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사회혁신 공공갈등의 민주적 관리 방안
[기고]사회혁신 공공갈등의 민주적 관리 방안
  • 경남일보
  • 승인 2019.05.28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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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희(경상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2019년 경남도정의 새로운 정책 패러다임을 요약하는 ‘사회혁신’이란 개념에는 첫째, 주민의 단순한 ‘참여’를 넘어 스스로 ‘자치’를 실천해갈 도민들의 역량 강화와 둘째, 지역의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공공·민간·시민사회의 ‘협치’를 우선시하는 사회적 가치가 담겨있다.

이를 구체화하기 위한 정책 목표 중 하나가 바로 사회혁신 공공갈등 관리체계의 구축이다. 여기서 ‘공공갈등(public conflict)’이란 정부를 포함한 공공기관이 공공정책을 수립하거나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해관계인 간의 충돌을 말한다. 최근 민간경제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공공갈등은 매우 높은 수준으로 OECD 29개국 중 7위다. 공공갈등이 제대로 관리되지 못할 경우 사회 통합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높은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 대통령령으로 제정된 ‘공공기관의 갈등 예방과 해결에 관한 규정’에 이어 2019년 현재 경남도 차원에서 사회혁신추진단 산하에 ‘공공갈등관리 TF’를 구성하여, 공공갈등의 민주적 관리와 효율적 대응을 위한 법제적·정책적 기반을 마련 중에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헤아려보면 경남도정에 ‘공공갈등’이라는 개념이 도입된 것은 갈등관리 패러다임의 변화와 도정 운영의 패러다임 변화를 아울러 반영한다. 전통적 관점에서 갈등이란 발생해서는 안 되는 것으로, 정책 목표와 조직의 성과 달성에 방해가 되는 부정적 대상으로 인식되었다. 따라서 그 해결 또한 관료적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이와 같은 해결 방식은 갈등을 제거하거나 완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갈등을 잠복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반면 최근 들어 갈등이 불가피한 사회적이고 조직적 산물로 이해되면서 갈등에 대한 수용적 토대가 강조되고 있다. 또한 사회적 생산성 제고를 위해 적극적인 갈등의 예방 및 해결이 요청되며, 그 과정에서 합의형성(consensus building)을 위한 참여와 협력이 중시된다. 즉 전통적 관점과 달리 현대적 관점은 갈등을 상수로 인정하고 민주적으로 관리해가기 위한 숙의 문화의 형성에 주안점을 둔다. 공공갈등을 둘러싼 이 같은 인식 변화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지닌다. 첫째, 사후적으로 갈등을 해결하기보다 사전에 갈등을 예방하며, 둘째, 정책 추진 결과보다 정책 추진 과정에 중요한 가치를 부여한다. 셋째, 행정 및 정책의 효율성에 우위를 두기보다 행정 및 정책이 집행되는 방식의 민주성과 형평성에 우위를 둔다. 넷째, 그 해결방식에서도 사법적 판결보다는 당사자 간 협상, 조정, 중재를 우선에 둔다. 이러한 가치를 반영하여 경남도에서도 공공갈등 조정·해결을 위한 다양한 참여적 의사결정 방법과 합리적 갈등해결 절차를 보장하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할 것이다.

무엇보다 이 같은 공공갈등 관리의 제도화가 지속 가능한 사회혁신의 추진 기반이 되려면 공공정책의 구상과 계획 단계에서부터 충분한 정보 공개와 주민의 의사결정을 보장하는 참여적 절차가 필요하다. 사드 배치나 제주 해군기지 사례에서 보듯, 정부의 정책 결정 이후에 시도되는 갈등의 조정·협의나 주민을 최종 통보의 대상으로 여기는 관료적 행정 관행은 공공정책의 실패와 정부에 대한 불신을 증폭시키는 근본적 원인이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공공갈등을 사회혁신의 원동력으로 삼고 그 정책 목표를 현실화하기 위해선 공무원 중심의 조직문화와 지식체계에서 탈피해 공공정책의 결정과 시행에 이르는 제반 과정에서 도민들의 지혜와 해법을 적극적으로 청취하는 아래로부터의 공론화 과정과 이를 위한 제도적 절차가 다각도로 마련되고 실험될 필요가 있다.

 

김명희(경상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김명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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