나 정상에 오른 지 45분 만에 8600m 지점에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셔가 속한 등반팀의 무라리 샤르마는 “정상에서 150m 내려온 지점에서 갑자기 그가 쓰러졌다”며 “우리 셰르파(등반 안내인)가 그를 깨워 산소통을 갈아주고 물을 먹이려고 했지만 반응이 없었다”고 말했다. 피셔를 안내한 등반업체 ‘에베레스트 파리바 익스페디션’은 피셔의 시신을 가져오지 못했으며 아직 그곳에 있다고 밝혔다.

올 에베레스트 등반 시즌은 날씨가 좋지 않아 전 세계로부터 몰려온 수많은 등반객이 날씨가 좋은 시간대에 집중적으로 몰리고 있으며 특히 ‘힐러리 스텝’ 등 정상 부근 좁은 등로에 이른바 병목현상이 심화해 인명 사고의 요인이 되고 있다.

미국 NBC 방송은 26일(현지시간) 전날 에베레스트 정상을 정복하고 하산하던 중 숨진 영국 산악인 로빈 피셔가 1주 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병목현상을 우려하는 글을 올렸다고 전했다.

피셔는 인스타그램에 “21일부터 약 700명이 정상에 도전하려 한다”며 “많은 팀이 21일에 정상에 도전할 듯한데 정상에서 사람들을 피하고 싶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정상에 오르는 코스는 외길이기 때문에 병목현상은 치명적일 수 있다”며 “내가 정상에 오르는 25일에는 사람이 적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기후가 따뜻한 3∼5월은 산악인들이 에베레스트 정상에 몰리는 시기다. 그러다 보니 정상 부근의 가파른 능선에서 등반가들이 장시간 대기하며 차례를 기다리는 경우가 많아졌다.

구르카 용병 출신의 네팔 산악인 니르말 푸르자가 지난 22일(현지시간) 촬영해 공개한 사진은 사람들로 붐비는 에베레스트 정상의 5월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산소가 부족한 정상 부근에서 길게는 수 시간 대기하다 보니 산악인들이 고산병과 탈진, 동상의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도 그만큼 커진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올해 에베레스트 정상의 병목현상으로 사망한 등반객 수는 이미 10명에 달한다.

네팔의 산악 가이드업체 피크 프로모션의 케샤브 파우델은 “그런 높이에서 몇 시간을 기다리는 것은 정말 치명적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네팔 정부는 최고봉 에베레스트 정상 부근의 ‘병목’ 현상으로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에베레스트 등반객을 제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네팔 당국은 이번 시즌 381명에 에베레스트 등반허가를 발부했으며 등반허가를 받으려면 1인당 8600 파운드(약 1300만원)를 내야 한다.

여기에 고산 가이드(셰르파)를 비롯한 현지 지원 요원들을 합하면 약 800명이 한거번에 정상 부근에 몰릴 수 있다.

특히 근래 1인당 1억원 가까운 참가비를 받고 에베레스트 등정을 안내하는 상업등반이 활발해지면서 등반 경험이 적은 ‘무자격자’들이 대거 몰려 정상 부근의 병목현상이 악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뉴욕타임스(NYT)는 에베레스트가 10명의 희생자가 발생하는 최악의 등반 시즌 가운데 하나를 맞고 있다면서 사고가 사전에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인재라고 비판했다.

눈사태나 눈보라 강풍과 같은 자연재해가 아니라 등반객들이 너무 많아 발생한 사고라면서 네팔 당국이 등반허가를 통제했다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NYT는 한 에베레스트 등정객을 인용해 “탁구대 2개 넓이의 에베레스트 정상에 15~20명이 몰려있었으며 그것도 수 시간을 기다려 간신히 올라섰다면서 ”사람들은 ‘셀피’를 찍기 위해 서로 부딪치고 밀치는 등 마치 무법 동물원 같았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네팔 당국이 등반허가 교부를 제한해야 한다는 요청이 제기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