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부모 체벌권’ 삭제와 ‘부모자격증’
[경일시론]‘부모 체벌권’ 삭제와 ‘부모자격증’
  • 경남일보
  • 승인 2019.05.27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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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혜(객원논설위원·경상대학교 교수)
최근 들어 사회를 경악하게 하는 아동학대 사건들, 그것도 부모에 의한 아동학대사건들이 꼬리를 물고 있어 부모자격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다행히, 며칠 전 민법관련 ‘부모 체벌권’을 없앤다는 반가운 소식이 나왔다. 민법 915조는 ‘친권자는 자녀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해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어, 조문만 보면 자녀훈육을 위한 체벌도 ‘징계권’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부모에 의한 자녀 체벌이 정당화 되었다. 이에 친권자의 ‘징계권’ 범위에서 체벌을 제외하는 방안이 추진되어, 법률상 부모의 ‘체벌권한’을 없앤다는 것이다.

정부가 23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포용국가 아동정책’을 발표했다. 즉 사랑의 매는 없다고 하면서 민법에서 부모 체벌권을 없애기로 한 것이다.

이에 대해 일부 부모들은 자녀훈육을 위해 ‘가벼운 훈육 체벌도 못하나’라고 반론을 펴기도 하지만 아동학대에 대한 실상을 살펴본다면 이런 얘기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요 몇 년 사이 친부모의 아동학대로 인해 아동이 사망한 대표적인 사건들을 살펴보면, 먼저, 2016년 1월 경기도 부천에서 친아빠가 7세아동을 무차별 폭행하여 사망에 이르자, 아이를 토막 내어 냉장고에 보관하다 버린 끔직한 ‘초등생 학대 토막 살인사건’이 있다. 또한 2016년 3월 평택에서 아동을 학대하고, 몸에 락스를 들이붓고 그 위에 찬물을 뿌려 화장실에 감금해 두었다가 사망하자 아동을 암매장한 사건이 있었다.

이들 사건들은 부모가 자녀를 인격체가 아닌 자신의 소유물로 보는 과정에서 무차별 폭력이 시작되고, 이후 죽음에 까지 이르게 된 대표적인 자녀학대 사건이다. 따라서 자녀에 대한 체벌이 완전히 금지된다면 최소한 체벌이 시작되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에 폭력에 의한 아동학대가 줄 수 있을 것이다.

경상남도가 최근 공고한, ‘2017년 경남도 아동학대 현황’보고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도내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사건은 1000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대유형별로는 정서학대가 162건, 신체학대 및 방임이 각각 126건씩, 성 학대가 28건, 그리고 여러 유형의 학대가 중복된 경우가 690건이나 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무엇보다도 학대 행위자로 부모가 81%(916명)로 가장 많고, 타인 12%(138명), 친인척 5%(55명) 순이었다.

도내에서 발생한 아동학대는 2013년에 575건, 2014년에 749건, 2015년 742건, 2016년 1138건으로 증가하고 있어 2013년 대비 2016년에는 563건이 증가하여 무려 97.9%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이는 아동학대의 증가율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급증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아동학대 방지에 대한 대책의 하나로 ‘부모자격증제’를 시행할 것을 제안한다. 사실 ‘부모자격증제’는 필자가 몇 년 전부터 이야기해오고 있는 제도이다. ‘부모자격증제’란 결혼한 예비 부모가 자녀를 낳고 부모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부모자격을 갖출 수 있도록 최소한의 교육을 받는 제도를 위미한다.

부모가 자녀를 잘 키울 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되었을 때 자녀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제도라 생각하면 되겠다. 얼마 전에도 도내에서 27세 된 아빠가 운다고 생후 75일 된 아기를 발로차고 수건으로 신체를 묶는 등 학대하여, 영아가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이처럼 아기를 키울 부모자격이 없는 부모가 자녀를 낳아 제멋대로 폭력을 휘두른 것이니, 이에 대한 대책이 강구되지 않으면 안된다. 결론적으로 현재 자녀를 키우고 있는 부모와 막 결혼하여 앞으로 부모가 될 예비부모 모두에게 부모자격에 관련된 부모교육을 실시하고 인증을 받은 후 자녀를 양육하도록 하는 ‘부모자격증제’를 실시한다면 적어도 아동학대가 조금을 감소되지 않을까.
 
최정혜(객원논설위원·경상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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