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공동체
사랑 공동체
  • 경남일보
  • 승인 2019.06.02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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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순(수필가)
임정순
임정순

우리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이 4월 17일 새벽에 내가 사는 아파트에서 발생했다. 조현병을 가진 한사람이 무고한 주민들을 처참하게 살해하는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현장은 전쟁터를 방불케 할 정도로 참혹했다. 관리사무소 직원은 흉기로 인해 다쳤음에도 자신을 돌보지 않고 주민의 안전을 먼저 생각하는 희생정신을 보여주기고 했다. 그러나 볼썽사나운 일도 있었다. 노모와 자식을 먼저 보내고 오열을 하고 있는데, 어느 기자는 네티즌들이 장난삼아 한 말들을 그대로 기사에 썼다. 즉 LH 아파트의 앞 글자를 넣어서 ‘엘거’ 라거나 휴먼시아의 앞 글자를 따서 ‘휴거’라는 식으로 비하했다. 주민들의 항의에 사과와 정정 보도까지 받아냈지만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가족을 잃고 고통 받고 있는 유가족과 생사의 갈림길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중환자들을 조금이라도 생각 했다면, 감히 이런 기사를 써서 두 번 상처를 주는 경솔한 행위를 함부로 하지 않았을 것이다. 상대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것이 너무나 아쉽다. 이 모든 것이 현재 우리 사회의 단편이 아닐는지. 우리 아파트 주민들은 이대로 주저앉아 있을 수 없었다. 스스로 일어나야만 했고, 그래서 뜻있는 주민들끼리 사랑공동체를 결성했다. 우리는 마을을 우리 스스로 바꿔보기로 뜻을 모았다. 아이들의 웃음부터 되찾고 어르신들과 아이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작은 변화가 절실했다. 첫 번째 구상한 것이 ‘손에 손잡고’였다. 아이들과 엄마들이 함께 손잡고 빙글빙글 아이들은 금방 환해졌다. 아이들의 웃음소리에 어른들도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고 용기를 얻은 우리는 작은 어울림 행사를 계획했다.

날짜는 다함께 할 수 있는 대체공휴일로 정했고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 됐다. ‘내가 꿈꾸는 우리 마을’이란 주제로 사랑공동체가 주최가 되어 아이들은 각종놀이를 즐기고 어른들은 다과와 출장 자장면으로 행복한 시간이 가졌다. 가호동 자원 봉사자분들과 동장님 직원들 봉사단체 회장님 위원장님 시의원님 등 많은 주민이 찾아와 아픔을 딛고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행사를 하는 것에 박수를 보내주었다. 한 인사는 우리사회의 표본이 될 것을 확신한다며 격려와 응원을 보내주었다.

어느새 우리는 하나가 되어 공동체의 모습을 갖추어가고 있었다. 지금까지 본적 없는 활기 넘치는 광경에 우리 스스로 감격했다. 아픔을 승화시켜 예전보다 더 아름답고 살기 좋은 마을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상처를 딛고 함께 일어서자는 뜻에서 만든 작은 어울림 한마당잔치가 주민들의 마음까지 따뜻하게 바꿔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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