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장기 한 수 부탁드립니다
할아버지, 장기 한 수 부탁드립니다
  • 경남일보
  • 승인 2019.05.30 16: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문주(초등교육코칭연구소장, 시인)
조문주
조문주

“선생님, 지금 장기 두어도 되나요?” ADHD(주의력 결핍 및 과잉 행동 장애)의 성향을 가지고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던 6학년 민우가 내 교실로 자주 온다. 민우가 혼자 와서 같이 둘 친구가 없을 때에는 후배들을 가르치는 재미도 누린다. 장기두기 할 때에는 아주 열중한다. 점심시간에 내 방은 장기두는 아이들로 시끌벅적하다. 필자는 초등학교에 근무하면서 장기두기를 집중 지도하여 많은 아이들의 주의와 인기를 끌었다. 게임 중독을 가진 아이도 휴대폰 게임보다 훨씬 재미있다며 찾아와 놀다 간다. 민우는 진주성 라이온스에서 주관하는 초등장기두기 대회에 참가하였고, 두 시간 동안 집중해서 장기두기를 하는 끈기를 보여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장기두기는 인도에서 처음 시작되었다고 한다. ‘생각이 깊고 앞을 내다보는 슬기를 갖추되, 끝을 미리 알 수 없는 재미있는 놀이를 만들라’는 왕명에 따라 바라문의 고승이 꾸몄다는 것이다. 그것이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에 전래되어 한국 장기로 정착되었으며, 인도장기·중국장기·일본장기로 다소 다르게 고정되었고, 서양으로 퍼져간 것이 ‘체스’라고 하는 서양장기이다. 한국장기는 신라 말기에서 고려 초기쯤에 우리나라에 전래되었다고 문헌에 보이니 그 역사가 1000년이 넘는 우리 전통놀이라고 볼 수 있다. PC게임, 폰게임, 보드게임 등에 매달려 있는 아이들에게 장기두기는 훌륭한 인성놀이라고 볼 수 있다.

“장기를 두면 어떤 점이 좋아질까요?”, “머리가 좋아지고요, 집중력도 생겨요. 재미있어요. 쉬는 시간에 할 수도 있고요. 한자도 익힐 수 있어요.”, “가장 중요한 건 서로 양보하고 배려하는 거라는 거 알고 있죠?”

아이들은 장기두기의 좋은 점을 알고 있다. 친구 간 서로 두뇌게임을 하면서 문제해결력도 기르고 신체활동을 조절할 수 있는 기능도 가진다는 것을 안다. 무엇보다 상대가 약할 때는 서로 양보하고 배려하지 않으면 재미가 없다는 것도 이해하며, 놀이에 임한다. 장기두기 숙제가 나가면 할아버지로부터 좋아하는 손자와 장기두기 할 기회를 줘서 고맙다는 칭찬을 받기도 했다. 직장일로 바쁜 부모대신에 할아버지와 함께 장기를 두다가 보면 물러주고 도와주는 인성교육이 자연스럽게 습득되고 건강한 가족문화를 형성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아이들이 장기두기를 하는 모습에서 1000년의 미소와 지혜가 드러남을 느낀다. “할아버지, 우리 아이들에게 장기 한 수씩 부탁드립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