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종려상을 꿈꾸는 사람들
황금종려상을 꿈꾸는 사람들
  • 김지원 기자
  • 승인 2019.05.29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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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영화제에서 한국영화가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해 화제가 된 주간이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한국영화가 100년을 맞는 올해 칸 영화제에서 최고상을 수상하며 전 세계적인 관심을 끌어모았다. 지역의 작은 신문사에도 국제적인 화제가 되는 뉴스는 빠지지 않고 소개된다. 크고작은 성과를 뽑아낸 칸 영화제 소식도 통신사의 발을 빌려 지역독자들의 안방으로 배달해왔다. 지나간 신문을 뒤적이며 칸 영화제의 흥분을 되새겨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황금종려상’이라는 흥행카드를 보태지 않아도 믿고보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오늘부터 개봉이다. ‘스포일러 주의보’가 심심찮게 나돌고 있으니 서둘러 상영관을 찾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김지원기자

칸 영화제(Festival de Cannes)는 프랑스 칸느에서 열리는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다. 매년 5월에 개최되는 이 세계적인 영화 행사에서 드디어 한국영화가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봉준호 감독은 올해 칸 영화제에 영화 ‘기생충’으로 경쟁부문에 초청돼 영화제 마지막 날인 지난 26일(한국시간) 시상식에 참석하라는 요청을 받았다. 칸 영화제는 수상명단에 있는 작품 관계자를 시상식에 초청하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26일 한국시간으로 새벽에 전해진 봉준호 감독의 제72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소식은 한국영화 100년이 되는 해에 맞은 경사가 아닐 수 없다.

칸 영화제는 프랑스 정부의 지원으로 1946년부터 시작됐다. 초기에는 예산문제로 몇차례 건너뛰기도 했지만 1951년부터 팔레 데 페스티벌 대회장에서 해마다 개최되고 있다. 1958년 프랑스 5월 혁명의 여파로 그 해에는 영화제가 열리지 않았다. 칸 영화제는 세계 각국에서 경쟁부문에 초청된 20여 편의 작품을 영화제 기간 중에 월드프리미어 상영한다. 영화제 초청작품은 영화제가 시작되기전 1년 안에 만들어진 작품으로 다른 영화제나 상영회에서 소개 된적이 없는 작품이어야 한다. 그래서 칸 영화제가 해당 작품의 세계 초연이 되는 것이다.

영화제의 주상영관은 뤼미에르 극장. 경쟁부문과 비경쟁부문 작품도 이 곳에서 상영된다. 상영관 레드카펫은 남자는 검은색 정장과 나비넥타이에 구두, 여자는 드레스와 하이힐이 정해져 있었다. 영화관계자 뿐만 아니라 일반관객과 기자에게도 적용되는 드레스코드다. 최근연도에는 바지 차림의 여배우들이 등장하고, 하이힐을 벗어던지고 맨발로 레드카펫을 밟는 모습도 종종 눈에 뛴다. 2016년 줄리아 로버츠는 조디 포스터가 감독한 영화 ‘머니 몬스터’ 시사회에 우아한 검은 드레스를 입고 나타났지만 구두를 벗어던지고 맨발로 레드카펫을 올랐다. 그해 칸 영화제 개막식에 참석한 수전 서랜든은 남성정장을 떠올리는 블랙슈트에 플랫슈즈를 신고 레드카펫을 밟았다. 2015년에 ‘플랫슈즈’를 신었다는 이유로 레드카펫을 밟지 못한 한 여성의 일화에 대한 여배우들의 경고장인 셈이었다.

영화제는 황금종려를 놓고 경쟁하는 경쟁부문과 다양성을 추구하는 작품들이 초청되는 주목할만한 시선, 상을 놓고 경쟁하지는 않지만 영화제 기간 상영되는 비경쟁부문, 특별상영, 단편영화 부문이 나뉘어 있다. 학생작품이 초청되는 시네파운데이션 부문도 따로 있다. 감독주간과 국제 비평가주간 섹션과 함께 영화마케팅 시장인 필름마켓이 함께 열린다.

영화제 초기에는 최고상은 ‘그랑프리’라고 불렀으나 1955년부터 ‘황금종려상(Palme d‘Or, Golden Palm)’이라는 이름으로 된 트로피가 처음 시상됐다. 델버트 맨 감독의 ‘마티’가 첫 황금종려상을 받은 작품이다. 종려나무가 칸 영화제의 상징이 된 데는 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였고, 시의 문장에도 들어가 있기 때문이었다. 종려나무라는 명칭이 낯설 수 있는데 의외로 우리가 자주 접해온 나무이기도 하다. 남부지방의 가로수로 자주 볼 수 있는 야자나무의 일종인 나무다. 황금종려상의 종려나무 잎 모양은 해마다 조금씩 바뀌어 왔다고 한다.

최고상인 황금종려상 외에 심사위원대상(그랑프리), 심사위원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각본상이 시상된다. 단편영화 황금종려상이 별도로 있고 주목할만한 시선에도 대상, 심사위원상, 감독상, 배우상, 각본상이 따로 주어진다.

한국영화는 1984년 이두용 감독의 ‘여인잔혹사, 물레야 물레야’가 주목할만한 시선에 최초로 초청됐다. 1999년에 송일곤 감독이 단편 경쟁부문에 ‘소풍’으로 초청돼 심사위원 대상을 받았다. 이 작품이 칸 영화제에서 수상한 최초의 한국영화다. 2000년에는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이 장편 경쟁부문에 초청됐고, 2002년 임권택 감독은 ‘취하선’으로 경쟁부문 감독상을 수상했다. 2004년에는 박찬욱 감독이 ‘올드보이’로 경쟁부분 초청돼 2등상에 해당하는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했다. 같은 해에 홍상수 감독의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역시 경쟁부분에 초청됐다. 전 세계에서 20편만 초청되는 경쟁부분이라고 생각하면 한국영화 2편이 경쟁한 해였던 셈이다.

2005년에는 류승완 감독의 ‘주먹이 운다’가 감독주간에 초청돼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을, 장률 감독이 비평가주간에초청돼 프랑스독립영화배급협회상을 수상했다. 홍상수 감독은 ‘극장전’으로 2년 연속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2007년에 이창동 감독의 ‘밀양’으로 전도연이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칸의 여왕’으로 화제를 일으켰다. 전도연은 2014년 칸 영화제 심사위원으로 위촉돼 한국배우 최초로 칸 심사위원으로 활약한 배우가 됐다.

박찬욱 감독은 ‘박쥐’로 2009년 경쟁부문에 두번째 초청돼 심사위원상을 받으며 ‘깐느박’이란 별칭을 얻기도 했다. 같은 해 조성희 감독이 ‘남매의 집’으로 시네파운데이션 3등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해에 봉준호 감독이 ‘마더’로 주목할만한 시선에 초청됐다. 2009년 한국 감독 최초로 심사위원으로 활동한 이창동 감독은 2010년 칸 영화제에서 ‘시’로 경쟁부분에 초청돼 감본상을 수상했다. 임상수 감독의 리메이크 작품 ‘하녀’도 2010년 장편경쟁부문에 초청됐다. 홍상수 감독의 ‘하하하’는 주목할만한 시선에서 초청 상영됐다.

2011년에는 김기덕 감독이 ‘아리랑’으로 주목할만한 시선상을 수상했다. 손태겸 감독의 ‘야간비행’이 시네파운데이션 3등상을 수상한 해였다.

한국영화는 2012년 임상수 감독의 ‘돈의 맛’, 홍상수 감독 ‘다른 나라에서’가 경쟁부분에 초청됐다. 이 해 ‘돼지의 왕’으로 감독주간에 초청된 연상호 감독은 2016년에는 ‘부산행’으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에 초청되기도 했다. 2016년에는 박찬욱 감독이 ‘아가씨’로 또 한번 칸 영화제 경쟁부분을 두드렸고, 나홍진 감독의 ‘곡성’이 비경쟁부문에 초청됐다. ‘아가씨’는 류성희 미술감독이 칸 영화제 초청작 중 촬영, 편집, 미술 음향을 통틀어 최고의 기량을 보인 기술 아티스트에게 주는 상인 ‘벌칸상’을 수상했다. 류성희 감독은 2018년 ‘버닝’으로 두번째 벌칸상을 수상하면서 탁월한 아티스트임을 입증했다.

2017년에는 넷플릭스 영화로 소동(?)을 일으킨 봉준호 감독의 ‘옥자’와 홍상수 감독의 ‘그후’가 경쟁부문에 초청 상영됐다. 넷플릭스 상영이라는 방식에 불편함을 드러내던 영화계는 올해 아카데미 영화제가 넷플릭스 영화인 ‘로마’의 알폰소 쿠아론 감독에게 감독상을 선사하면서 슬슬 빗장을 풀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이창동 감독이 다시 한번 ‘버닝’으로 장편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이창동 감독의 수상경력과 시사회의 호평 탓에 마지막까지 수상에 대한 기대를 모았으나 결국 불발됐다.

올해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장편 경쟁에 초청돼 황금종려상을 받은 것 외에 이원태 감독의 ‘악인전’이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연제광 감독의 ‘령희’가 시네파운데이션, 정다희 감독이 ‘움직임의 사전’으로 감독주간에 초청됐다.

한편 방송작가유니온이 봉준호 감독을 칭찬하고 나섰다. 영화 ‘기생충’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가운데 ‘표준근로계약’이 화제다. 전국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방송작가유니온)는 28일 성명을 내고 ‘영화 기생충의 표준근로계약서 체결, 황금종려상 수상보다 놀랍다’며 영화·방송 현장의 노동실태를 지적했다.

방송작가유니온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제작과정에서 제작스태프들과 표준근로계약을 체결해 공정한 노동환경을 제공하면서도 세계적인 영화제에서 수상한 것을 빗대 국내 방송 현장을 비판했다. 방송작가유니온은 “기생충의 성과를 거울삼아 국내 방송사들도 비정규직·프리랜서·제작 스태프를 상대로 표준계약을 체결해 노동인권 보장에 나서야 한다”며 ‘기생충’의 수상소식을 전하는 방송현장에서조차 열악한 근로환경 속에서 일하고 있다며 방송작가와 후반작업을 하는 스태프의 처우를 돌아보라고 지적했다.

화제가 된 영화 제작현장 ‘표준근로계약서’는 2005년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에서 시작된 운동으로 2014년 개봉작 ‘국제시장’에서 도입되기 시작했다. 봉준호 감독은 ‘표준근로계약서’가 화제가 되자 “‘기생충’만 유별난 것이 아니고 2~3년 전부터 영화 스태프 급여 등은 정상적으로 정리됐다”고 밝혔다. 작년 영화 스태프 74.8%가 표준근로계약서를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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